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숫자가 아닌 ‘안목’으로 결정한다: 현대카드 정태영의 디자인 리더십
주말을 맞아 현대카드에서 도산공원 근처에 새로 오픈한 MoMA bookstore를 다녀왔다. 오픈한 주의 첫 주말이라 그런지, 그야말로 핫플이었다. 관심 가는 아트북을 몇 번 들춰보고 시선을 옮기다가 순간 내 눈을 의심했다. 정태영 부회장이 카운터 옆에서 가게 분위기를 살피며 지인과 담소를 나누고 있는 것이 아닌가. 그의 인스타에서도 직접 여러 번 언급하기도 했지만, 많은 공을 들인 프로젝트임을 직감했다.
현대카드의 쿠킹 라이브러리로 발걸음을 옮겼는데, 그곳에서 현대카드의 디자인 히스토리에 대한 책 한 권을 빠르게 훑었다. 책을 읽고 나서 현대카드가 문화의 아이콘이 되기까지의 정태영 부회장의 리더십을 다시 생각해 보게 되었다. "대표의 안목이 곧 회사의 수준입니다." 정태영 회장의 끊임없는 디자인에 대한 열정과 높은 안목은 어디서 나오는 것일까?
현대카드가 어떻게 금융업의 문법을 깨고 가장 강력한 브랜드 중 하나로 자리 잡을 수 있었는지, 그의 일관된 디자인 리더십 철학을 들여다본다.
1. 철학: 디자인은 '결과'가 아닌 '기준'이다
금융을 이야기하지만 숫자를 전면에 내세우지 않는다. 대신 색깔과 서체, 공간과 경험을 말한다. 지난 20여 년간 현대카드를 이끌어온 정태영 부회장의 경영은 이 한 문장으로 요약된다. 그에게 디자인은 장식이 아닌, 비즈니스의 본질 그 자체이며 모든 것을 판단하는 가장 중요한 '의사결정의 기준'이다. 그 결과는? 현대카드를 업계 3위까지 끌어올렸다.
대부분의 기업에서 디자인은 완성된 제품을 보기 좋게 만드는 마지막 단계로 여겨진다. 하지만 현대카드에서는 정반대다. 디자인은 모든 사업의 출발점이자 과정 전체를 관통하는 핵심 원칙이다. 이는 CEO 주도 하에 강력하게 실행되는 '디자인 씽킹(Design Thinking)' 경영의 결과다.

- 출처: 현대카드 디자인 스토리 by 토탈 임팩트
정태영 부회장은 "디자인은 복잡한 금융 상품을 고객이 직관적으로 이해하고 감성적으로 연결되게 만드는 가장 강력한 도구"라고 본다. 이 철학은 그의 디자인에 대한 집요함에서 비롯된다. 정태영 부회장은 카드 플레이트의 미세한 색상 차이, 전용 서체의 곡률, 라이브러리 공간의 조명까지 직접 챙기며, 의사 결정을 '이것이 현대카드다운 디자인인가?'를 기준으로 판단했다. 이는 단순히 꼼꼼함을 넘어, 디자인이 경영의 최우선 순위임을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행위다.
숫자로 가득 찬 보고서가 아니라, 고객이 경험할 감성과 브랜드의 격을 기준으로 최종 의사결정을 내리는 것이다.
2. 실행 ①: 보이는 모든 것에 '페르소나'를 입히다
현대카드의 디자인은 명확한 정체성을 부여하는 '페르소나 매니지먼트(Persona Management)'에서 시작된다. 모든 카드와 서비스는 고유의 페르소나를 가지며, 고객은 상품이 아닌 '정체성'을 소비한다.
1. 프리미엄 카드: 명확한 '라이프스타일' 페르소나 부여
현대카드의 프리미엄 라인(블랙, 퍼플, 레드)은 페르소나 전략의 정수를 보여준다.
- the Black: 대한민국 상위 0.05%를 위한 카드. 페르소나는 '성공한 혁신가'이자 '자신의 분야에서 최고인 리더'. 따라서 디자인도 단순한 블랙이 아닌 티타늄, 리퀴드메탈 등 최고급 소재를 사용하고, 혜택 역시 돈으로 살 수 없는 특별한 경험(프라이빗 콘서트 등)에 집중함.
