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7월 29일, 일본 핀테크 업계에 큰 화제가 된 소식이 전해졌습니다. 일본의 대표적인 B2B 핀테크 스타트업 UPSIDER가 메가뱅크 미즈호 파이낸셜 그룹(이하 미즈호FG)에 인수된다고 발표한 것입니다. 미즈호FG가 기존 주주들로부터 전체의 약 70% 지분을 460억엔에 취득하게 되면서, UPSIDER는 사실상 미즈호 그룹사로 편입되었습니다.
이 소식은 곧바로 일본 스타트업 생태계에서 화제가 되었습니다. 고성장을 거듭하며 IPO를 준비하던 유니콘급 스타트업이 갑작스럽게 대기업에 인수되었기 때문입니다. 더욱이 UPSIDER는 실적 부진으로 인한 ‘구제성 M&A'가 아닌, 오히려 연 50% 성장을 지속하며 매출 100억엔 규모까지 확대된 상황에서의 전격적인 결정이었습니다.
1. 일본 B2B 핀테크의 주요 플레이어, UPSIDER
UPSIDER는 2018년 5월 설립된 B2B 핀테크 스타트업으로, 법인카드와 결제 서비스를 핵심 사업으로 하고 있습니다. 2020년 9월 법인카드 'UPSIDER'를 정식 출시한 이후 꾸준한 성장세를 보여왔습니다.
회사의 핵심 차별점은 독자적인 AI 여신 모델입니다. 기존 금융기관들이 복잡한 서류와 담보를 요구하며 몇 주씩 걸리던 여신 심사를, UPSIDER는 AI를 활용해 며칠 내로 단축하여 처리합니다. 특히 자금 조달이 어려운 스타트업과 중소기업들에게 혁신적인 금융 서비스를 제공해온 것으로 평가받고 있습니다. 창립 이후 지금까지 일본의 주요 VC들로부터 100억엔이 넘는 투자를 받았습니다. 현재 8만여 사의 고객사를 보유하고 있으며, 누적 5,000억엔이 넘는 여신을 제공했습니다.
흥미롭게도 고객층도 변화했습니다. 초기에는 주로 도쿄의 스타트업들이 고객의 대부분이었지만, 현재는 80% 이상이 전국의 중소기업으로 바뀌었습니다. UPSIDER가 스타트업 대상 서비스를 넘어 일본 중소기업 금융의 중요한 인프라로 성장하고 있었습니다.
2. 미즈호와의 관계 발전 과정
UPSIDER와 미즈호 그룹과의 인연은 2023년으로 거슬러 올라갑니다. 양사는 2023년 11월 합작으로 'UPSIDER BLUE DREAM Fund'라는 100억엔 규모의 벤처 데트펀드를 설립했습니다. 이 펀드는 UPSIDER의 AI 여신 기술과 미즈호의 금융 노하우를 결합해 그로스 스테이지 스타트업들에게 최대 10억엔까지 융자하는 것을 목표로 했습니다.
당시만 해도 이는 일반적인 사업 파트너십으로 여겨졌습니다. 하지만 불과 2년 만에 이 관계는 전격적인 그룹 편입으로 발전하게 되었습니다.
양사가 공통으로 가진 '도전자를 지원한다'는 철학이 협력의 기반이 되었던 것으로 보입니다. 미즈호FG는 새로 제정한 퍼포스 "함께 도전한다. 함께 결실을 맺는다"를 내세우며 혁신 기업 지원에 적극 나서고 있었고, UPSIDER 역시 "도전자를 지원하는 세계적인 금융 플랫폼 창조"라는 미션을 가지고 있었습니다.
3. 창업자의 진솔한 고백: note 글로 공개된 의사결정 과정
미야기 토오루 CEO는 최근 자신의 note 계정에 이번 인수 결정에 대한 상당히 솔직한 심경을 공개했는데요. 이 글을 통해 그간 공개되지 않았던 인수 과정의 내막과 창업자의 고민을 엿볼 수 있어 해당 내용을 요약해서 소개해드리고자 합니다.
원본 링크: https://note.com/toru_miyagi/n/nc73d90ee0d01
갑작스러운 제안과 내적 갈등
2024년 10월 29일, UPSIDER 시리즈 D 자금 조달 직후 미야기 CEO에게 갑작스러운 이메일이 도착했습니다. 미즈호FG 경영진으로부터 온 메시지였습니다.
