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nterview : 일본을 대표하는 대기업의 오픈 이노베이션.

대기업의 시선으로 바라보는 오픈 이노베이션

2024.12.16 | 조회 304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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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apan Insight

일본 스타트업 시장의 흥미로운 인사이트를 보내드립니다.

*이번주 뉴스레터는, 인터뷰 형식으로 다루었습니다.

일본 대기업에서는 오픈 이노베이션(대기업과 스타트업 사이의 협업)을 어느 정도의 온도감(温度感)으로 바라보고 있는지에 대한 내용입니다. 

 

들어가기 전에 -  일반적인 일본 대기업 직급에 대한 사전 지식🧐 : 

보통 관리직의 첫관문인 "과장"을 다는 나이가 대략 40세 전후 입니다. 물론 요즘은 인재를 조기에 발탁해야 한다고 30대 중반의 과장들도 등장하기 시작했지만, 통념상 40세즈음에 과장을 달고, 과장은 말 그대로 한 과(課)의 리더이기 때문에 직급도 꽤 높습니다. 즉, 우리나라 분들이 과장은 만난다고 하면, "내가 왜 이렇게 아랫사람을 만나?"라고 반문하는 경우가 있는데, 굳이 대비한다면 일본의 과장은 우리나라의 부장정도라고 보시는게 맞습니다. 자 그러면, 과장을 달면 그 다음은 보통 부장, 본부장/사업부장/통괄부장 순으로 승진하게 되고, 그 다음이 임원트랙입니다. 임원은 보통 집행역(영어인 Executive officer로 생각하시면 편합니다)라는 직책부터 시작하는 경우가 많은데, 이는 우리나라로 따지만 이사라는 명칭과 비슷하며, 그 다음으로는 유사하게 상무, 전무, 부사장, 사장 식으로 승진하게 됩니다. 여기서 주의점은, 아까 말씀드렸듯이, 일본의 과장이 우리나라의 부장급인 것처럼, 부장은 우리나라의 사업부장, 본부장급, 일본의 본부장급이면 우리나라의 이사급이라고 생각하셔야 합니다. 

출처 : YJ의 페친 겸 실친 임상욱님의 페이스북 포스팅 중 발췌

 

인터뷰: 일본 대기업 T사의 오픈 이노베이션에 대하여

 

  • YJ (인터뷰 진행자)

YJ Inc. CEO. 일본의 Startup Ecosystem에 관한 내용을 주로 다루는 뉴스레터 <Japan Insight> 운영진.

  • HS (인터뷰 대상자)

YJ의 MBA 동기. T사의 경영기획부 부장으로서 오픈 이노베이션 및 스타트업 투자를 총괄.

 

with coffee☕️
with coffee☕️

 

변화하는 헬스케어 산업과 T사의 도전

YJ: 바쁜 와중에 흔쾌히 시간을 내어 주셔서 감사합니다. 최근 헬스케어 산업은 전통적인 R&D 모델을 넘어서, 스타트업과의 협업을 통해 혁신을 창출하려 하고 있습니다. T사는 일본 내 대기업 중에서도 오픈 이노베이션을 적극 추진하는 기업으로 알려져 있는데요. 먼저, 귀사가 이러한 전략을 선택한 이유가 무엇인지 궁금합니다.

HS: 저희 T사는 100년 이상의 역사를 가진 기업으로, 일본 내에서 일반의약품(Over The Counter) 분야의 리더로 자리잡고 있습니다. 당뇨병 치료제 등의 신약 개발도 열심히 하고 있고요. 그러나, 의료 기술의 획기적인 발전과 더불어 소비자의 수요가 빠르게 변화하고 있고, 기존의 방식만으로는 더 이상 지속 가능한 혁신을 이끌어내기 어렵다고 판단했습니다. 특히, 스타트업은 유연한 발상과 새로운 접근법으로 전통적인 기업이 해결하기 어려운 문제를 상대적으로 빠르게 해결할 수 있기 때문에, 협업의 가치는 크다고 생각합니다.

YJ: 마치 준비된 듯한 답변이군요. 

HS: 대외용 메시지이지요.

YJ: 그렇군요. 그러면 단도직입적으로, 스타트업과의 협업 가치를 어느 정도로 보십니까?

HS: 솔직히 잘 모르겠어요.

YJ: HS씨가 모르시면, 누가 아나요?? 상사한텐 뭐라고 하시나요?

HS: 솔직히 잘 모르겠다고 합니다.

