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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집. 무인양품의 CEO로부터 듣는 14문 14답
'브랜드 없는 것이 진짜 브랜드(No brand goods)'
바로 무인양품의 모토입니다. 화려한 외관보다 쓸모와 편리, 실용을 중시하는 브랜드의 철학을 오랜 세월 유지해오고 있는 글로벌 브랜드입니다.
오랜 세월이 지났지만 무인양품의 CEO인 마쓰이 타다미쓰의 말은 아직도 인사이트가 가득합니다. 직접 인터뷰를 하지는 못했지만, 무인양품 CEO의 과거 인터뷰 기사들을 일부 각색해서 전달합니다.
- 무지가 성공한 가장 중요한 요인은 무엇인가?
- "이유 없이 싼 제품이 아닌 '이유 있는 좋은 제품'(lowered price with reason)을 지향했다는 점이다. (중략) 그래서 무인양품 제품의 모든 가격 태그에 '이 제품이 만들어진 이유'란 제목의 문구를 1~2줄씩 적어 놓고 있다. 우리는 이를 위해 무지만의 개성과 철학이 담긴 제품 개발과 광고전략에 집중했다."
- 무지가 유행을 따라가지 않다 보면 고립될 수 있을 것 같은데, 이를 어떻게 생각하는가?
- "무인양품은 최선을 다해 경쟁사보다 먼저 최신 글로벌 유행 정보를 입수한다. 단 이를 그냥 모방하지 않고 창조적으로 활용한다. 예를 들어 최신 유행 정보를 응용해 비싼 흰색 오리털 대신 털의 밀도가 높은 회색 오리털을 사용하는 이불을 만들면 보온력은 더 좋고 가격은 훨씬 저렴해진다. 무지는 표백·염색·광택을 일절 사용하지 않는다. 또 일반 비닐봉지나 포장지도 금지하고 반드시 재생지 봉투를 쓴다. 이런 식으로 가격 거품을 빼 최대 30%까지 단가를 낮췄다."
- '노 브랜드'(No brand)전략은 무지 특유의 기업 철학이지만 자칫 시대 흐름에 뒤처질 수도 있다.
- "그렇다. 그런 단점을 극복해야 한다. 일례로 유행에 민감한 의류 제품은 일본의 최고 패션디자이너인 야마모토 요지(山本耀司)와 협업하도록 했다. 무지의 '디자이너 룸'을 야마모토 요지의 회사 산하 부서로 한동안 옮겨놓고 그의 지휘를 받게 한 것이다. 급변하는 외부 흐름을 적극 수용해 창의적인 디자인이 나오도록 독려했다.”
- 무지 디자인의 특징은 '미니멀리즘'이고 광고 문구가 일절 없다.
- "디자인을 화려하고 비싼 공정으로 만들면 가격에 거품이 끼게 되고 소비자들에게 부담이 간다. 우리는 7000여개의 상품에 일관되게 '단순한 디자인'을 적용한다. 하지만 만족할 만한 미학적 작품을 내놓기 위해 매우 엄격한 절차를 거치고 있다. 디자인 기획안이 나오면 사내 '상품전략위원회' 심사를 거쳐야 한다. 또 영국 유명 디자이너인 재스퍼 모리슨(Morrison)과 하라 켄야 등 세계적 디자이너를 포함해 사외 인사 7명으로 구성된 '상품판정회'에서 합격해야 한다. 이들이 수시로 협의해서 '무지만의 독자적인 제품'인지를 엄격하게 검사한다."
- 제품 종류가 7000여개나 되는데, 공급망 관리는 어떻게 하나.
- "전 세계 500여개 공급업체에 의류·생활잡화·식품 등 세 가지 제품 라인업을 맡기고 있다. 이때 지역은 문제가 되지 않는다. 인도에 있는 공급업체도 단순미와 선불교 정신 등에 공감하면 선정한다.
- 무지의 쌀 그릇 제품은 나가사키현의 하사미(波佐見)란 전통 공예 제작 단지에서 만든다. 연필이나 볼펜도 50개 항목의 제작 매뉴얼 기준을 충족해야 한다. 무지의 의자는 500번에 걸친 '압력 테스트'를 거쳐 합격해야 시판할 수 있다. 엄격한 품질 관리가 무지의 생명이다."
