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재팬인사이트> 구독자 여러분, 오늘은 ”엔터프라이즈 세일즈의 극의(極意)”의 두번째 이야기입니다. 지난번에 설명드렸듯, 제목은 일본에서의 비즈니스의 극의(ビジネスの極意)라는 “성공을 위한 보편적인 원칙이나 상황에 따라 변화하는 전략, 스킬”을 나타내는 표현에서 따왔습니다. 아직 앞의 두편을 읽지 않으셨다면 아래 링크에서 확인하세요.
첫 번째 이야기에서는 리드인이 되었을 때와 데모에 대한 내용을, 두번째 편에서는 NDA, 트라이얼/PoC의 접근법, 그리고 가격제안에 대하여 다루었습니다. 오늘은 마지막으로 보안, 법무, 청구에 대한 부분에 대해 말씀 드리도록 하겠습니다.
영업을 하시는 분들중 자신의 역할은 딜을 클로징하는 것까지만 이라고 생각하고, 보안요건이나 계약서, 청구서 관련 업무를 사내의 유관부서에 떠넘기기 일쑤입니다. 하지만, 진정한 엔터프라이즈 세일즈라면 영업이 고객의 요건과 의사를 정확히 전달해야 하는 중간자 역할이어야 합니다. 생각보다 고객담당자와 영업사원 사이에서 lost in translation으로 인해 쉽게 끝날 딜이 배가 산으로 가고 결국은 lost deal이 되어버리곤 합니다. 이런 측면에서 저는 영업이 자신의 회사와 고객 사이에서 철저히 셰르파(Sherpa) 역할을 해야한다고 믿고 있습니다.
보안체크
이 항목은 사실 필요하지 않는 제품이나 서비스들이 대부분이라고 생각하지만, 요즘처럼 다양한 툴과의 연동이 일반화되고 있는 상황에서, 고객사내 시스템과 어느 지점에서 연동이 된다면 필수사항입니다. 고객에 따라 트라이얼 진행 전에 클리어해야 하는 경우도 많습니다.
글로벌SaaS의 경우는 SOC2라던가 정부를 대상으로 하는 경우 FedRAMP 같은 보안인증을 받으면 왠만한 기업들은 보안체크가 불필요하다고 보지만, 일본에서는 국내용 ISMS 같은 인증이 있어도 별도로 보안체크리스트(Security Questionnaire)를 대응해야 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아마도 한국의 ISMS-P라던가 미국SOC2를 취득해본 경험이 있는 분들이라면 크게 걱정은 안하셔도 됩니다. 왜냐하면 묻는 내용들이 인증을 받을 때 답한 내용과 거의 유사하기 때문입니다. 요청을 받으면 지레 겁부터 먹는 곳들도 있는데, 내부 보안 담당자와 함께 답변을 준비해 보시는 것을 추천합니다.
제가 미국SaaS기업을 운영하는 입장에서 대기업의 보안요구사항이 과도하게 느껴지는 경우는 없습니다. 오히려 내용에 부합하지 않는다면 여러분의 기업 내부의 보안정책을 다시 한번 점검해 봐야 한다는 뜻일 겁니다. 물론 경우에 따라서는 부정적인 답을 해야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이에 대해서도 고객과 충분히 상황을 설명하고 언제까지 개선할 것인지를 설명하는 식으로 충분히 설득할 수도 있습니다.
지난 회에서 설명한 NDA와 마찬가지로, 보안체크리스트도 일본의 대기업의 경우는 영문판을 가지고 있는 경우가 흔합니다. 이 문서 자체를 고객 IT부문에서 제공하는데, 담당자가 영문판의 존재를 모르고 있는 경우도 있어, 담당자에게 IT부문에게 영문판 제공이 가능한지 확인을 요청해 달라고 하는 것도 좋습니다. 영문판이 없다면 안타깝게도 일본어로 대응해야 합니다. 사내 보안 담당자가 일본어가 안된다면, 한국어로 답변을 받아, 일본어 번역을 하여 제공하는 방식을 취해야 합니다.
다양한 기업의 체크리스트를 봤지만, 질문들은 대부분 대동소이 합니다. 한번 해보면, 그 다음부터는 좀더 수월하게 답변할 수 있을 겁니다. 보통 체크박스와 드롭박스 선택식이고 필요하면 설명을 덧붙이는 방법이라 생각보다 시간이 오래 걸리지도 않습니다.
법무체크
여기까지 왔다면 거의 계약완료라고 생각합니다. 사실 SaaS제품의 경우 계약서 리뷰를 하는 경우는 극히 드뭅니다. 그냥 자사의 ToS (Terms of Service)를 고집하세요. 미국SaaS제품의 수많은 계약을 해봤지만, 별도 계약서를 맺는 경우는 정말 드뭅니다. 그리도 보통 ToS도 홈페이지 상에 기재되어 있어 특정고객을 위해 따로 대응하는 것도 수월하지 않습니다. 대부분 일본 고객들도 어느정도 수긍하는 부분입니다.