YJ: 그럼 상사분은 뭐라고 하는데요?

HS: 솔직히 나도 잘 모르겠으니 계속 노력하라고 하는데요.

YJ: 잘 모르는 일이더라도, 미래를 위해 계속 노력하는 것이 중요한 거군요(메모한다).

잘 모른다 하더라도, 오늘 씨앗을 뿌려야 내일 뭐라도 수확할 수 있는 게 아니겠어요 (출처 : Basel area)
잘 모른다 하더라도, 오늘 씨앗을 뿌려야 내일 뭐라도 수확할 수 있는 게 아니겠어요 (출처 : Basel area)

 

T사의 최근 5년간 오픈 이노베이션 성과

YJ:  지난 5년간 T사가 진행한 스타트업 협업이나 투자에서 주목할 만한 사례가 있다면 어떤 것이 있을까요?

HS:  2019년에 일본의 모 스타트업과 함께 누에를 활용한 고단백 웰니스 식품을 공동 개발했습니다. 이 제품은 SDGs로 지속 가능한 단백질 공급원으로 각광받으며, 환경 문제와 건강을 동시에 고려한 혁신적 사례로 평가받았습니다.

YJ: 누에요? 얘 말인가요?

누에입니다.
누에입니다.

HS: 네.

YJ: 이걸.. 소비자들이 돈 내고 사 먹나요?

HS: 네, 커피랑 같이 먹으면 맛있어요.
HS: 네, 커피랑 같이 먹으면 맛있어요.

HS: 건강에 매우 좋습니다. YJ씨 같은 독신 남성에게 부족한 영양분이 듬뿍 들어 있기 때문에 추천드립니다!

YJ: 이거, 잘 안 팔리죠?💢

HS: ...^^ 또한, 저희들은 기술 혁신을 위해 2022년부터 디지털 헬스케어와 AI 기반 진단 솔루션을 가진 스타트업과 협력을 확대해 왔습니다. 이를 통해 저희는 헬스케어 데이터를 분석하여 개인 맞춤형 건강관리 서비스를 제공하는 플랫폼을 준비하고 있습니다.

YJ: 그렇군요! 그런데, 귀사에서 플랫폼 서비스를 운영해 보신 경험이 있나요?

HS: (당당하게) 없습니다. 뭐, 어떻게 되겠죠. 외주업체를 활용해도 좋고, 사내에서 새로운 팀을 만들어서 이동시켜도 되고요. 돈과 사람은 활용하기 나름이지요.

YJ: 스타트업이 가장 부족한 게 돈과 사람인데, 귀사에는 많군요.

HS: 그럼요. 저희는 부자입니다.

YJ: 그러면, 저희 인터뷰가 끝나면 맛있는 거 얻어먹어도 되겠습니까.

HS: 저희 회사가 부자인 것이지 제가 부자인 것은 아닙니다...^^

 

익숙하지 않은 스타트업과의 협업에서 발생하는 도전과 그에 따른 극복 사례

YJ:  혁신을 창출하려는 과정에서 스타트업과의 협업이 쉽지만은 않았을 것 같습니다. 어떤 어려움이 있었나요?

HS: 예를 들어, 웨어러블 헬스케어 디바이스를 개발한 헬스테크 스타트업인 A사와의 오픈 이노베이션 프로젝트를 예로 들어볼 수 있겠네요. 이 스타트업의 경우, 실시간 건강 모니터링 솔루션을 보유했는데, 규제 문제와 일본 소비자 특유의 보수적 수용성이 장애물로 작용했습니다.

A사는 빠르게 시장에 진입하길 원했지만, 저희 입장에서는 신뢰성 검증과 규제 준수를 최우선으로 고려해야 했습니다. 이로 인해 제품 상용화까지 약 2년이 소요되었고, 그사이 다른 경쟁 제품이 먼저 출시되면서 시장 선점의 기회를 놓쳤습니다. 

애플 링은 언제 출시될려나요.
애플 링은 언제 출시될려나요.

YJ: 혹시 저번에 저에게 선물로 주신 이 웨어러블 디바이스인가요?

HS: 맞습니다! 초기형 샘플이긴 합니다만, 직접 사용해 보시니 효과가 있으셨는지요?

YJ: 行動変容(행동의 변화)가 발생할 만한 트리거가 있는지는 솔직히 잘 모르겠는데요. 

HS: 맞습니다! 저도 계속 쓰고 있긴 합니다만, 솔직히 잘 모르겠어요. 