- 어떻게 경영을 쇄신했나?
- "스피드와 빠른 의사 결정이 무기였다. 그걸로 내부 시스템을 모두 바꿨다. 다음은 발로 뛰는 현장 경영이었다. 당시 일본 전역에 있는 무지 직영점 점포를 모두 다 직접 찾아갔다. 지점장들이 전년도 재고품을 그대로 팔고 있는 걸 확인하고 3년치 재고품 38억엔(약 539억원)어치를 일거에 처분했다. 수익은 뒷전이고 겉멋에 치중하는 행태를 끝장낸 것이다. 제품 판매 사이클을 '연간 판매' '시즌 판매' '시즌 트렌드' 등 3개로 세분화해 '무지 매장에는 한물간 옛 제품만 그득하다'는 악평을 쫓아냈다. 또 일정 기간 이상 베스트셀링 아이템인 제품의 가격은 고객 사은행사 차원에서 최대 40%까지 할인 판매했다."
- 구조조정은 어떻게 했나?
- "소매업은 제품개발·생산·재고관리라는 3개 부서의 유기적 화합이 중요하다. 그런데 당시 자기 업무만 하고 타부서와의 소통이 막혀 있었다. 그래서 3개 부서를 통합하는 총괄 디렉터를 만들고 제품 하나하나를 팔 때마다 3개 부서가 협의해 같이 만들도록 했다. 각 제품의 판매량 순서를 매긴 '인기도'를 제품에 표시해 경쟁을 유도했다.
- 마쓰이 회장은 강력한 현장 영업 증진 및 판매 향상 드라이브도 걸었다. "매장마다 잘 나가는 제품을 정해 전주(前週) 대비 2~3배의 판매고를 올리면 확실하게 인센티브를 챙겨주고 매장 직원들을 모두 포상했다. 3~4주간 매출 성과로 매장 등급을 나눈 다음 우수 매장에 상금을 주는 '판매 콩쿠르'대회도 열었다. 20대 아르바이트생부터 40~50대 지점장까지 모두 참여시켰다."
- 어떻게 비즈니스 모델을 변화시켰나?
- 빠른 상품 개발과 아이템 확장만으로는 시장 변화에 적응할 수 없다는 반성 아래, 2001년 이후 ‘Found MUJI’와 ‘World MUJI’ 등 세계의 좋은 가치를 반영한 상품, 외부 크리에이터와 협업하는 방식 등으로 사업 구조를 변화시켰습니다. 고객 불만과 요구를 적극적으로 반영해 “이것이 필요하다(これがいい)”가 아니라 “이걸로 충분하다(これでいい)”는 가치 지향으로 발전시켰습니다
- 고객의 변화를 포착하기 위해 구체적으로 어떤 노력을 기울이고 있나?
- 고객의 변화를 이해하는 방법과 그에 따라 회사를 변화시키는 방법. 2가지 축이 있다. 그러나 고객의 변화를 너무 힘들게 받아들일 필요는 없다. 어떤 제품이 팔릴지 고민하기 보다는 실제로 팔리는 제품이 좋은 제품이라고 생각할 수밖에 없다. 흥행할 생각으로 장사를 해도 성과를 낼 수 없다. 고객의 변화를 빠르게 파악하고, 여러 제안 중 판매되는 제품이 시장에 맞는 제품이 됩니다.
- 고객의 변화를 포착하는 동안 제안을 반복합니다. 이것을 우리 조직의 힘으로 삼지 않으면 우리는 성장할 수 없습니다. 2001년 적자를 맞았지만, 이렇게 된 근본적인 문제는 기업 문화라고 생각합니다. 경험주의가 강조되었고 회사는 베테랑 직원들의 힘에 의존했기 때문에 10명이 있다면 일을 하는 10 가지 방법이 있었다. 즉,조직의 기준을 가지고 있지 않았다. 따라서 저는 세 가지 요점을 바탕으로 조직 개혁에 착수했습니다: 체계화, 시각화, 표준화. 표준화를 위한 매뉴얼도 만들었습니다. 매장 운영에 사용할 “MUJIGRAM”과 본사에서 사용할 “Business Standards”의 두 가지 매뉴얼을 작성하여 이를 읽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완전한 작업을 수행할 수 있는 표준을 만들었습니다.