이 지점에서 하나 짚고 넘어가고 싶은 것은, 일본지사가 있고 일본에서 과금하는 경우는 일본어ToS가 기본이 될 것입니다. 지사가 없다면, NDA처럼 영문ToS를 기반으로 합니다. 많은 한국스타트업이 해외진출할 때 한국어 ToS를 그냥 직역해서 올리는데 기준이 되는 법령이나 내용이 해외와 많이 달라 추천하지 않습니다. 해당국가 변호사가 검수한 그 나라에 맞는 ToS를 준비하시기 바랍니다. 일본진출만이 아니라 궁극적으로 글로벌진출을 지향한다면 일본어ToS보다는 영문ToS를 우선으로 작성하고, 영문ToS로 일본고객과 거래해도 문제되지 않는다고 생각합니다.
여담으로, 엔터프라이즈 세일즈와는 무관하지만, 일본시장에서 흥미로운 점을 하나 공유드리자면, B2C제품의 경우도 ToS를 다 읽어보고 가입하는 유저들이 있어요. 그만큼 일본고객은 꼼꼼합니다.
다시 엔터프라이즈 세일즈 관점으로 돌아와서, 계약서 변경을 요청할 경우 어떻게 할까요? 하나의 방식은 기존ToS를 MS워드 등으로 문서화 하여, 서로의 법무팀이 리뷰 및 수정을 거쳐 계약체결을 하는 방법입니다. 대규모 수정이 될 수 있고, 몇년이 지나면 담당자도 바뀌어 팔로우업이 어려운 경우도 많아 저는 별로 선호하지 않습니다.
일본 대기업들도 이젠 SaaS제품을 많이 도입하다보니 이렇게까지 요구하는 경우는 드믈다고 느껴집니다. 단, 고객에 따라 SaaS기업의 ToS에 흔히 숨겨져 있는 고객을 마케팅 용도로 사용한다는 조항(Use of Your Trademarks) 같은 것을 날카롭게 찾아내 무효화해 줄 것을 요구합니다. ToS의 특정조항에 대해 변경을 요청받는 경우에는 계약서를 새로 작성하거나 하지 마시고, 두번째 편에서 설명한 제안서에 해당 조항은 무효하다는 조건을 기재하는 방식으로 슬기롭게 해결할 수 있습니다.
(👇참고) 일본의 4조원 정도 매출규모의 IT기업에서 내부 보안승인 받은 전자계약 서비스 일람 (비교적 수용범위가 넓은 특이한 사례입니다. 일본의 전자계약 시장도 얼마다 레드오션이 되었는지 아시겠죠?)
| Adobe Acrobat Sign | jinjer (ジンジャー)サイン |
| DocuSign | Money Forward クラウド契約 |
| CloudSign | OneSpan |
| CONTRACTHUB | PandaDoc |
| 電子印鑑 GMO サイン | SAP Fieldglass |
| BtoB プラットフォーム契約書 | TBLOCK SIGN |
| ContractS CLM | WAN Sign |
| DagreeX | セコムあんしんエコ文書サービス |
| DropboxSign (旧 HelloSign) | SMBC クラウドサイン |
| eSign anywhere | 契約大臣 |
| freee サイン | BOX Sign |
| Great Sign | GetAccept |
| InvoiceAgent |
청구서 및 결제
다 끝난줄 알았죠? 돈 받아야죠. 사실 결제대금을 받는 행위가 가장 마지막이다 보니 순서상 마지막에 두었지만, 사실 굉장히 초기부터 고객과 조정해야 하는 사항입니다. 계약서와 유사하게 국내법인이 있는 경우와 해외법인으로 계약하는 경우에 따라 접근 방법이 다릅니다. 하지만, 국내이던 해외이던 일본대기업과 첫 계약을 맺는 것 자체가 큰 산을 넘는 것과 같습니다. 일본 국내기업의 경우도 대기업과 첫 거래를 하기 위해서는 이른바 ‘구좌개설(口座開設)’이라는 절차를 밟아야 합니다. 고객의 경리부서에서 거래처대장에 등록하는 작업을 하면서 은행계좌를 등록하는 행위를 포함하기 때문에 ‘구좌’를 연다는 표현을 쓰게 되는데, 이것이 일본기업의 경우에도 길 때는 한 달이 넘게 걸리는 경우가 있습니다. 첫거래를 매우 신중하게 하고, 한번 거래가 생기면 그 이후로는 신용거래가 된다는 말입니다. 다시 말해, Retention rate이 굉장히 높은 것이 일본고객입니다. 단, 안타깝게도 해외법인에 대해서는 이런 ‘구좌개설’자체가 일반적으로 불가합니다.
