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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럽 투어에서 만난 10곳의 재즈 클럽과 관객들 (1)

네덜란드, 벨기에, 폴란드, 베를린의 각양각색 공연장과 백스테이지

2025.06.26 | 조회 369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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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다시피 저는 지난주까지 "DOLTANG"의 유럽 투어에 동행했습니다. 6월 5일에 출국해 22일에 귀국행 비행기를 탈 때까지, 두 번의 비행기와 두 번의 기차를 탔고, 여섯개의 국가에서 서로 다른 열 한번의 무대에 올랐습니다. 그런데 도시마다 무대와 관객 분위기, 백스테이지까지 동일한게 하나도 없어서 그 다양한 모습들을 기록해보면 재밌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1. 암스테르담의 상징, 빔하우스(Bimhuis)

암스테르담에 뭐가 유명한지 하나도 모르지만, 빔하우스와 암스테르담 콘서바토리는 압니다. 이걸 보고싶어서 암스테르담에 여행가고 싶었던 충동이 든 적이 한두번이 아닌데요. 투어의 첫 공연을 빔하우스에서 하게되어 굉장히 기뻤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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암스테르담이 강과 운하가 많은 도시인데, 빔하우스도 강가에 위치해있습니다. 왼쪽의 큰 건물은 클래식 콘서트홀이고, 오른쪽으로 삐죽 튀어나온 블랙박스가 빔하우스에요. 

빔하우스 공간의 1층은 아티스트 대기실과 사무실, 창고 등이 있는데 여기에는 간단한 케이터링과 음료, 와인까지 놓여있어 자유롭게 이용할 수 있었습니다. 바로 옆 계단으로 올라가면 무대 뒤로 가게 되는데, 단상을 둘러싼 200여석의 빨간 좌석들이 고급스러운 느낌을 주었습니다. 

 


무대와 객석은 생각보다 가까웠다.
무대와 객석은 생각보다 가까웠다.

 

유럽 어딜가나 느낄 수 있는 것은, 사운드와 조명 엔지니어들의 친절하고 유쾌한 태도입니다. 그렇다고 우리나라의 엔지니어분들이 다 까칠하고 퉁명스러운 것은 아니지만, 기본적으로 자신의 이름을 밝히고 웃으며 악수를 청해오는 이들에게는 정중한 매너로 대화가 오갈 수 밖에 없습니다. 일단 아무리 작은 베뉴라 할지라도 사운드를 잡는 시간을 도와주는 전문적인 엔지니어가 있습니다. 

또한 사운드 체크와 본공연 사이에 식사 시간이 마련되는데, 베뉴에 레스토랑이 있으면 직접 제공해주는 경우도 있고 그렇지 못한 경우도 있습니다. 하지만 대부분 그날의 공연을 위해 일찍 리허설을 하고 도어 오픈까지 최소 30분의 시간을 가져야 한다는 점은 동일했습니다.

 

무척 맛있었던 빔하우스 레스토랑의 비건 카레와 샐러드.
무척 맛있었던 빔하우스 레스토랑의 비건 카레와 샐러드.

 

밴드 대기실에는 와인과 맥주, 물, 과일과 과자, 초콜렛 등 케이터링이 마련되어 있었습니다. 빔하우스의 공간적 특성상 창문으로 해를 맞으며 쉴 수 있다는 점도 인상적이었습니다(밤 11시에야 해가 떨어지는 나라). 사운드 체크는 15시였고, 저녁 식사는 18:30이였으며, 본 공연은 2부였던터라 10시에 시작했습니다. 거의 하루를 다 쓰는 셈인데, 30분 내외로 리허설 하고 바로 무대에 오르는 국내 공연장의 형태와는 제법 거리가 있는 모습입니다. 투어 내내 아무리 작은 베뉴라 할지라도 이정도의 시간을 들여야 했고, 비록 체력적으로는 힘들었지만 하루 종일 공연에 집중할 수 있게 만들어주지 않았나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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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올드타운이 인상적인 도시, 브뤼허

예쁜 건물들로 인해 지금까지도 기억에 제일 남는 동네
예쁜 건물들로 인해 지금까지도 기억에 제일 남는 동네

 

 암스테르담에서 FLIX 버스를 타고 4시간 가량을 이동해 벨기에의 도시 브뤼허에 도착했습니다. 이곳은 버스를 타고 지나온 다른 도시인 겐트(Gent)와 함께 벨기에에서 가장 아름다운 도시로 꼽히는 곳인데요. 중세 시대의 도시 모습을 그대로 간직한 올드타운이 크게 펼쳐져있고, 광장에서 맥주를 마시는 사람들의 모습에 시간여행을 떠나온 것 같은 느낌이 드는 곳이었죠.

