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34도를 넘나드는 일본의 때이른 폭염을 경험하고 있는 YJ입니다.🫠
다음주는 서울 출장인데, 일본만큼 덥지 않기를 기원해 보면서 오늘 이야기를 시작하겠습니다.🙏
지난 6월 2일 뉴스레터에서 KH님이 언급해 주셨듯이, 2025년, 일본의 비즈니스 지형에 생성형 AI(Gen-AI)의 확산이 일어나고 있습니다.
변화에 보수적인 일본 특유의 문화 때문에 겉보기에는 그 움직임이 잘 포착되지 않지만, 내부적으로는 작게 시작해 보고(파일럿 테스트) → 숫자로 증명하고(검증) → 전사로 퍼뜨린다(확산)는 전형적인 일본식 성공 방정식이 빠르게 작동하고 있습니다.
이는 단순한 관측이 아닌 데이터로도 증명됩니다. 2024년 말 일본 금융청(FSA) 조사에 따르면, 일본 금융기관의 60%가 이미 생성형 AI를 “사용 중”이거나 “시범 도입 중”이라고 답했습니다. 이는 전통적인 AI 도입 속도를 훨씬 뛰어넘는 수치로, 일본 기업들이 Gen-AI를 얼마나 진지하게 고려하고, 현장으로 받아들이고 있는지 보여주는 단적인 예입니다.
숫자로 말한다: 업종별 베스트 프랙티스와 명확한 ROI
일본 기업의 Gen-AI 도입은 뜬구름 잡는 구호가 아닌, 숫자와 효과에 기반하는 경향이 두드러집니다. 특히 대기업들, 그 중에서도 각 산업의 선두 주자들은 이미 파일럿 프로젝트를 통해 구체적인 성과를 입증하고 있습니다. 몇 가지 예를 들어 보겠습니다.
- 종합상사: 예측과 효율의 극대화
- 미츠비시 상사는 AI Fund와 협력해 방대한 자원, 식품, 물류 데이터를 Gen-AI로 분석, 수요-공급 예측 정확도를 15% 이상 끌어올렸습니다. 이를 통해 연간 재고 및 운송 비용을 12% 절감할 것으로 추산되고 있습니다. 게다가, 미츠비시 상사는 지난달 500억엔(약 5,000억원) 규모의 CVC펀드 설립을 발표하며, 추후 AI와 바이오에 집중할 것을 천명했습니다. (링크: https://business.nikkei.com/atcl/gen/19/00190/052900052/)
- 스미토모상사는 전사적으로 Microsoft Copilot을 도입, 직원들의 문서 작업 및 커뮤니케이션 시간을 30% 단축하며 협업 효율성을 높이는 데 성공했습니다. 이게 한국적 시각으로 바라보면 그렇게 대단하지 않게 보일 수도 있겠으나, 막대한 커뮤니케이션 코스트 및 보고를 위한 작업 등 한국 대비 상대적으로 '일을 위한 일'이 많은 일본 대기업에서는 가장 반가운 혁신 중 하나라고 할 만한 사례입니다.
- 메가뱅크: 내부 혁신과 고객 경험 개선
- SMBC 그룹은 자체 개발한 내부 LLM인 ‘SMBC-GAI’를 통해 보고서 작성 시간을 40% 줄이고, AI 아바타를 활용한 상담으로 콜센터 고객 대기 시간을 30% 감소시키는 등 가시적인 성과를 내고 있습니다. (링크: https://www.smfg.co.jp/dx_link/article/0117.html)
- 제조업: 품질과 속도의 동시 달성
- 토요타는 Gen-AI를 설계 리뷰와 품질 검사 공정에 도입, 부품 불량률을 5% 낮추고 신차 개발 리드타임을 20% 단축하는 혁신을 추진 중에 있습니다. 사실 이게 일본의 제조업 업계의 생사를 가를 정도로, 굉장히 큰 영향을 끼칠 것이라 개인적으로 판단합니다.
- 아래의 서플라이 체인 맵을 보시면, OEM(Original Equipment Manufacturer)인 도요타의 이 혁신이 장착이 되면 일본 전역의 1차, 2차 벤더에게 큰 영향을 끼치게 되죠.
토요타 자동차그룹의 제시하는 불량률 5% 감소 및 신차의 개발 리드타임이 20% 단축이 가능하다는 가설이 현실이 되면, 아래와 같은 상황이 발생합니다.
- 파급 범위 1차 벤더는 파워트레인·섀시·전자 모듈 등 완제품과 직결된 공급사이므로, 도요타가 불량 목표 5 %↓를 걸면 바로 공정 개선·AI 검사 장비 투자 압력이 반드시 발생합니다. 2차 벤더는 LCD 등 가공 부품 및 소재 단계이지만, 상위 티어인 1차 벤더들이 계약 조건에 AI 로깅 및 납기일 20% 단축을 반영하면 연쇄적으로 그 기준을 따라가야 합니다. 살아남으려면.
- ROI 공유 구조 도요타는 특유의 Kaizen 문화를 유지할 것으로 예상되며, 벤더들과 OEM의 손익 공유 메커니즘을 명확히 제시하여 1,2차 벤더들의 투자 결정을 푸쉬할 것이고요.
- 3, 4차 벤더들이 상대적으로 영향이 약하게 받는 이유 3, 4차는 원소재·표준 가공 역할이 커서 설비·공정 자체가 이미 국제 규격에 맞춰져 있습니다. AI가 직접 개입하는 범위(시각 검사·공급망 시뮬레이션)가 상대적으로 좁아 ROI 레버리지가 1, 2차 벤더보다 작다고 판단됩니다.