국내와 국외를 막론하고 이 절차의 복잡함과 허들 때문에 일본시장에서 굳건한 역할을 하는 것이 바로 판매대리점(Distributor 또는 Reseller)입니다. 이 부분에 대해서는 따로 다루는 것이 나을 것 같아 여기서는 길게 다루지 않겠습니다. 참고로, 제 경험에서 SBC&S나 오오츠카상회(大塚商会)와 같은 대형 판매대리점과 계약을 맺는데는 1년이상 걸립니다. 물론 그것도 상대방에서 관심을 갖아주는 제품에 한해서입니다.
가끔 운이 좋고, 단가가 낮은 제품의 경우는 위의 프로세스를 건너뛰고 바로 카드결제로 쉽게 클로징 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다만, 신용카드 보급율이 낮은 일본에서 법인카드를 통한 결제는 더더욱 드뭅니다. 요즘은 SaaS툴이 너무 넘쳐나다보니, 중견이나 중소기업에서는 카드결제를 위해, 경리부에서 법인카드를 하나 보유하고 요청 올때마다 경리직원이 카드결제를 해주는 웃지 못할 상황도 많이 봅니다. 조직이 크면 클수록 이 또한 더욱 어렵습니다.
여담으로 한국은 Stripe와 같은 글로벌 결제플랫폼이 진출하지 않아, 해외카드 결제조차 원활하지 못한 경우가 많습니다. 해외고객에 어떻게 청구하고 돈을 어떻게 받을지 사전에 파악도 안한 채로 무작정 해외진출을 하겠다고 나서는 스타트업이 많은데, 너무 나이브한 생각입니다.
리셀러도 없고, 카드결제도 어려우면, 답은 해외송금입니다. 한국스타트업만이 아니라 일본스타트업들도 겁없이 해외진출하며 막상 계약했는데 돈을 받지 못해 해메는 경우를 본적이 있습니다. 이것도 여담인데, 일본은 은행의 법인구좌 개설이 엄청나게 까다롭습니다. 그런 연유로 스타트업의 경우 가장 손쉬운 인터넷 법인계좌를 개설하는 경우가 종종 있는데, 해외로부터의 송금이 불가능한 계좌들이 있습니다. 이를 뒤늦게 깨닫고 새로 다른 대형은행 계좌를 만드려고 해도 거절당하거나 몇달이 걸리기 일쑤입니다.
한국스타트업의 경우는 해외거래 경험이 많지 않다면, 송금 받을 때 어떤 정보를 고객에게 제공해야 하는지 잘 모르는 것 같습니다. 일본대기업의 경우는 그나마 났지만, 중견기업이나 국내비즈니스만 주로 하는 경우에는 고객쪽에서도 어떤 정보가 필요한지 경험이 부족해 해메는 경우도 많습니다. 이용하시는 법인계좌의 은행에서 아래와 같은 해당정보를 미리 숙지하시고 청구서(Invoice) 발행시 꼭 함께 기재하시기 바랍니다. 한국은행 측에도 제공해야 하는 정보들이 있을 수도 있으니 상세한 내용은 거래하시는 은행에 확인해 보시기 바랍니다.
- 송금인에게 받는 사람 (Beneficiary)
- 수취인명 (Beneficiary Name)
- 계좌번호 (Beneficiary Account Number)
- 은행 영문명 (Beneficiary Bank Name)
- SWIFT CODE (Beneficiary Bank Swift Code)
- 은행 영문주소 (Beneficiary Bank Address)
별거 아닌 것 같아도 흔히 실수하는 부분이 기업 영문명이 틀린다던가, 은행 영문주소에 기업의 영문주소를 기입한다던가 하는 것들입니다. 송금이 제대로 안되었을 때 여러번 다시 보내기에는 송금수수료도 크고, 현금흐름에 큰 영향을 받을 수도 있기에 주의하셔야 할 것입니다. 요즘은 해외송금이 빠르면 1주일 이내에도 완료가 되지만, 여유롭게 2~3주 정도 여유를 주는 것이 좋으며, 기한 내 지불이 안되었다고 서비스를 일방적으로 중지하거나 하는 일은 피하는 것이 좋을 것 같습니다.
긴 글 읽어주셔서 감사했습니다. 제 글은 여기까지입니다. 굉장히 TMI 같은 내용이었지만, 모든 상담이 천차만별인 만큼, 다루지 않은 내용도 많습니다. 그래도 확률적으로 마주할 가능성이 많은 에피소드 중심으로 정리한 내용이니, 많은 분들이게 조금이나마 참고가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단, 머리로 아는 것과 실행하는 것은 별개의 얘기입니다. 실무에서 적용해 보고 시행착오를 겪으면서 자신만의 영업스타일을 다듬어 가시길 바랍니다.
뉴스레터를 제가 너무 독점하여, 다시 기존 필진들에게 바통을 넘깁니다. 다음 에피소드는 아직 안정해졌지만, 9월말 정도에 다시 찾아 뵙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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