"미즈호FG 안에서 미즈호를 활용하여 함께 성장하지 않겠습니까? 지금까지와 같이 UPSIDER 경영진이 결정권을 가지고 상장을 목표로 해나가세요. 저희는 그 성장을 서포트하고 싶습니다."
이 갑작스러운 제안에 미야기 CEO는 크게 동요했다고 고백합니다. 기쁨 반, 불안 반의 복잡한 감정이 교차했습니다. 평소 즉단즉결을 신조로 삼던 그도 이번만큼은 쉽게 결정을 내릴 수 없었다고 합니다. 혼자 고민하다가 2주가 흘러갔습니다.
결국 공동창업자 미즈노와 상의한 후 만남을 갖기로 했습니다. "그렇게 성의를 가지고 제안해주시는 거라면 이야기를 들어봐야 하지 않을까? 경영 결정권도 인정해주시고 상장도 계속 목표로 해도 된다고 하시는 건 들어본 적이 없을 정도로 특별한 제안이라고 생각한다"는 미즈노의 조언이 결정적이었습니다.
운명을 바꾼 식사 모임
약 2주 후, 미야기 CEO는 미즈호FG 임원 두 명과 함께 식사 자리를 가졌습니다. 놀랍게도 몇 시간의 식사 동안 가격이나 지분 같은 '조건'에 대한 이야기는 전혀 나오지 않았다고 합니다. 대신 서로의 철학과 가치관에 대해 깊이 있게 대화했습니다.
"왜 이 사업을 하고 있는가, 어떤 것을 이루고 싶은가." 각자의 생각을 진솔하게 나누는 과정에서 미야기 CEO는 양측이 공통적으로 가진 DNA를 발견했습니다. "자신들이 누구보다도 일본 기업의 도전을 뒷받침한다"는 신념이었습니다.
미야기 CEO는 이때를 회상하며 "기업 규모나 역사는 완전히 다르지만, 실제로는 근본적인 부분에서 비슷한 점이 많다"고 표현했습니다. 약간의 '청춘스러움'마저 느껴지는 사명감과 그것에 대한 전력 투구 문화가 닮아있다는 것입니다.
10년 전 좌절에 대한 리벤지
미야기 CEO에게 이번 결정은 개인적으로도 특별한 의미가 있다고 합니다. 그는 2014년 맥킨지 신입으로 금융 부서에 배치되어 대형 소매 그룹의 카드 사업과 대기업의 핀테크 사업을 담당했었습니다. 하지만 당시 실력 부족으로 인해 큰 벽에 부딪혔던 쓰라린 기억이 있습니다.
2016년부터는 대형 금융기관 컨설팅에 참여했는데, 마이너스 금리 정책의 본격화로 업계 전체가 어려운 상황이었습니다. 경영회의 안건도 자연스럽게 "인력 배치 재검토"나 "점포망 슬림화" 같은 비용 최적화에 집중되었습니다.
특히 중소기업 대상 융자 부문이 상징적이었습니다. 역 앞에 여러 지점이 나란히 있던 풍경이 점점 사라지고, 지역 사업자들과 직접 마주하는 인력의 수도 확실히 줄어들었습니다. 중소기업을 누구보다 지원해온 금융기관들이 구조적 제약 때문에 결과적으로 그 현장에서 거리를 두게 되는 모순을 목격하며 강한 위기감을 느꼈다고 합니다.
"10년 전에는 컨설턴트라는 입장에서, 거의 실적도 없는 1명의 젊은 직원으로 관여했었다면, 이번에는 자신이 리스크를 지고 당사자로서 업계를 바꿔나가려 하고 있다. 이는 과거의 나에 비해 엄청나게 큰 변화다."
이는 단순한 사업적 판단을 넘어선, 개인적인 사명감과 10년 전 좌절에 대한 리벤지 의지가 결합된 의사결정이었던 것으로 보입니다.