- 매뉴얼을 생각하면 변화와 독창성의 반대라고 생각한다.
- 기본이 없는 사람은 자기 방식대로 하려고 하면 비효율적일 뿐이다. 올바른 형식을 깊이 익힌 사람이야말로 창의성을 발휘할 수 있는 것이고, 아무런 형식이 없는 곳에서는 발전이 일어나지 않습니다.
- 그래서 기본을 세우기 위해 매뉴얼을 만들었지만, 매뉴얼은 만들어지는 순간부터 낡아지기 시작한다는 문제도 있었습니다. 실제로 무인양품에서도 과거에 만든 매뉴얼들이 있었지만, 거의 사용되지 않는 상태가 되어 있었습니다. 사용되지 않는 매뉴얼에는 의미가 없습니다. 제대로 활용되려면 끊임없이 갱신하고, 살아 있는 것처럼 만들어야 합니다.
- 「MUJIGRAM」은 바로 그 점을 의식해서 제작되었습니다. 세세한 부분까지 ‘누구를 위해, 무엇을 위해’라는 목적을 명확히 기록하고, 그 의식을 바탕으로 매뉴얼 제작 업무가 단순한 작업으로 전락하지 않도록 하고 있습니다. 우리의 업무를 ‘가시화’함으로써 문제점들이 드러나게 됩니다. 문제점이 파악되면 이제는 그 개선안을 제시합니다. 이 개선 제안은 매달 이루어지며, 제안된 개선책은 곧바로 매뉴얼에 반영되고 각 점장에게 변경 사항이 전달됩니다. 그 결과 업무가 다시 개선되고 수준이 높아집니다. 이 과정이 반복되면서 업무가 창조적인 일로 변화해 가게 되는 것입니다.
- 끊임없이 개선 제안이 나오는 것은 의식 수준이 높은 직원이 많기 때문일까?
- 그러한 의식은 교육만으로 습득되는 것이 아닙니다. 또, 단순히 의식이나 도덕성이 높은 사람이 개선 제안을 한다는 발상으로는 제대로 작동하지 않습니다. 중요한 것은 그런 풍토 자체를 만들어내는 것입니다. 지금은 “MUJIGRAM”을 따르는 것이 당연한 일이 되었습니다. 일상 업무 속에 “MUJIGRAM”의 개선도 포함되어 있는 것이죠. 다만 이러한 풍토가 뿌리내리기 위해서는 10년, 20년이라는 시간이 필요합니다. “MUJIGRAM”은 시작한 지 18년이 되었지만, 초창기에는 정착까지 시간이 꽤 걸렸습니다.
- 새로운 문화를 정착시키려면 그만한 장치가 필요합니다. 예를 들어 채택된 제안 1건당 500엔이라는 이해하기 쉬운 금전적 보상이 있습니다. 채택된 제안 중에서도 특히 훌륭한 것은 반기에 한 번 사장 표창을 받기도 합니다. 또한, ‘제안 강화 월간’과 같은 사내 캠페인을 열면 평소의 두세 배에 달하는 제안이 나오기도 합니다. “MUJIGRAM”이 낡지 않도록 하기 위해서는 항상 이렇게 분위기를 끌어올릴 수 있는 장치를 고민해야 하는 것입니다.
- 하지만 일단 문화가 자리 잡으면 유지하는 것은 훨씬 수월해집니다. “MUJIGRAM”이 발전할수록 그 개선 효과 덕에 일이 수월해지는 것이 눈에 보이기 때문에, 더 많은 개선 제안이 나오게 됩니다. 이 수준에 이르러서야 비로소 제도는 본래의 기능을 다하게 됩니다. 문제는 정착하기까지의 긴 시간을 어떻게 극복하느냐에 있고, 그것을 철저하게 지속하는 것이 강력한 제도를 만드는 열쇠입니다.