YJ: 그렇군요! 그런데 저희 이런 이야기 해도 됩니까?

HS: 뭐 어때요, 제 회사도 아닌데.(당당)

YJ: 늘 느끼는 거지만, HS씨는 일반적인 일본인과 상당히 다른 것 같습니다.

HS: 하하하. 감사합니다. 자주 그런 말 듣곤 합니다. ^^

YJ: 제가 드린 말씀은 칭찬이었습니다만, 일본인이 이런 말 하면 욕에 가깝지 않나요. ^^+

HS: 사소한 것에 신경을 쓰기 시작하면 빨리 늙습니다. 아무튼, 이런 사례를 통해 배운 점은, 양측이 프로젝트의 속도와 우선순위를 미리 조율한 후, 빠르고 긴밀한 커뮤니케이션을 유지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것입니다.

YJ: 귀사 같은 거대한 기업이 스타트업처럼や 빠르고 긴밀하게 움직일 수 있나요?

HS: 에이, 잘 아시면서. 불가능하죠.

YJ: (못할 거면서 왜 말하는 거지..)시장 선점의 기회를 놓친 점에 대해서 회사 내부에서는 어떻게 바라보나요?

HS: 오픈 이노베이션이 대기업의 캐시카우는 될 수 없으니까요. しょうがないなーと。(어쩔수 없지 뭐.) 

 

한국 스타트업과의 협업 가능성과 매력 요인

YJ:  귀사는 한국 스타트업과의 협력 가능성에 대해 어떻게 보시나요?

HS: 한국은 글로벌 헬스케어 시장에서 기술 혁신의 선두주자로 나서고 있습니다. 특히 디지털 헬스케어, AI 진단 기술, 바이오테크 분야는 저희도 주목하는 영역입니다. 이 외에도 원격의료 솔루션 등에서 뛰어난 성과를 보이고 있고, 기술력을 바탕으로 일본 시장뿐 아니라 글로벌 확장을 고려한 비즈니스 모델을 갖추고 있습니다.

한국의 경우, 내수 시장이 작다는 점이 오히려 플러스로 작용하는 사례이겠네요. Go Global이 Business DNA에 새겨져 있다는 느낌입니다. 또한, 일본과 다르다고 느끼는 점은 한국 정부가 혁신 사업을 중심으로 스타트업들에게 국가적 차원의 재정적인 지원(TIPS)을 하고 있다고 하니, 협업 시 R&D 비용 부담을 줄일 수 있다는 점도 매력적으로 보입니다. 

YJ: 아무래도 일본은 민간 주도의 성장이 주를 이루니까요.

HS: 하지만 한국 스타트업과 협업한다고 할 때, 다음과 같은 부분이 우려되기도 합니다.

헬스케어 뿐 아니라, 일반론적으로 일본 시장은 소비자의 특성이 유니크합니다. 이 부분을 충분히 이해하지 못하면 협업이 어려워질 수 있습니다. 솔직히 말해, 이야기를 전해 들은 대부분의 한국 스타트업은 빠른 의사결정과 실행력을 중시하는 면모가 일관적으로 느껴집니다만 실질적으로 일본에서의 니즈를 파악하기 위한 구체적인 시장조사라거나, 현지의 경쟁사에 대한 검토는 상대적으로 부족하다는 느낌을 많이 받았습니다.

저희들 같은 일본의 전통적인 대기업은 신중한 검토와 검증을 중요시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그리고, 일본 스타트업 대비 해외 스타트업의 경우라면 듀딜리전스를 포함하여 더욱더 검증 절차는 길고 까다로울 수밖에 없습니다. 왜냐하면, 서로 잘 모르기 때문입니다.

같은 일본 기업이라면 설령 스타트업이라도 문화적 배경과 언어가 같을 뿐더러, 출신 학교의 네트워크를 통한 레퍼런스 체크가 상대적으로 용이합니다. 한국을 포함한 해외 스타트업의 경우, 솔직히 어떤 곳인지 알기 어려운 스타트업들이 있습니다.

실제로 그들의 BM이 작동하는지, 해당 국가에서 어떤 레퍼런스를 가지고 있고, 어떤 트랙 레코드를 바탕으로 일본 시장에 진출하려고 하는지 보다 구체적인 접근이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창업자의 학력이나 경력만 보고 협업을 할 수는 없는 노릇이지요. 

YJ: 그거, 제가 자주 하는 이야기와도 겹치는 부분이 있는 것 같네요.