- the Purple: 페르소나는 '세련된 취향을 가진 크리에이티브 리더'와 '여행을 즐기는 전문가'. 디자인과 여행에 특화된 혜택(디자인 라이브러리 이용, 공항 라운지, 호텔 바우처 등)을 제공하며, 보라색은 창의성과 고급스러움을 상징함.
2. 브랜드 자산: 페르소나의 '목소리'와 '모습'을 창조
- 전용 서체 'You&I': 모든 카드와 광고, 웹사이트에 일관되게 사용되는 이 서체는 현대카드라는 브랜드 페르소나의 '목소리' 역할을 한다. 모든 고객 접점에서 일관된 목소리를 내며 브랜드의 신뢰도와 전문성을 시각적으로 각인시킨다.
- 카드 플레이트: 단순한 플라스틱 카드가 아니라 페르소나의 '패션 아이템'이자 '정체성'이 되도록 디자인. 카드 옆면에 색을 넣은 '컬러 코어'는 지갑에 꽂혀 있을 때조차 "나는 현대카드 유저야"라는 페르소나를 드러내게 만들었고, 카드를 단순 결제 수단에서 소유하고 싶은 '오브제'로 격상시켰다.
결론적으로, 현대카드의 성공은 단순히 카드를 예쁘게 만든 것에 그치지 않고, 각 상품마다 뚜렷한 페르소나를 설정하고, 그 페르소나가 생각하고 행동하고 소비할 법한 방식으로 모든 것을 디자인하고 관리(Management)했다. 고객들은 단순히 신용카드를 발급받는 게 아니라, 카드가 제안하는 '페르소나', 즉 '세련되고 특별한 라이프스타일'을 자신의 것으로 받아들이는 것으로 인식하게 했다.
이러한 시도들은 단기 광고에 비용을 태우는 대신, 영속적인 '브랜드 자산'을 만드는 전략이다. 한번 구축하면 사라지지 않고 계속해서 브랜드의 가치를 높이는 지속 가능한 '브랜딩 시스템'의 핵심이다.
3. 실행 ②: '빼기'의 미학으로 복잡성을 해결하다
"좋은 디자인은 무엇을 더할지가 아니라 무엇을 뺄지에 대한 고민이다."

- 출처: 현대카드 뉴스룸
사업이 확장될수록 상품은 복잡해지고 고객의 피로도는 높아진다. 현대카드는 이를 '단순화'라는 디자인 원칙으로 정면 돌파했다.
이를 위해 경쟁사 대비 상품 수를 절반으로 줄이는 과감한 결정을 했다. 선택지를 줄여 고객의 선택 부담을 낮추고, 각각의 브랜드를 더욱 선명하게 만드는 성공적인 '브랜드 아키텍처'를 구축한 것이다.
수십 개에 달했던 카드 포트폴리오를 M(마일리지), X(할인), Z(구독) 등 직관적인 '알파벳 시스템'으로 재편한 것이 대표적이다. 복잡한 혜택을 1문자 코드로 압축하여 선택 부담을 해소시켰다. 마치 자동차 업계가 GV80, K5처럼 이름만으로 차급과 성격을 알 수 있게 하듯, 고객이 복잡한 혜택을 외울 필요 없이 자신의 라이프스타일에 맞는 카드를 쉽게 선택하도록 만들었다.
4. 지속성: 최고의 파트너와 문화를 구축하다

일관성 있는 브랜드는 리더 한 명의 힘만으로 만들어지지 않는다. 정태영 부회장은 디자인 에이전시 '토탈임팩트(Total Impact)' 와 20년 가까이 #전략적동반자 관계를 유지하며 철학을 공유했다. 이는 단순 외주가 아닌, 브랜드의 비전을 함께 그려나가는 파트너십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보여준다.
