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 투어에서 만난 10곳의 재즈 클럽과 관객들 (2)

호수가 내려다보이는 페스티벌부터 반지하 작은 클럽까지

2025.06.28 | 조회 222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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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 작은 호숫가의 페스티벌, Enter Enea Jazz Festival

 이번엔 다시 기차를 타고 폴란드 서쪽의 도시 포즈난으로 넘어갑니다(사실 베를린에 있는 동안 Wuppertal이라는 작은 도시의 클럽 Insel에서 긱이 있었는데 저는 여기에 동행하지 않았습니다).

작은 유원지 옆의 공간에서 진행되는 Enter Enea Festival
작은 유원지 옆의 공간에서 진행되는 Enter Enea Festival

 Enter Enea는 어떻게 보면 이번 투어를 있게 만들어 준 트리거가 된 페스티벌입니다. 이 페스티벌의 메인 프로그래머 겸 기획자는 작년 자라섬 재즈 페스티벌에도 출연했던 피아니스트 레셰크 모주제르(Leszek Możdżer)라는 인물입니다. DOLTANG도 레셰크와 같은 날 자라섬에서 공연을 했는데, 공연이 끝나고 레셰크가 다가와 자기가 폴란드에서 페스티벌을 하는데 거기 오겠냐고 물었더랍니다. 인사치레로 하는 말인 줄로만 알았는데 얼마 후 진짜로 초청에 관한 진지한 이메일이 오면서 이 투어가 시작된 것이죠.

 이 페스티벌은 도심에서 차를 타고 30여분을 이동해야 나오는 작은 호숫가에 꾸려져있는 페스티벌입니다. 무대는 하나지만 3~400여석이 준비되어 있고, 이 마저도 가득 차서 스탠딩으로도 관람하는 제법 인기 있는 페스티벌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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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후 7시부터 11시까지 3팀의 공연이 펼쳐지는데 첫 순서는 DOLTANG이, 두 번째로는 E.S.T. Tribute 밴드가 무대에 섰습니다. 끝으로 레셰크와 색소포니스트 티아 풀러(Tia Fuller), 허비 행콕, 다이앤 리브스 등의 드러머로도 유명한 테리 린 캐링턴(Terri Lyn Carrington)처럼 호화 멤버들로 구성된 스페셜 유닛 밴드가 올랐죠. 다음날은 케니 가렛과 알 디 메올라가 무대에 오를 예정이었으니, 이 페스티벌의 위상이 어느정도인지 대충 가늠할 수 있었습니다. 이 페스티벌은 어떻게 이렇게 알찬 무대를 준비할 수 있었을까요?

 인상적이었던 것은 스탭들의 태도였습니다. 아무리 작은 규모의 페스티벌이라 하더라도 3~40명의 스탭이 필요한 법이죠. 매일 각 밴드와 의사소통하며 스케줄과 이동편을 케어하는 매니저, 영상과 사진, 아티스트의 케이터링, 무대 엔지니어와 스탭, 각종 팝업 스토어까지 관리해야 하니까요. 그런데 페스티벌 구역에 입장하자마자 모두들 웃는 얼굴로 인사를 걸어오는데, 이미 이 페스티벌 공동체에 녹아든 것처럼 기분이 좋아지더라구요.

 

연주자를 위한 케이터링. 참고로 모든 공연장에서 주류는 당연히(?) 공짜.
연주자를 위한 케이터링. 참고로 모든 공연장에서 주류는 당연히(?) 공짜.

 알고보니 대부분의 스탭들은 15번째를 맞은 이 페스티벌의 첫 시작부터 함께 했던 이들이었습니다. 그덕에 모든 일은 일사불란하고 깔끔했으며, 모든 행사가 끝나고는 연주자/스탭간 교류가 가능하도록작은 다이닝 파티를 만들어주기도 했습니다. 이곳을 찾아오는 관객들도 놀라웠습니다. 6시 도어 오픈때부터 점점 객석이 들어차더니 11시가 넘도록 꿈쩍않고 자리를 지키며 공연을 관람하더군요. 페스티벌의 규모보다도 관객과 아티스트와의 접점을 어떻게 만드는지가 더 중요하다는 것을 배운 시간이었습니다.

