한국-일본 비즈니스 통역의 어려움에 대하여.

알아두면 도움이 되실지도 모릅니다.

2024.11.18 | 조회 564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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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스타트업 시장의 흥미로운 인사이트를 보내드립니다.

안녕하세요. YJ입니다.

이 글을 쓰는 지금, 11월 중순의 도쿄 하늘은 파랗고, 구름은 하얗고 태양빛은 따뜻합니다.

저는 적어도 한 달에 한 번은 짬을 내어서, 좋아하는 카페에 좋아하는 책을 들고 나가 몇 페이지 읽으며 유유자적한 시간을 한 시간 정도 즐기는데요, 요즈음은 근처 카페에 가도 한국분들이 계신 것 같습니다.

정확히 말하면 한국에서 출장오신 것으로 사료되는 비즈니스맨들이, 일본 분들과 직접 혹은 통역을 거쳐가며 열심히 이야기 나누시는 모습을 봅니다. 오피스에서 하는 오피셜한 미팅 이외에도 이렇듯 캐주얼하게 자리를 옮겨가며 미팅을 하시는구나 하는 모습을 보다 보면, 그분들과 저는 일면식이 없음에도 마음 속으로 응원하게 됩니다. 

이렇듯 카페 등 퍼블릭한 장소에서 간접적으로 체험하는 경우도 있지만, 한국-일본 스타트업 관련 행사에 참석하여 직접 체험하게 되면, 한국과 일본 기업 양사 커뮤니케이션에서 아쉬운 경우가 많이 보입니다. '아쉽다'라는 한국어가 가장 맞는 표현일 것 같네요. 아쉽고, 때로는 안타까운 경우도 보고 듣고 접하게 됩니다. 

한 문장으로 설명하기가 쉽지 않습니다만, 풀어서 나열해보면 "한국-일본 기업 양사간에 제대로 된 소통을 서로 시도하고 있으나, 어디서인가 어긋나기 시작하여, 그 조그마한 어긋남으로 인해 치명적인 결과가 발생하여, 양사간 파트너십이 결국은 이루어지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미스터 칠드런, 쿠루미(가슴 뭉클한 뮤비이니, 여유 되시면..^^)
미스터 칠드런, 쿠루미(가슴 뭉클한 뮤비이니, 여유 되시면..^^)

제가 좋아하는 노래중에 일본의 밴드인 '미스터 칠드런'의 '쿠루미'라는 노래가 있는데요, 가사중에 이런 내용이 나옵니다.

氣が付けば一つ余ったボタン (깨닫고 보니 하나가 남은 단추)

정신없이 바쁠 때, 가디건이나 셔츠의 단추를 잘못 끼워서 다시 다 풀고 처음부터 단추를 끼운 경험은 한번씩은 있을 겁니다. 일본의 비즈니스 씬에서도 은유적으로 쓰이는 용어입니다. 예를 들면 이런 거죠 - "A사하고 이야기가 거의 다 된 거 같았는데 말야..어디서부터 단추를 잘못 끼웠는지 모르겠어.."

옷이라면 간단히 벗고 다시 입으면 되지요. 눈에 보이니까.

하지만, 비즈니스의 진행 과정은 눈에 보이지 않습니다. 

재팬 인사이트의 독자 여러분이 생각하시는 이상적인 비즈니스 언어는 각자 다르시겠지만, 본인의 언어로 직접 표현하기엔 어느 정도 한계가 있다면, 중요한 비즈니스 씬에는 통역을 대동하시는 경우를 많이 접합니다. 저에게 통역을 부탁하시거나 혹은 믿을 만한 통역분들 섭외해 달라는 경우는 더욱 자주 접합니다. 가능하면 순차통역이 아닌, 동시통역을 원한다는 이야기도 가끔 접합니다. 

(다들 아시겠지만) 동시통역은 발화자의 발언과 거의 동시에 통역을 제공하는 서비스이며, 순차통역은 단락별로 끊어서 발화자가 전달하고자 하는 내용을 전달하는 서비스입니다.

먼저, 동시통역이 필요한 경우는 한정적입니다. 아래의 사례가 대표적이겠죠.

소프트뱅크 손정의 회장의 2024년 특별강연.
소프트뱅크 손정의 회장의 2024년 특별강연.

손 회장의 1시간 가치가 얼마일까(얼마일까요? 궁금하네)를 환산해 보면, 순차통역으로는 답이 안 나옵니다. 동시통역이 필요한 경우는 기본적으로 다수를 상대로 한 이벤트가 메인입니다. 최근에는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재선 확정 스피치가 동시통역으로 제공되었지요.

동시통역은 언어능력 뿐 아니라 높은 수준의 체력과 테크닉을 요구하는 전문적인 스킬이기 때문에, 하루 종일 진행되는 이벤트 같은 경우 Team A/B 같이 교대해가며 진행하곤 합니다. 발화자의 말이 끝나기 이전에 통역을 시작하여 가능한 한 타임 로스를 줄이는 것이 관건입니다. 

