썸머 구독자님, 반가워요.
처음 뵙겠습니다, 썸머.
반가워요.
오늘 밤 이 편지를 열어봐 주셔서 고마워요.
하루를 살아내느라, 많이 지쳤을텐데... 그래도 열어봐줘서요.

저는 구독자이 구독 버튼을 눌렀을 그 순간을 생각했어요.
뭔가를 찾고 싶으셨든, 아니면 이유도 모르게 그냥 누르셨든,
어느 쪽이든 상관없어요.
혹독한 겨울 한 가운데서, 뭔가를 향해 손을 뻗었다는 거잖아요.
썸머가 된 것만으로, 이미 시작점을 찍은 거예요.
저도 그런 날이 있었어요.
아무것도 하기 싫은데,
아무것도 안 하면 더 무너질 것 같은 싸한 느낌.
8년이라는 긴 겨울이었어요.
번아웃이 왔고, 자기혐오가 왔고, 공황장애가 왔어요.
인생의 바닥에서 숨 쉬는 것도 버거웠던,
혹독하고 기나긴 겨울.
근데 있잖아요.
그 겨울이 끝나긴 하더라고요.
끝이 올 거라고 믿어서 버틴 건 아니었어요.
그냥 하루하루를 살아냈는데,
어느 날 굳게 닫았던 창문을 열고 싶었고,
자갈같던 밥이 조금 맛있어졌어요.
자다가 깼는데 다시금 잠들 수 있었어요.
그런 것들이 회복이었어요.
봄은 소란스럽게 오지 않더라고요.
모르는 사이에, 조용히 이미 와 있더라고요.
그 시작점이 제주 그 해 여름철이었어요.
그래서 저는 '제주여름철'이 되었고,
이 편지를 쓰기 시작했어요.
이번 주, 딱 하나만 부탁해도 될까요?
아무 것도 안 해도 돼요. 정말로요.
다만, 아래 중 딱 하나만이라도
나를 위해 해줄 수 있다면 그걸로 충분해요.
☐ 나 자신에게 다정하게 말 걸기
욕하지 말고, 비교하지 말고. 오늘을 버텼다면 그걸로 충분하다고 말해주세요.
☐ 오늘의 작은 성공 하나 기록하기
'오늘 씻었다.', '밥을 챙겨 먹었다.' 누군가에겐 당연한 일이 나에겐 큰 용기였을 수 있어요.
☐ 창문 열고 바깥 공기 한 번 마시기
운동이 아니어도 돼요. 그냥 바깥이 있다는 걸 몸으로 느껴주는 것만으로 충분해요.
☐ 미지근한 물 한 잔 마시기
하루 종일 애써온 나에게 '이제 푹 자도 돼.'라고 다정하게 신호를 보내주세요.
썸머 구독자님,
다시 만나게 될 다음 주 토요일 밤10시까지 잘 살아가줘요.
지금 당신이 겪고 있는 겨울이 얼마나 길고 혹독하든,
그 끝에 반드시 푸르른 여름이 찾아온다는 걸
잊지 말아요.
우리는, 조금 길게 쉬고 있을 뿐이에요.
극복전문가 | 제주여름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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