 

페스티벌 당일의 타임라인
페스티벌 당일의 타임라인

7.  폴란드 사람도 잘 모르던 시골 마을, Andrychow

 다음 목적지는 폴란드 남부의 작은 소도시 Adrychow 입니다. “앤드리호프”라고 부르는데, 다음 목적지가 여기라고 했더니 대부분의 폴란드 사람들도 거기가 어디냐고 물어보더라구요. 남부의 대도시 크라코프에서 1시간 거리에 있는 인구 3만의 작은 마을입니다.

도로 옆에 포스터를 붙여 공연을 홍보하던 인간미 넘치는 동네
도로 옆에 포스터를 붙여 공연을 홍보하던 인간미 넘치는 동네

 포즈난에서 기차로 6시간 거리였는데, 도착해보니 정말 작지만 나름 평화롭고 부티도 제법 나는 곳이었습니다. 공연도 시내의 대강당(?)같은 곳에서 악기와 좌석을 세팅하여 진행하는 형식이었구요. 

 상황이 이렇다보니 큰 기대하지 않고 공연을 준비한게 사실이었습니다만, 오히려 이곳은 우리의 기억에 오래도록 남는 순간이 되었습니다. 다른 베뉴에서도 그러하였듯 30분 전부터 속속 들어오기 시작하더니 어느새 준비된 좌석을 꽉 채운 관객들. 아예 입장하자 마자 CD부터 구매하고 시작하는 분도 계셨고, 한국 음식을 좋아한다며 한국어를 잘 구사하시는 젊은 관객도 계셨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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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결과적으로 굿즈도 가장 많이 판 도시가 되었습니다. Jazz Po Polsku에서 우리를 도와주러 온 Miko도 5시간동안 벤을 운전해주며 친한 친구가 되었죠. 여러모로 따뜻한 휴먼 터치가 기억에 남는 폴란드 투어였습니다.


8. 런던 도심가 속 전통의 클럽 Ronnie Scott’s

 로니 스콧은 유럽 전체에서 가장 유명한 클럽 중 하나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입니다. 사라 본, 쳇 베이커, 니나 시몬, 에스페란자 스팔딩, 제프 백처럼 수많은 레전드들이 "Live at Ronnie Scott's" 라는 타이틀로 실황 녹음 앨범을 발매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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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런던에서도 가장 중심지라 할 수 있는 소호(Soho) 구역에 위치한 이 클럽은 입장하자마자 느껴지는 ‘레거시’의 향기가 존재하는 곳이었습니다. 붉은 색으로 깔린 카펫과 벽면을 가득 채운 아티스트들의 사진, 다이닝과 펍과 사운드가 아름답게 조화를 이루던 클럽이었죠. 객석은 마치 극장처럼 ㄷ자로 고정된 테이블들이 둘러싸고 있었고, 크기도 제법 커서 거의 200명 정도를 수용할 수 있었습니다.

 지하에는 아티스트 대기실이 마련되어 있었고, 맥주와 와인, 물과 케이터링이 풍성했으며 저녁도 제공해주었습니다. 심지어 아티스트 굿즈나 CD를 자기네들이 직접 팔아주고 어떠한 커미션도 받지 않는 파격적인 서비스를 제공해주기도 했습니다(투어 내내 현금 판매가 골칫거리였기 때문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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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여기서도 가장 기억에 남는건 사운드 엔지니어. 부드럽고 온화한 목소리로 세팅을 살펴주고, 부족한건 없냐 물어봐주고, 귀여운 조크도 날리고, "Lovely~"하는 리액션(영국 사람들은 진짜 이 말을 많이 하더라고요)도 아끼지 않으면서 리허설을 편히 할 수 있게 도와주었습니다. 사실 이런 부분이 기억에 남는다는 건, 한국에서 연주활동을 하면서 많이 경험하지 못한 부분이기 때문이라는 슬픈 반증이기도 하겠죠. 좋은 환경에서 좋은 연주가 나오는건 당연한 말인데, 그 과정 동안 마찰열이 발생하는 경우가 더 많았던 것 같습니다. 