- 해외 진출을 할 때도 마찬가지입니다. 해외 파견 직원은 가장 먼저 현지판 “MUJIGRAM”을 만들게 됩니다. 우선 매뉴얼을 만들고, 시간이 걸리더라도 그것을 현지에 확산시키면, 점차 그 시장에 맞는 형태로 자리 잡고 일 또한 진화하게 됩니다. 이것이 바로 실행력을 높이는 방법입니다.
- 즉, 그런 제도가 곧 경쟁력이 된다는 뜻인가.
- 그렇습니다. 저희의 “MUJIGRAM”에 대해 배우고 싶어 하는 기업은 많았지만, 실제로 끝까지 만들어낸 사례는 듣지 못했습니다. 그만큼 개선을 거듭해 이어가는 일은 쉽지 않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그것이 기업 문화가 되고, 동시에 경쟁력이 되는 것입니다.
- 시작한 것은 끝까지 포기하지 않는 것이 중요합니다. ‘지속은 힘이다’라는 말처럼, 지속하기 위해서는 진화를 계속해야만 합니다. 고객과 직원의 변화에 따라 “MUJIGRAM”도 발전하고, 그에 따라 업무가 레벨업하면서 비즈니스 모델 자체도 변화시킬 수 있습니다. 시대에 대응해 변화를 이루기 위해서는, 얼마나 ‘살아 있는 제도’를 만들 수 있는지가 핵심인 것입니다.
- 다시 돌아와서, 신제품 아이디어를 발굴할 때 고객과의 긴밀한 소통을 중시한다고 들었다.
- "사실 유통회사가 가장 간과하기 쉬운 게 고객 반응이다. 우리는 2003년부터 '옵저베이션'(observation) 프로젝트를 진행 중이다. 소비자의 자택을 찾아 이들의 일상을 관찰하며 새 제품 수요를 발굴하는 것이다. 지인이나 친구 또는 일반 소비자에게 허락을 받아 집 구석구석을 샅샅이 살펴본다. 가방 속 필기도구까지 관찰하는데 여러 장소와 물건을 카메라로 찍어온다. 이렇게 찍은 사진은 디자인실에서 검토해 제품 디자인에 반영한다."
- 고객이 제품 발굴에 어떻게 참여하나?
- "2002년부터 인터넷에 '무인양품연구소'라는 사이트를 열어 고객들의 아이디어를 접수한다. 고객 투표에서 득표수가 많은 아이디어를 우선으로 디자인한 다음 몇개 안을 만들어 상품성이 검증되면 실제 상품으로 제작한다. 이렇게 개발한 대표 상품이 대형 쿠션 모양의 '몸에 맞는 소파'다. 겉으로 보면 대형 쿠션처럼 생겼지만 사람이 앉는 자세에 따라 모양이 변하면서 몸을 푹신하게 감싸준다. 출시 1년 만에 8만개를 팔아 10억엔(약 142억원)의 매출을 올렸다."
- 비즈니스 모델은 고객의 요구와 동일하다. 고객이 변하면 비즈니스 모델도 변한다. 비즈니스 모델이 변화하려면 가능한 한 빨리 기존 모델을 강화하여 확장해야 한다.
Insight
1. ‘이유 있는 좋은 제품’ 이라는 무인양품의 철학을 기준으로, 제품 개발 방향성을 결정했다. 이것이 브랜드다움을 유지할 수 있는 핵심 요소이다.
2. 브랜드다움을 확장시키기 위해서 브랜드의 정신을 ‘단순미’, ‘선불교 정신’ 으로 정리해서 협업 파트너를 고르는 기준으로 활용했다.
3. 무인양품의 기업 문화를 혁신하기 위해 매뉴얼을 제작하고, 지속적으로 개선하기 위한 경영진의 노력과 관심이 있었기에, 단발적인 시도에서 머무르지 않고 지속될 수 있는 시스템으로 정착되었다.
- 출처
- 전략적 영업·스피드 경영으로 '무인양품' 부활 이끈 마쓰이 회장 / 조선일보 https://weeklybiz.chosun.com/site/data/html_dir/2012/07/06/2012070601601.html
- 고객 변화를 읽을 수 있는 능력이 있다면 비즈니스 모델을 바꿀 수 있다 / 하버드비즈니스리뷰 https://dhbr.diamond.jp/articles/-/2456?page=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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