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KU입니다.
이 글이 7월7일에 발행되었다는 것은 다행히도 7월 5일에 일본이 망하지 않았다는 뜻이겠네요.
지난주 일본 스타트업 업계는 국내 최대 규모의 스타트업 이벤트인 IVS가 교토에서 개최 되었고, 공식발표에 따르면 약 13,000명이 참가했다고 합니다. 스타트업 커뮤니티가 이렇게 활성화 될 기회는 별로 없어, 업계에 있는 사람으로서는 기쁜 반면, 만나고 싶은 스타트업과 적절하게 만나는게 어려워지기도 해서 이벤트의 질을 유지하는게 어렵다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이것과도 관련하여 오늘은 지난번의 초급편에 이어, 커뮤니티 활용법에 대해 좀 얘기해 보려고 합니다.
일본에서의 커뮤니티가 가지는 힘
개인적으로 한일간의 스타트업 씬에서 일을 하다보면 느끼는 것중에 하나가 한국은 커뮤니티의 문화가 그렇게 활발하지 않다는 점입니다. 당근이나 트레바리, 맘카페등, 여러 커뮤니티 서비스가 있는 상황에서 의외라고 생각하실 수도 있는데요, 한국의 커뮤니티는 뭔가 즐기면서 하기에는 쉽지않은, 진심으로 본인의 인생을 갈아 넣어야하는 커뮤니티가 중심이고, 좀더 느슨한, 취미나 좋아하는 것 만으로 모이는 커뮤니티가 정말 드물지 않을까 싶습니다.
반대로 일본에서는 비지니스 씬에서도 정말 커뮤니티가 활발하고, 또한 커뮤니티를 운영하는것이 뭔가 거창한 기업만의 전유물이 아닌, Bottom Up한 누구나 좋아하는 것을 기점으로 사람이 모이고 일이 벌려지는 나라라는 것이 특색 아닐까라는 생각이 듭니다.
예를 들어 마케팅이라는 관점에서는 매년 열리는 Ad:Tech Tokyo(Comexposium사가 주도)와 같은 벤더 주도하의 이벤트는 물론이며, 사단법인이 주최가 되어 열리는 커뮤니티 컨퍼런스등도 매우 활발합니다. (물론 주체가 되는 분들도 영리 목적이 있고, 스폰서도 받으며, 개인의 브랜딩을 위한 활동이긴 합니다)
실제로 저는 한국에서 CTO들이 모이는 커뮤니티를 찾기위해 팔방으로 수소문을 했으나 찾을 수 없었고(그러한 시도가 있었다는 것은 압니다만), 결과적으로 한국에서는 그러한 커뮤니티가 없다는 결론을 내렸습니다(만약 틀렸다면 꼭 알려주세요!)
이러한 커뮤니티의 차이점이 생기는 이유에 대해서는 어느 지인의 말에 따르면 "한국은 특정회사에 능력있는 사람이 몰리고, 사내에서 공유하면 그걸로 끝이라"서라는 의견을 주셨는데, 어느정도 수긍이 갔습니다.
한국은 회사의 수는 많으나 여러 보직을 분업이 아닌 겸업으로 해내는 분들이 많으시고, 또한 커뮤니티 활동 자체가 너무 에너지가 많이 필요한 부분이다 보니 내 업무 하기 힘든 사람들이 커뮤니티 활동까지 하기는 부담이 큰것이 있죠.
일본도 물론 비슷한 분위기이기는 하나, 어느정도 포지션과 부서가 정해져 있고, 본인과 비슷한 업무를 하는 사람들을 벤치마크해서 가장 좋은 솔루션을 회사에 제공하려고 하는 경향이 강합니다. 그렇기 때문에 해외 사례나 타사 사례를 벤치마크 하는 것이 몸에 배어 있죠.
흔히 한국 기업들이 일본 진출시에 듣는 조언중에 하나가 "작아도 좋으니 사례를 만드세요" 인데요, 이러한 사례중심 문화는 소통을 잘 안하는 일본 사람들이기에 소통을 전제로하는 커뮤니티에 들어오게하는 이유일지도 모르겠습니다.
또한 일본은 동아리 활동을 하는게 초등학교나 중학교에서도 일반적이나, 한국 같은 경우는 야구나 축구를 초중고등학교에서 공부와는 별개로 하는 경우를 보기 어렵다는 점을 얘기하면 조금은 공감가실지도 모르겠습니다.
커뮤니티의 효용
그렇다면 이런 커뮤니티에 들어가는 것이 우리 회사에게 어떤 이점이 있을까요?
1. 팬을 만들수 있다
커뮤니티에 적절하게 어프로치 하는것을 통해 자사 서비스에 대한 인지도와 에반젤리스트 확보가 가능합니다. 실제로 그렇게 하여 성과를 본 한국 스타트업도 있고요.