성장 한계에 대한 위기의식
이번 결정의 핵심 배경에는 UPSIDER의 성장 속도에 대한 위기의식이 있었습니다. 5년간 8만 사의 고객을 확보했지만, 일본에 100만 사가 넘는 중소기업 중 겨우 수 퍼센트에 불과합니다. 같은 속도로는 10년 후에도 20만 사 미만일 것으로 예상됩니다.
"이 속도로는 너무 늦어서 때를 놓칠지도 모른다"는 절박함이 있었습니다. 특히 2024년부터 2025년에 걸쳐 일본 중소기업 금융 시장이 급변하고 있는 전환점에서, 지금이야말로 폭발적인 성장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판단했습니다.
미야기 CEO는 "자신들의 성장 속도를 몇 배가 아닌 십수 배로 높이는, 그런 폭발적인 타개책을 계속 모색하고 있었다"고 밝혔습니다.
미즈호가 제공하는 게임 체인저들
UPSIDER가 금융 플랫폼으로서 한 단계 더 도약하기 위해 필요한 환경의 대부분을 미즈호FG가 이미 보유하고 있었다는 점이 결정적이었습니다.
무엇보다 신용력과 자금 조달력이 핵심입니다. 지금까지 수백억엔 규모의 융자를 받아왔지만, 이를 수천억엔 규모로 확대하려면 압도적인 신용 기반과 네트워크가 필요합니다. '미즈호FG'라는 브랜드가 가진 신용력은 일본 금융의 핵심에 위치하는 것으로, 앞으로 도전할 영역에서 큰 버팀목이 될 것으로 예상됩니다.
또한 UPSIDER는 AI 여신 등의 테크놀로지를 강점으로 하지만, 그 진가를 발휘하려면 현장에서의 치밀하고 성실한 오퍼레이션과의 조합이 필수입니다. 미즈호FG가 전국에 전개하는 점포와 지역 경영자들과의 강고한 관계, 사업 승계나 판로 개척 등의 지원력은 UPSIDER만으로는 도저히 쌓을 수 없었던 극히 귀중한 자산으로 보입니다.
'도전의 자릿수'가 바뀐다
미야기 CEO는 앞으로의 변화를 '도전의 자릿수가 바뀐다'고 표현했습니다. 결제 금액으로는 지금까지 수천억엔 규모의 승부를 하던 것에서 수조엔 규모에 도전할 수 있게 된다고 합니다. 고객사 수로는 수만 사에 서비스를 제공하던 것에서 수십만 사의 과제 해결을 위한 인프라가 되는 것을 목표로 할 수 있게 된다고 합니다.
"공동창업자 미즈노와 이야기해보니, 느낌상으로는 '시리즈 A' 때와 비슷하다고 합니다. 당시에는 매월 50% 이상의 성장을 기록하고 있어서, 3개월 후에는 보는 세상이 완전히 달라져 있었다고 합니다."
앞으로 수년간은 '사회가 기대하는 것'과 '현재 자신들의 역량' 사이의 격차로 힘든 시간을 보낼 것으로 예상한다고 합니다. 그만큼 더 높은 목표에 도전해야 하기 때문입니다.
새로운 성장의 시작점
미즈호FG로의 그룹 편입은 UPSIDER에게도 미야기 CEO 개인에게도 골이 아닌 새로운 도전의 스타트라고 강조했습니다. 창업 초기부터 내걸어온 "도전자를 지원하는 종합적인 금융 플랫폼" 실현을 향한 방향성은 전혀 바뀌지 않으며, 핵심 문화도 그대로 유지할 계획이라고 합니다.
일본에서는 과거 IoT 플랫폼 기업 소라콤(SORACOM)이 2017년 KDDI에 인수된 후, 2024년 3월 '스윙바이 IPO'라는 방식으로 동경증권거래소 그로스 시장에 성공적으로 상장한 사례가 있었습니다.
(스윙바이 IPO는 우주 탐사에서 우주선이 행성의 중력을 이용해 가속하는 것처럼, 스타트업이 대기업의 지원을 받아 성장한 후 다시 독립적으로 상장하는 방식입니다.)
이번 UPSIDER의 미즈호FG 편입도 단순한 M&A를 넘어 양측의 강점을 극대화하며 일본 중소기업 금융 생태계 전체를 혁신하려는 도전으로서, 소라콤과 같이 회사 성장의 새로운 기폭제가 될지 기대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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