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독자님,
열여덟 번째 한 권, 소개 편지를 전해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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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여덟 번째로 고른 책은,
파스칼 브뤼크네르의 <아직 오지 않은 날들을 위하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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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1월에 보냈어야 할 첫 번째 편지는 여러 사정으로 인해 쉬어가게 되었습니다. 2월에서야 첫 번째 편지를 보내게 된 점 양해 부탁드립니다.)
개인적으로 파스칼 브뤼크네르의 책을 꽤 예전부터 좋아했습니다.
<순진함의 유혹>이라든지 <영원한 황홀> 같은 에세이들은 무척 보기 드문 '철학 에세이'를 표방하고 있죠.
우리가 흔히 생각하는 말랑말랑하고 읽기 쉬운 사적인 이야기로서 에세이와는 판이하고, 오히려 철학적 개념들이 난무하면서도 작가가 개인적인 주관성을 강하게 드러내는, 상당히 보기 드물고 매력적인 스타일을 가지고 있는 에세이입니다.
이런 스타일은 노년에 이른 최근 파스칼 브뤼크네르의 책에서도 그대로 이어지고 있습니다.
다만, 예전에 그토록 어려웠던 스타일을 벗어나서, 누구나 어느 정도 어렵지 않게 읽어낼 수 있는 스타일 쪽으로 많이 왔다는 느낌이 듭니다.
어쩌면 파스칼 브뤼크네르도 나이가 들면서, 더 많은 사람들에게 쉽게 이야기를 전달하는 게 조금 더 의미있겠다는 생각을 했을지도 모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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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파스칼 브뤼크네르는 <우리 인생에 바람을 초대하려면>이라는 에세이집을 내기도 했는데요, 이 책은 얼마 전에 제가 글을 연재하는 '롱블랙'이라는 뉴스레터에 소개하기도 했습니다.
그래서 오늘은 그보다 먼저 출간된 <아직 오지 않은 날들을 위하여>라는 책을 소개해드릴까 합니다.
부제가 '세계적 지성이 전하는 나이듦의 새로운 태도'라고 쓰여 있는데요, 정말 나이듦에 대해 새로이 느끼고 배웠던 그런 책이었습니다.
이 책을 요약하면, 다음 구절이 될 것 같습니다.
"어떠한 향락이나 호기심도 포기하지 말고 불가능에 도전하라. 생의 마지막 날까지 사랑하고, 일하고, 여행하고, 세상과 타인들에게 마음을 열어두어라. 요컨대, 흔들림 없이 자기 힘을 시험하라."
우리는 흔히 나이가 들면, 무언가 포기하고, 더 이상 일하지 않으며, 욕망도 죽이는 것이 현명하다고 생각하곤 합니다.
그러나 파스칼 브뤼크네르는 80대의 마음이나 30대의 마음이 다를 것 없다고 말합니다. '지금 여기'에 살아있다는 건 똑같다는 것이죠. 죽기 전에는 죽지 말라는 겁니다.
"노년이 청춘에게 부러워하는 것은 단지 활력, 아름다움, 위험을 무릅쓰는 패기, 인지적 유연성만이 아니다. 매일 아침 쌩쌩하게 새로 태어나는 삶의 자세다. 배우고 발견할 것도 많고 한 번은 해봐야 하는 일, 느껴봐야 할 감정이 많은 청춘이 부럽다. 이 본능적 욕구를, 설령 순진해 빠진 사람이 되는 한이 있더라도 끝까지 지켜야 한다."
개인적으로 저는 그의 이런 태도가 참 좋았습니다. 죽을 때까지 '매일 새로 태어나는 삶의 자세'를 강조하는, 노년의 철학자로부터 묘한 위안마저 받은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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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도 또 시작되었습니다. 벌써 1월은 지났고, 곧 있으면 구정도 다가오네요.
저도 올해는 커다란 도전의 해가 되고 있습니다. 회사를 퇴사하고, 홀로 서기에 도전해보면서 무엇보다 중요한 게 하루하루를 '패기있게' 맞아들이는 자세 같다는 생각도 해보게 됩니다.
강제적으로 저에게 출퇴근을 시키는 수단이 없다보니, 나태해지기 쉽고, 파스칼 브뤼크네르 말 대로라면, 젊은이의 삶의 자세를 잃어버리고 마음부터 늙어버리기 쉬울 수도 있는 것 같습니다.
저는 언젠가 다시 회사에 돌아갈지도 모르지만, 회사에 돌아가기 전까지 하나의 모토를 세웠습니다. 그건 '회사에 다니는 동안'은 하기 어려운 일들을 해보자는 것입니다.
대표적으로, 유튜브를 열어보는 것이 있었고('정지우와 카푸치노 수도사'라는 이름의 채널을 운영하기 시작했습니다), 그밖에도 여러 일들을 한 번 해보려 하고 있습니다. 이 시간을 생생하게 '자기 힘을 실험하는' 시간으로 잘 써야겠지 싶습니다.
구독자님들께서는 새해에 어떤 다짐들을 하셨나요?
한 달에 한 권 정도, 좋은 책 읽어보기도 좋은 다짐일 수 있을 것 같습니다.
그럼 이렇게 올해 첫 책에 대한 추천을 마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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퇴사하셨군요, 그동안 페이스북에서 글 꾸준히 받아보고 있었던 애독자입니다. 작가님의 새로운 도전 응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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