 올드타운 내에 있는 Snuffle 이라는 곳에서 공연을 가졌습니다. 이곳은 게스트하우스이자 동네의 젊은이들이 모이는 힙한 느낌의 바를 가지고 있는 곳이었는데, 공연장 자체는 약간 미국 고등학교의 파티장 같은 느낌이 드는 형태였습니다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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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공연을 주선해준 인물은 작년 돌탕 투어때 헝가리의 클럽 OPUS를 연결해준 프로그래머 Abel 덕분이었습니다. 아벨은 몇 개월 전에 헝가리에서 이곳 브뤼허의 KAAP라는 문화 단체로 거처를 옮겨왔다고 했는데, 세계 곳곳의 뮤지션들을 안다는 점, 음악을 듣고 프로그램을 짜는 소프트웨어가 탑재되어 있다는 점, 기획자로서의 일을 충실히 하는 사람이라는 점이 유럽 내의 여러 곳에서 일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는게 아닌가 싶었습니다.

 

관객은 많지 않았지만 공연에 대한 태도는 훌륭했다. 
관객은 많지 않았지만 공연에 대한 태도는 훌륭했다. 

3. 옛스러운 느낌을 가진 브뤼셀의 베뉴, SOUNDS

 브뤼허에서 고작 기차로 1시간 거리에 있는 벨기에의 수도 브뤼셀은 브뤼허와는 전혀 다른 느낌이었습니다. 벨기에는 북쪽의 네덜란드, 남쪽의 프랑스의 영향으로 두 언어를 공용어로 사용하는데 경도상으로 비슷한 위치에 있는 두 도시의 분위기가 완전히 다르다는 점이 신기했습니다. 브뤼허에서 볼 수 없었던 불어가 사용되고 있었고, 큼직한 건물들 사이로 을씨년스러운 그림자가 드리워져 있기도 한 동네였어요. 약간 사람이 많이 빠져나간 수도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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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SOUNDS는 뒷골목 어귀쯤에 위치한 클럽이었는데, 프랑스 풍의 높은 천장과 인테리어, 마룻바닥이 넓게 깔려있어 처음 설계된 시절을 가늠해볼 수 있었습니다. 그래도 이곳은 뮤지션들의 사랑방 노릇을 톡톡히 하고 있다고 느껴졌는데, Jazz와 Resist라는 두가지 컨셉으로 한 달치 프로그램을 짜는 것도 독특했습니다. Resist는 어떤 테마냐 물었더니 전쟁, 저항, 락 과 같은 컨셉의 음악들을 연주하는 팀들이라고 하더군요. 거의 모든 날에 연주 후 잼데이가 있었고, 연주자들이 많이 들락거리는 클럽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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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브뤼셀에서 단 하루를 머물렀지만 잊을 수 없는 에피소드를 남기기도 한 곳이었는데요. 베뉴에서 제공해준다던 숙소가 리모델링을 준비하느냐 거의 폐허나 다름없는 건물이었고(그와중에 위층에는 사람이 살긴 함), 마룻바닥에 깔린 매트리스 위에서 여섯 멤버가 수련회 분위기로 하룻밤을 보내야 했던 날이었죠. 심지어 제가 샤워를 하기 위해 위층(에만 화장실이 있어서)에 올라갔는데, 시멘트 바닥에서 코를 골고 주무시던 아저씨를 마주쳐 화들짝 놀랐습니다. 사실상 우리와 같은 공간을 공유하는 것이나 다름없었고, 술 냄새가 많이 풍겼기에 거리의 노숙인이 폐건물에 들어온 건줄 알고 윗층의 문을 두드려 경찰을 불러야 하는거 아니냐고 물었는데... 알고보니 가끔 그렇게 와서 주무시고 가는 분이었다더라구요. 아침에 따봉 하나 날려주고 갈길 가셨다는...

 

난민 캠프 아닙니다. 연주자 숙소입니다.
난민 캠프 아닙니다. 연주자 숙소입니다.

4. 폴란드에 이렇게 좋은 클럽이? 바르샤바의 Jassmine

 이어 저희는 폴란드의 수도 바르샤바로 비행기를 타고 이동했습니다. Jassmine이라는 클럽에서 공연을 하기 위함이었는데요. 사실 이 공연의 성사에는 다소 복잡한 배경이 있습니다. 폴란드의 공연 기획사 Jazz Po Polsku 와 주폴란드한국문화원의 지원으로 성사된 공연이었죠.

 이건 정말 꿀팁인데, 혹시 해외로 공연을 나갈 일이 있다면 그곳의 한국 문화원이 있는지 확인해보세요. 그리고 거기에 메일을 보내 이러한 일정으로 투어를 진행하는데, 혹시 차량이나 숙박 등을 지원해주실 수 있는지 물어본다면 도움을 받을 수 있는 부분도 있습니다.

 물론 문화원 역시 그 해의 예산을 전년도 말미에 책정해두기 때문에, 전년도에 해외 방문 일정이 확정된다면 도와줄 수 있는 부분이 훨씬 많습니다. 그러나 예산을 미처 배정해두지 못했더라도 남겨둔 여분을 투자해주거나, 돈이 아니더라도 차량 지원이나 공연 연계등 다른 방식으로라도 도움을 주고자 하십니다. 그로 인해 문화원도 약간의 ‘실적’을 챙기게 되고, 해당 지역의 베뉴에선 한국의 연주자를 소개할 수 있는 기회를 얻게 되며, 밴드 입장에서는 악기를 운반할 차량 지원만 있어도 수월하게 움직일 수 있기 때문입니다.