HS: 네. YJ씨에게 들은 이야기를 업무에 적용하는 부분도 있습니다.

YJ: 그러면, 저희 대담이 끝나고 저한테 맛있는 거를 사주셔도 좋겠네요. ^^

HS: (대답 없이 커피를 한 모금 마신 후) 그러므로, 저희들 같은 대기업 측의 검토와 검증이 끝날 때까지 버틸 수 있는 재정적 체력과 멘탈적 체력 둘 다 스타트업에게 요구됩니다. 그러나, 이러한 과정을 극복해 낸다면 한국 스타트업과의 협업은 양측 모두에게 기회가 될 수 있습니다. 가능하다면 한국의 기술력을 일본 시장에 성공적으로 도입하고, 나아가 글로벌 시장으로 함께 확장하는 협력 모델을 생각해봐도 좋겠죠.

YJ: 한국 스타트업이 또 준비하면 좋을 만한 게 있을까요?

HS: 한국에 대해서 자세히는 모르지만 일본에서 비즈니스를 할 거라면, 유창한 비즈니스 일본어가 필수라고 생각합니다. 

YJ: 귀사 같은 대기업도 영어만으로는 안 된다는 말씀이지요? 

HS: 의사결정권자들이 모인 미팅에서 한 명이라도 영어를 못하는 사람이 있다고 했을 때, 영어만 가능한 스타트업과의 협업을 찬성하기 어렵지요. 저희도 해외 스타트업과의 오픈 이노베이션 및 투자를 진행하고 있습니다만, 아무래도 일본 국내 및 일본어가 가능한 곳이 우선시되는 경향이 없다고는 할 수 없어요.

YJ: 제대로 된 비즈니스 통역을 데려오거나, 인재를 채용해야겠네요. 암묵적으로 일본에서 비즈니스를 하려면 일본어를 제대로 해야 한다는 느낌이 있어요.

HS: 제가 말할 수 있는 문제는 아니지만, 사실은 그렇지요. 🥲

실무진->계장->과장->부장->(본부장 혹은 상무)->(전무)->(부사장)->사장까지의 Long journey.
실무진->계장->과장->부장->(본부장 혹은 상무)->(전무)->(부사장)->사장까지의 Long journey.

 

T사가 다른 일본 대기업과 차별화되는 점

YJ:  귀사가 다른 일본 대기업과 차별화되는 점이 있다면 무엇일까요?

HS:  저희는 오래된 대기업 중에서는 상대적으로 유연한 조직 문화와 신속한 의사결정 구조를 가지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포인트는 오래된 대기업 중에서는 이라는 겁니다. 당연히 스타트업 대비해서는 시간이 많이 소요될 수밖에 없고요, 의사결정이 이루어지기까지의 모든 step들이 스타트업과는 다르기 때문입니다.

또한, 저희들의 경우는 단순히 기술적 혁신에 투자하기보다는 실제로 소비자의 건강과 웰빙을 개선할 수 있는 제품을 만드는 데 중점을 두는 경향이 있습니다. 그것이 시장에서 길게, 그리고 오래 살아남는 방법이니까요. 그러므로, 시장의 소비자들이 실제로 반길 만한 실용적인 기술과 제품이라면 언제든지 환영합니다!

 

한국과 일본의 오픈 이노베이션

YJ:  마지막으로, 한국 스타트업들에게 한 말씀 부탁드립니다.

출처: ChatGPT를 활용하여 생성.
출처: ChatGPT를 활용하여 생성.

HS:  저희는, 앞으로도 혁신적인 스타트업들과의 협력을 통해 더 나은 미래를 만들어나가고자 합니다. 한국의 뛰어난 스타트업들이 일본에서 더욱 많은 도전과 그에 따른 기회를 가질 수 있기를 기원합니다.

YJ: 오늘 감사했습니다! 그러면, 오픈 이노베이션을 하는 이유는 대부분의 대기업이 그렇듯 미래 먹거리 찾기의 일환이라고 보면 될까요?🐮

HS: 정확합니다. 씨 뿌리기 작업이지요. 오늘은 작은 씨앗이지만, 언젠가 다음 세대를 먹여살릴 캐시카우가 태어날지도 모르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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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스타트업 시장에서 10년 이상의 경험을 가진 4명이 각자의 관심분야를 공유드리려고 하며, 저희도 더욱 공부하고 성장하기 위해 시작하게 되었습니다. 이러한 내용들이 일본 스타트업 시장에 관심있으신 분들께 조금이라도 도움이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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