순차통역은 단락별로 끊어서 통역을 제공하는 서비스이고, 동시통역에 비해 시간적 여유가 있는 만큼 발화자가 전달하고자 하는 내용을 조금 더 깊이 있게 전달할 수 있는 장점이 있습니다.그러므로, 회사 대 회사의 비즈니스 통역은 순차통역으로 진행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생각합니다.

오랜 기간 일본에서 비즈니스를 하며, 직/간접적으로 접해본 통역분들의 타입을 저는 크게 3단계로 분류합니다(어디까지나 제 기준입니다)

Group 1 : 전문적인 한-일 통역을 업으로 삼고 계신 경우. 프리랜서 혹은 기업에 소속되어 있음. (예 : 한국의 쿠팡, 일본의 LINE)

Group 2 : 전문적인 한-일통역을 업으로 삼고 있지는 않으나, 한-일 비즈니스 씬에서 오랜 기간 시간을 보내온 경우.

Group 3 : 일본 및 한국에 거주경험 혹은 유학경험이 있으나 현지에서의 실무 경험이 없거나 충분하지 않은 경우.

 

일반적인 한국 스타트업의 경우라면 Group 1의 분들의 연락처를 알아내어 직접적으로 어프로치할 수 있는 방법이 많지 않습니다. 

Group 2의 분들은 자신의 회사를 경영하고 있거나, 일본에서 어느 정도 이상 사회적으로 자리잡은 분들이 대다수이기 때문에 통역을 위한 스케줄 확보가 쉽지 않습니다. 

소거법에 의하여, Group 3에 속하는 통역분들을 파트 타임 혹은 아르바이트로 기용하는 경우가 대다수입니다. 제가 만나보거나 이야기를 접한 Group 3의 통역분들은 대부분 일본어 실력이 뛰어나고, 클라이언트를 위해서 열심이었습니다만, 일본 및 한국에서의 비즈니스 실무경험에서 아쉬운 경우가 많았습니다.

탱자나무.
탱자나무.

중국 고사성어 중에 '남귤북지'라는 말이 있습니다. 남쪽 땅의 귤나무를 북쪽으로 옮겨 심으면 귤나무가 아니라 탱자나무가 된다라는 뜻인데요, 종 자체가 변하지는 않지만, 결과물은 환경에 따라 변한다는 뜻으로 쓰이고 있습니다. 귤과 탱자는 종 자체는 같다고 하네요. 한국이 바다를 건너면 일본이니, 원래부터 서로 다른 나라인만큼 결과물의 차이는 더욱 커지겠지요.

비즈니스 통역에서 가장 중요한 부분은 '행간'과 '맥락'입니다. 행간과 맥락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알려주는 예가 아래의 유명한 글이지요.

실제로 헤밍웨이가 쓰지는 않았다고 합니다만. 단 여섯 단어로 우리는 많은 것을 느끼고, 생각할 수 있습니다.
실제로 헤밍웨이가 쓰지는 않았다고 합니다만. 단 여섯 단어로 우리는 많은 것을 느끼고, 생각할 수 있습니다.

행간과 맥락이 중요한 것은 문학뿐이 아닙니다. 순차통역으로 진행되는 비즈니스 미팅의 통역에서는 이것이 생명이라고도 할 수 있을만큼 중요합니다. 상대 기업이 왜 이러한 질문을 해 오는지, 그 의도를 읽고, 어떻게 대답해야 하는지를 짧은 순간에 판단하고 클라이언트에게 전달해야 합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출중한 일본어/한국어 실력은 물론이고, 실제로 한국과 일본을 잇는 크로스보더 업무 경험이 있어야 합니다. 

또한, 우리쪽 클라이언트(한국이라고 가정하겠습니다)의 질문이 일본기업 측에게 지나치게 어그레시브하거나, 현 시점에서 나누기에는 너무 이른 내용이거나 하는 부분에서는 적절하게 클라이언트와 대화를 나누며 비즈니스 미팅의 온도를 조절할 수 있어야 합니다.

너무 통역에게 많은 것을 기대한다고 생각하시나요?

바로 그 순간이 위에서 언급한, 비즈니스의 '단추'를 잘못 끼우기 시작한 순간일지도 모릅니다.

한-일 비즈니스 전선(戦線)에 뛰어드신 모든 분을 응원하며, 저는 12월에 다음 뉴스레터로 찾아뵙겠습니다🎄

재팬 인사이트 뉴스레터에서는 일본 스타트업 시장에 대해서 조금은 다른 관점의 이야기, 현지의 생생한 이야기들을 다룰 예정입니다.

일본 스타트업 시장에서 10년 이상의 경험을 가진 4명이 각자의 관심분야를 공유드리려고 하며, 저희도 더욱 공부하고 성장하기 위해 시작하게 되었습니다. 이러한 내용들이 일본 스타트업 시장에 관심있으신 분들께 조금이라도 도움이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 KH: 일본 VC 관점에서의 스타트업 시장, 투자, IPO 시장에 대해
  • KU: 일본 스타트업 업계 뉴스의 소개와 배경소개, 일본 스타트업 시장의 내부 이야기
  • YJ: 일본시장의 이해, 해외법인 매니지먼트, 브랜딩, 비즈니스 프로세스
  • SA: 일본 채용, 일본 H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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