이렇게 커뮤니티 안에 본인의 서비스의 이념에 공감해주며, 팬으로서 제3자의 시선으로 추천해 주는 것은 일본에서는 아주 중요한 부분입니다. 영업이나 마케팅에 대해 비판적인 생각을 가지신 분들도, 제3자의 추천, 그것도 커뮤니티 내에서 어느정도 입지가 있는분의 의견이라면 일단 수긍해 주는 부분이 있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이러한 팬의 확보는 최종적으로는 개인과 회사의 브랜딩이 되어, XX라면 OO사의 서비스, 라는 형식으로 추천을 받게 되어 인바운드로 고객사를 확보할 수 있게 해주기 때문입니다(Top of mind 효과라고 하죠).
2. 업계의 전반적인 흐름을 항상 이해할 수 있어 질 좋은 인사이트를 얻을 수 있다
커뮤니티는 주로 이벤트를 통해 이루어지고, 많은 이벤트에서는 LT (Lightning Talk)와 같은 발표 세션이 주요한 컨텐츠 중 하나입니다.
이러한 LT 세션의 테마는 시의적절한 내용이 주를 이루고요(최근에는 너도 나도 할것 없이 AI이긴하나), 그러한 테마를 쭉 보는 것만으로도 해당 커뮤니티의 구성원들이 어떠한 고민을 가지고 있고, 어떻게 풀려고 하는지 알수 있어 중요한 인사이트가 될 수도 있습니다.
3. 자체적인 Asset으로서의 커뮤니티를 가질 수 있다
좀더 나아가서 본인들이 커뮤니티를 운영까지 한다면 이게 회사의 Asset이 될수 있고, 회사의 서비스가 확장 되었을때 새로운 고객을 0으로부터 확보해야할 필요없이, 커뮤니티 내에서 미리 관계성을 가지고 있는 지인/친구로서 먼저 도입을 해줄 잠재 고객이 있는 샘입니다.
그리고 이러한 Asset은 복리적인 효과를 가지고, 긴 시간이 갈수록 더 큰 효과를 낼 수 있습니다. 특정 커뮤니티에 기반한 포지셔닝은 특히 마케팅 비용을 0으로 수렴시키는 효과를 볼 수 있습니다.
커뮤니티 어프로치의 주의점
그렇지만 이러한 커뮤니티에 들어가는 것에는 주의할 점도 있습니다.
1. 투자적 관점으로 바라볼것
브랜딩과 관련해서도 해야할 이야기지만, 커뮤니티는 본인 회사의 Asset이 되는 부분이며, 이건 PL보다는 BS 적인 관점에서 바라봐야 할 부분입니다.
한국 회사는 전반적으로 CF 또는 PL적인 관점으로 사업을 보는 경우가 많은데, 단기적인 ROI 를 얻기 위해서 한다면
그렇기 때문에 많은 검토와 결단이 필요한 부분도 이 점이고, 우리 회사의 체력과 할 수 있는 마지노선이 어디까지인가를 정해놓고 적절하게 장기적으로 커뮤니티에 투자를 하는것이 중요합니다. 단기적으로 치고 빠지는 브랜드 사업을 하신다면 오히려 너무 ROI가 맞지 않을실듯 하여 이러한 방법론은 처음부터 맞지 않겠다는 생각도 들고요.
일본에 진출하는 대부분의 회사가 "일본 고객들은 로열티가 높고 장기적으로 서비스를 이용한다"는 것을 이점으로 내세우시는데요, 그렇기 때문에 고객들은 장기적으로 제대로 할 마음이 있는 회사를 고른다는 점도 꼭 기억하시고, 이러한 관점은 커뮤니티 운영자도 이 사람이 커뮤니티에 진심을 다 할 생각이 있는 사람인가를 보고 있다는 것을 기억해두시면 좋을듯합니다.
참고로 일본의 가장 오래된 비지니스 커뮤니티인 교토의 상인들은 "회사가 100년 정도 되었으면 장사 좀 해본거고, 400년되면 꽤 오래된 가게"로 칠 정도로 일본의 사업하시는 분들의 타임 라인은 깁니다.
2. 본인들의 Take 할 부분만 티나게 가져가지 않기
체리픽커 (Cherry Picker)는 Free Rider와 같이 사회의 적으로 배척당하는 존재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커뮤니티에 속하기 위해서는 (무언가를 얻어가기 위해서는) 먼저 Give를 할수 있도록 노력하는것이 중요합니다. 사실 이런 커뮤니티에 공헌하는 것이 뭐 따로 어려운것이 아닙니다. 그저 오프라인 이벤트할 때 접수처에서 사람들 명함 받아 네임카드 나눠주는 일을 솔선 수범 한다던가, 장소를 제공한다거나, 하다못해 이벤트의 모객을 돕기위해 X에서 리포스트라도 한다거나. 결국 본인이 할 수 있는 선에서 커뮤니티 운영의 도움이 되는 일을 하는것이 진정성이고, 그 이상의 것을 무리하게 하는것은 불필요합니다.