도요타의 Gen-AI 전환은 단순 자동화가 아닌 공급망 전체의 KPI 리셋을 의미한다고 보입니다.
‘조용한 확산’이 숫자로 입증되는 순간, 1·2차 벤더는 따라가지 못하면 얼마든지 도태될 수 있으며, 대신 발 빠르게 대응하는 벤더들은 발주 비중을 키울 절호의 기회를 맞이할 것으로 예상됩니다.
일본식 접근법의 3가지 특징
일본 기업들의 신중하면서도 빠른 확산 방식은 다음 세 가지 특징으로 요약할 수 있습니다.
- 데이터 거버넌스 우선주의: 일본 기업들은 정보 유출을 최악의 리스크로 간주합니다. 따라서 범용 클라우드 서비스를 그대로 사용하기보다는 자체 서버에 맞춤형 LLM을 구축하는 ‘On-premise’ 방식을 선호합니다. 개인정보와 영업비밀의 외부 유출 가능성을 원천 봉쇄하는 것이 전사 확산의 제1원칙입니다.
- 샌드박스형 규제: 일본 금융청, 경제산업성 등은 ‘선(先) 내부, 후(後) 외부 확장’이라는 가이드라인을 일본 기업들에게 제시하고 있습니다. 통제된 환경에서 충분한 테스트를 거쳐 리스크를 최소화한 후, 점진적으로 외부 서비스와 연결하는 신중한 접근법을 정부에서도 권장하는 것이지요.
- ‘숫자’로 증명하지 못하면 아웃: 파일럿 단계에서 명확한 정량적 ROI를 입증하지 못한 프로젝트는 과감하게 중단되거나 축소됩니다. 이는 한국식으로 ‘우선, 일단 해보자’가 아닌, ‘작은 실적이라도 괜찮으니, 증명을 통하여 확장하자’는 일본식 실리주의가 깊게 깔려 있음을 보여줍니다.
한국 vs 일본: 속도와 전략의 차이, 그리고 기회
Gen-AI 도입 전략에서도 가깝지만 다른 나라인 한국과 일본은 뚜렷한 온도차를 보입니다.
항목 | 일본: 느리고 확실한 확산 | 한국: 빠른 생태계 확장 |
---|---|---|
확산 방식 | 톱다운 파일럿 프로젝트 → 검증 후 전사 확산 | 도입과 플랫폼 연동 동시 진행 |
핵심 가치 | 보안, 거버넌스, ROI 입증 | 시장 선점, 빠른 사용자 경험 제공 |
규제 | 리스크 허용 범위 명문화 (안전망의 확보 우선) | 선도입·후규제 (실험적 모델) |
한국이 ‘빠른 시장 선점과 생태계 확장’에 주력한다면, 일본은 ‘느리더라도 확실한 데이터와 거버넌스 확보’에 방점을 두는 경향이 크고, 이는 한국 기업에 중요한 시사점을 던집니다.
일본 시장의 문을 열기 위해서는 단순히 기술의 우수성을 내세우는 것을 넘어, 다음 네 가지를 반드시 제시해야 합니다.
- 한국 기업으로서, 일본 기업에게 얼마나 신뢰를 줄 수 있는지?: 함께 비즈니스를 계획하고, 만들어나가며, 테스트를 거쳐 실용화되는 긴 과정을 버틸 재무적 체력과 경영진의 인내심이 있는지 반드시 증명해야 합니다.
- 정량적 ROI 근거: "우리 솔루션을 쓰면 몇 개월 안에, 몇 %의 비용을 절감하고, 생산성을 얼마나 높일 수 있는가?"를 숫자로 명확히 보여줘야 합니다.
- 보안·컴플라이언스 시나리오: "귀사의 소중한 데이터는 어떻게 안전하게 관리되며, 일본의 규제는 어떻게 준수할 것인가?"에 대한 완벽한 시나리오가 필요합니다.
- 장기적 파트너십 구조: 일회성 솔루션 판매가 아닌, 지속적인 기술 지원과 공동 성장을 약속하는 파트너로서의 신뢰를 구축해야 합니다. 특히 일본에서는 신뢰를 잃으면, 모든 것을 잃는 것입니다.
결론: 기회는 지금일 수 있다.
일본의 생성형 AI 시장은 막연한 기대(Hype) 단계를 지나 ‘실전 ROI’를 검증하는 단계로 확실히 넘어섰습니다. 미쓰비시, SMBC, 도요타의 사례가 보여주듯, 일단 숫자로 효과가 입증되면 그 확산 속도는 대중견기업, 중소기업 및 스타트업으로 거대한 변화의 물결을 일으킬 것입니다.
특히 SoftBank와 OpenAI의 합작법인 ‘SB OpenAI Japan’이 본격 가동되고, 연간 3조엔이 넘는 AI 관련 투자가 예고된 지금이, 어찌 보면 일본 시장을 선점할 절호의 기회입니다.
한국 기업에게 일본식 ‘조용한 확산’ 뒤에 숨은 기회는 명확합니다. 검증된 데이터와 강력한 보안을 무기로, 투자 대비 그 이상의 가시적 성과를 구체적인 숫자로 보여줄 수 있다면, 보수적으로 보였던 일본 시장의 문은 그 어떤 시장보다 넓게 열릴 것입니다. 지금이야말로 일본 시장에 대한 깊은 이해를 바탕으로 무장한 파트너가 필요한 때입니다. 인내심을 가지고, 한 발 한 발 전진하시기를 기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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