나아가 그는 브랜드 경험을 오프라인으로 확장했다. 현대카드는 디자인 라이브러리, 뮤직 라이브러리 등 29개 공간 프로젝트를 통해 브랜드 DNA를 물리적 공간에서 체험할 수 있게 했다. 이런 공간은 카드 상품을 넘어 브랜드의 취향과 철학을 체험하게 하는 #터치포인트 역할을 한다. 건물 자체가 브랜드 가치를 전달하는 지속 가능한 커뮤니케이션 수단이 된 것이다.
정 부회장은 강조한다. "기업 문화가 후진적이고 구성원의 안목이 낮은 곳에서 디자인을 신경 쓴다고 금방 좋아지지 않는다." 결국 그의 디자인 리더십의 최종 목표는 CEO와 디자이너 몇 명을 넘어, 조직 전체의 '안목'을 높여 디자인을 당연한 상식으로 만드는 것이다. 숫자가 아닌 가치와 철학을 기준으로 삼는 문화, 그것이 바로 현대카드를 만든 진짜 디자인의 힘이다.
정태영 부회장의 디자인 철학을 실현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한 것이 토탈임팩트와의 20년간 협업이다. 오영식 디자이너가 이끄는 토탈임팩트는 단순한 디자인 에이전시를 넘어 현대카드 디자인의 사상적 체계와 근간을 만들었다.
하지만 브랜드와 디자인에 대한 강한 리더십 철학이 매번 성공하지는 않는다. 요즘 세대가 흔히 말하는 '마이크로 매니징'이라는 독재적 경영의 일면으로 보일 수도 있다. 정태영 회장이 직접 제안했던 ‘디지털 러버’ 는 디자인부터 카피까지 총감독했지만, 고객한테 직관적으로 받아들여지지 않아서 실패하기도 했다.
그럼에도 ‘디자인 경영’이라는 것을 단순한 구호가 아니라, CEO가 디테일을 직접 챙기는 모습을 보여주며 경영 전략 사례로 실현한 것, 업계의 독보적인 레퍼런스를 만들어낸 것, 경영 성과로 업계 3위를 만들었다는 것이 현대카드를 케이스 스터디해야 할 뚜렷한 이유가 되지 않을까.
출처
- https://design.co.kr/article/1143/
- http://fringers.tistory.com/13
- https://www.moneys.co.kr/article/2025072111370020139
- https://www.cnbnews.com/news/article.html?no=549405
- https://www.hankyung.com/article/2024090333151
- https://careerly.co.kr/comments/111521
- https://newsroom.hyundaicard.com/front/board/현대카드-디자인-현대카드-브랜드-아이덴티티의-투영
- https://www.hyundai.co.kr/news/CONT0000000000159329
- https://newsroom.hyundaicard.com/front/board/신용카드-디자인으로-기업-이미지를-확-바꿀 수-있다고
- https://magazine.hankyung.com/business/article/202504242293b
- https://economychosun.com/site/data/html_dir/2011/12/05/2011120500010.html
- https://hmna.tistory.com/24
- https://film-art.tistory.com/13744248
- https://design.co.kr/article/27207/
- https://dbr.donga.com/article/view/1202/article_no/8269
- https://www.cnbnews.com/news/article.html?no=163348
- https://economychosun.com/site/data/html_dir/2010/12/05/2010120500000.html
- https://m.ch.yes24.com/Article/Details/29695
- https://news.sap.com/korea/2022/08/정태영-부회장이-들려주는-현대카드의-경험관리/
- https://www.opinionnews.co.kr/news/articleView.html?idxno=122703
- https://www.youtube.com/watch?v=NPTCJ7rf1_k
- https://www.youtube.com/watch?v=r64hvQbRFEc
- https://blog.jmagazine.co.kr/270
- https://dive.hyundaicard.com/web/content/contentView.hdc?contentId=3027&deviceApp=Y&firstBanner=Y
- https://news.dealsitetv.com/articles/123915
- https://mbnmoney.mbn.co.kr/news/view?news_no=MM1005203635
- https://www.businesspost.co.kr/BP?command=article_view&num=353248
- https://magazine.hankyung.com/business/article/202502118221b
- https://www.youtube.com/watch?v=S6J8texGR0U
- https://www.news1.kr/finance/general-finance/26207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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