간혹 단기적인 생각으로 배척받는 것에도 거리낌 없는 분들이 있기도 한데요, 그런분들은 일본 스타트업 커뮤니티 뿐만이 아니라 후속되는 한국 스타트업 후배들을 생각해서라도 좀 자제를 하시면 좋겠다는 생각을 하기는 합니다. ( 뭐 요새 이런분들이 거의 없어진것 같긴 합니다만)
커뮤니티를 찾는법
그렇다면 이런 커뮤니티를 찾기 위해서는 어떻게 해야 할까요?
1. 이벤트/커뮤니티 서비스로 찾기
일본의 주요 이벤트 작성 솔루션은 Peatix와 Compass가 있습니다. 전자는 일반적인 이벤트에 많이 쓰이고, 후자는 주로 소프트 웨어 엔지니어들의 이벤트/스터디에 많이 쓰이죠.
Peatix는 한국으로 따지면 이벤터스에 해당한다고 생각하시면 될듯합니다. 반대로 Compass와 같은 서비스는 제가 몰라서일지 그렇지만 한국에는 없는듯 합니다.
이러한 서비스를 통해 검색하거나, 또는 비슷한 업계의 지인분에게 어떤 이벤트에 참석하는지를 확인해보고, 그 이벤트를 주최하는 커뮤니티가 어떤곳인지를 알아보는 것도 좋은 방법입니다.
2. X (Twitter)
일본은 X의 나라라고 해도 무방합니다. 특히 2011년의 관동대지진 이후, 온라인에서의 리얼타임 정보를 얻기 위해서 당시의 트위터 계정을 만드는 이가 확 늘었고, 지금도 일본에서 SNS상에서 화제인 XX 이라고 하면 보통 X를 칭할정도로 일상적인 서비스가 되었는데요, 특히 한국에서는 엔지니어들이나 실명으로 쓰지 대부분의 사람이 익명으로 활용하는 서비스이나, 일본에서는 비지니스 퍼슨들도 실명으로 많이 쓰는 서비스가 되었습니다.
특히 마케터등 C향 서비스를 하는 사람들은 대부분 X를 쓰게 되었고, 그러한 마케터를 위한 서비스등의 BtoB 솔루션도 X를 사용하는것이 당연시 되어 폭발적으로 유저가 늘었죠.
이러한 X를 통해 커뮤니티에 들어가는것은 상당히 진입장벽이 높은데요, 반면 X에서 유명한 사람이 된다면(셀프 브랜딩이 되어 있다면) 그것은 여러분의 회사도 그렇지만 (회사원이라면) 개인에 있어서도 하나의 큰 Asset이 될수 있습니다.
실제로 저도 IVS에서 만난 몇몇분은 "오 당신이 그 유명한..."느낌의 반응을 받을 수 있어 알게 모르게 브랜딩 효과가 되기도 합니다(저는 익명이라 따로 얘기하진 않습니다만, 숨기지도 않기에 이러한 커뮤니케이션이 일어나기도 합니다).
이건 부연설명이나, 일본의 LinkedIn은 비활성화 되어있고, Facebook과 X가 그 역할을 한다고 생각해 주시면 됩니다. 반대로 Blind와 같은 기업에 특화되어 있는 커뮤니티는 없는데요, 비슷한 기업 리뷰 서비스는 Openwork가 있지만 한국의 Blind만큼 유명하지도, 또한 커뮤니티화 되어있지 않습니다.
맺음글
오늘은 일본 커뮤니티에 대해서 좀 간단히 설명을 해보았습니다.
사실 커뮤니티만큼 일본에서 효과적인 BtoB 마케팅이 많지는 않고, 이러한 특성을 잘 살리면 천군만마가 됩니다만, 반대로 커뮤니티에서 별로인 사람으로 낙인찍히면 상종하고 싶지 않은 사람/회사가 되어 향후의 업무가 힘들어집니다.
그런만큼 커뮤니티와 본인 회사와의 거리를 어떻게 가져가냐는 한국 회사 입장에서는 조심히 다가가야 하는 문제이고, 또 회사 입장에서 커뮤니티와의 관계를 맷는 멤버 = 회사의 얼굴을 누구로 하냐도 중요한 문제이기 때문에 고민 포인트가 될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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