 

이렇게 공연장까지 갈 순 없잖아요...
이렇게 공연장까지 갈 순 없잖아요...

 

 어쨌든 Jassmine은 생긴지 얼마 안된 새로운 베뉴였는데 한눈에 봐도 많은 자본을 투자한 것이 느껴지는 공간이었습니다. Warsaw 중심지의 호텔 지하에 위치해있고, 내부는 고급스러운 테이블과 인테리어로 장식되어 있고, 백스테이지와 음향 등이 잘 구비되어 있기 때문이었습니다. (연주자 대기실에 PS5가 있는 곳은 처음봤습니다.) 또한 인스타그램을 확인해보시면 알 수 있듯이, 포스터를 제작하는 전담 디자이너를 따로 두고 있을 정도로 투자를 많이 하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일러스트레이터와 합작해 만드는 공연 포스터들
일러스트레이터와 합작해 만드는 공연 포스터들

 

 공연을 보러 오시는 분들도 멋지게 드레스업을 하고, 레드카펫을 밟으며 우아한 분위기를 내는 그런 공간이었습니다. 쉽게 말해 블루노트 정도 되는 분위기의 공연장이었죠. 뭔가 이런 분위기에선 Easy 하거나 Calm 한 음악을 해야 하는것 아니냐는 생각이 들지만, 이곳의 관객들은 완전히 달랐습니다. 이미 공연 시작 30분 전에 테이블이 가득 차있었고 간단한 음식과 술을 마시며 공연을 준비하고 있었습니다. 공연 내내 처음부터 끝까지 집중력을 잃지 않았고, 끝나고는 CD와 굿즈도 많이 사주셨어요.

 특히 폴란드는 쇼팽의 나라로 쇼팽의 영향을 받은 클래식 연주자들의 임프로비제이션과, 현대음악 씬이 제법 크다고 합니다. 그래서 이런 베뉴에서도 집단 즉흥연주 프로그램을 볼 수 있고, 관객들도 기꺼이 즐겁게 감상하고 돌아간다고 하네요.

 

누구인지도 모르는 밴드의 공연에 200명 가까이 오신 관객들
누구인지도 모르는 밴드의 공연에 200명 가까이 오신 관객들

5. 다시 만난 베를린 문화원과 관객들

 

 Warsaw 에서 2박 3일을 보내고, 기차를 타고 5시간을 이동해 베를린으로 넘어갑니다. (다른 폴란드 일정이 다시 등장할거에요!) 베를린은 작년에도 문화원 내에서 이뤄지는 공연을 만들어 저희를 소개해주셨던 분들이었습니다. 베를린 문화원 직원분들을 다시 만나니 굉장히 반갑게 느껴졌더랬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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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번에는 문화원 내가 아니라 다른 공간을 임차해 공연을 준비해주셨습니다. 그런데 이 공간이 굉장히 멋진 곳이었어요. 한 블록 전체가 유서 깊은 양조장이었다는데, 지금은 이 블록을 ‘문화의 양조장’이라고 부릅니다. 건물 5~6채가 있는데 댄스 아카데미, 헤비메탈, 그림 전시, 나이트클럽, 블랙박스형 공연장 등 다양한 문화 공간이 어우러져있었죠. 마치 광교 앨리웨이(...)가 전부 문화와 관련된 시설로 차있는 곳이라고 생각하시면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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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국문화원에서 소개하는 공연이라고 해서 반드시 한국인이 많이 오는 것은 아닙니다. 작년에도 100여명의 입장객 중 한국인 관객은 10명도 안됐었고, 올해도 200여명의 관객 속에 한국인은 거의 없었습니다.

 한마디로 유럽의 관객들은 그 밴드가 누구인지, 어디서 왔는지는 크게 중요하게 생각하지 않는 듯 했습니다. 오히려 자기에게 새롭고 특별한 영감을 줄 수 있는가. 하는 것에 더 중점을 두는 듯 했습니다. 편견을 갖지 않고 기본적으로 ‘열려있는’ 마인드로 다가옵니다. 그래서 익숙한 것에서 벗어나 새로운 무언가를 선호하는 관객층이 든든하게 이 시장을 받쳐주고 있는 느낌입니다. 물론 음악을 듣다가 내 취향이 아니면 돌아가긴 합니다만, 그렇다고 그 베뉴를 두번 다시 찾지 않는 경우는 거의 없어보입니다.

 공연이 끝나고는 지칠 때까지 스몰토크와 행아웃을 하고, 아티스트에 대한 궁금증과 관심을 끊임없이 늘어놓습니다. 심지어 작년 공연에서 판매했던 굿즈를 입고 다시 찾아온 관객도 있더군요. 정말 사랑스러운 관객들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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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럽투어를 마치고 '돌아온 탕자들'의 무대를 이번주 일요일에 만나보세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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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Mang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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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6 months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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