어딜 가나 이런 안내 문구는 빠지지 않는다
어딜 가나 이런 안내 문구는 빠지지 않는다

 로니 스콧, 너무 의미있고 좋은 곳이었지만 런던의 물가는 가히 살인적이었습니다. 여섯 명이서 점심으로 인도 카레 레스토랑을 갔더니 40만원이 넘게 나왔다는 잊지 못할 후문...


9. 작지만 옹골차다! 비엔나의 ZWE

 서둘러 영국을 빠져나와 마지막 행선지인 비엔나로 향했습니다. 비엔나 중심가에서 그리 멀지 않은 곳에 위치한 작은 클럽 ZWE에서의 연주가 바로 있었는데요. 가게의 현판을 유추해보았을 때 ZWE는 "JazzWe"에서 나온 말로 보입니다. 처음 문을 열고 들어가자마자 객석과 무대가 바로 보이는 작은 공간이었는데, 반지하 공간에 가운데가 벽으로 가려져 있는 구조라 오히려 백스테이지가 더 넓은 느낌이 들었습니다.

늦게 입장하면 약간 민망할 수도...
늦게 입장하면 약간 민망할 수도...

 오후 6시즘 시작한 사운드체크는 한시간 가량 소모되었는데, 필요한 케이블이나 멀티탭 등을 요청할 때마다 백스테이지 어디에선가 하나씩 꺼내오는 모습이 '있어야 할건 다 있고 없을건 없는' 모 장터가 생각나는 그림이었습니다. 대부분의 장비가 깨끗하거나 관리가 잘 된 모습은 아니었지만 결과적으로 사운드도 좋았고 만족스러운 공연을 할 수 있었던 클럽이었죠.

 8시가 되자 모든 객석이 들어찼고, 비좁은 공간에 어깨를 맞대고 앉아 우리의 음악을 들어주었습니다. 중간 쉬는시간과 끝난 이후에는 당연히 유럽 특유의 스몰토크 세션이 벌어졌고, 다양한 사람들과 이야기도 나누고 굿즈도 제법 팔았던 재미있는 시간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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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 16개의 스테이지가 펼쳐지는 Donauinsel Festival

 마지막 일정은 비엔나를 가로지르는 도나우 강의 한 가운데에 떠있는 도나우 섬에서 진행되는 페스티벌 무대였습니다. 일단 이 섬은 구조 자체가 굉장히 독특합니다. 폭은 약 250m밖에 되지 않지만 총 21km에 이르는 길이를 가진 좁고 길~다란 섬이죠. 한강에 떠있는 노들섬이나 선유도같은 곳으로 접근 방식도 딱 그러했습니다. 

샌드위치처럼 강 사이에 껴있는 도나우 섬(insel)
샌드위치처럼 강 사이에 껴있는 도나우 섬(insel)

 이렇게 길다란 모양을 가진 섬이다보니 무대간 음향이 겹칠 일도 없고, 사람들은 한 방향으로 섬을 오가며 다양한 축제를 관람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는 재미있는 축제였습니다. 매 해 열리는 이 축제는 거의 유럽 최대규모라고 하는데, 축제가 열리는 약 5km 구간에 걸쳐 16개의 스테이지가 마련되어있고 스테이지마다 규모도 제각각이어서 포크, EDM, 락, 팝 등 다양한 공연이 동시다발적으로 벌어지는 곳이었습니다.

 주오스트리아 한국문화원은 그중 한 섹션을 담당했고, 저희는 송소희, 임지수, KAI 님과 함께 그 무대에 올랐습니다. 닭강정, 떡볶이, 김밥 같은 한국 음식도 오랜만에 맛보았고, 많은 한국분들을 만나 즐거운 시간을 가졌어요. 

얼핏 한강 어딘가 같기도...
얼핏 한강 어딘가 같기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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