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늘의 주간, 첫 번째 편지, 에세이.

2021.07.09 | 조회 728 |
0
|

세상의 모든 서재

정지우 작가가 매달 '한 권'의 책을 추천합니다.

언젠가 여동생이 “엄마, 하늘 좀 봐. 참 예뻐.”하는 말에, 어머니가 놀랐다고 한 적이 있다. 나와 여동생은 차를 타고 갈 때면, 늘 하늘을 바라보며 구름 모양을 구경하거나, 하늘의 색깔에 대해 이야기하곤 했다. 어머니는 여동생이 하는 말을 듣고, 자신이 하늘을 본 게 언제였는지 모르겠다고 했다. 그저 현실의 여러 의무들을 좇고, 책임지고, 그에 시달리느라, 하늘을 볼 마음의 여유조차 갖지 못했던 것이다. 

사실, 삶에 하늘을 보고 아름답다고 느낄 시간 자체가 없기는 힘들 것이다. 아무리 바쁜 출퇴근길이어도, 잠시 하늘을 올려다보고 예쁘다, 하고 생각할 시간 정도는 있다. 하지만 우리의 마음이라는 것은 때로 그런 여유조차 없게 만들어버리곤 한다. 하늘의 예쁜 구름에도 그저 무신경한 마음이 들고, 노을의 눈부신 색채도 그저 부담스럽기만 할 뿐이다. 우리는 마음을 통해 세상을 만나지만, 반대로 마음이 세상을 가로막아 버리기도 한다.

그런데 그렇게 세상의 아름다움으로부터 ‘차단’되는 마음이라는 것은, 어째서인지 주로 어른의 마음인 것 같다. 우리는 살아가면서 다양한 취향을 계발하기도 하고, 섬세한 아름다움을 배우기도 한다. 그러나 동시에 이 세상의 아름다움을 볼 줄 알았던 많은 마음들을 잃어버리기도 하는 듯하다. 그것이 자의든, 타의든, 마음에 들어찬 어떤 현실의 요소들은 우리 마음이 원래 지니고 있었던 것들을 딱딱하게 만들어버리곤 할 것이다.

하늘을 사랑한다는 것은 마음이 하늘로 열렸다는 뜻일 것이다. 마음에 하늘이 들어올 자리가 있다는 의미일 것이다. 생각해보면, 나도 하늘을 사랑하는 방법을 때로 잃어왔던 것 같기도 하다. 출퇴근길의 하늘이 아름다워 넋놓고 구름을 바라보곤 하던 때가 언제였는지 잘 기억나지 않는다. 그래서, 나도 어머니처럼, 구름을 보고 강아지를 닮았다고 하는 아이의 말에 놀랄 때가 있다. 세상은 여기 놓여 있는데, 어째서 세상을 보지 못하는 걸까, 의문이 들곤 한다.

어쩌면 하늘을 사랑할 수 있는가, 없는가, 라는 것은 삶에서의 하나의 기준이 되는지도 모르겠다. 오늘 하늘을 보고 사랑할 여지가 있다면, 나의 마음에는 세상을 담을 자리가 남아있다는 뜻일지도 모른다. 반대로, 오늘의 하늘에서 도무지 아무것도 느낄 수 없고, 오늘의 하늘이 기억조차 나지 않는다면, 이제 내 마음에 어떤 자리를 애써 만들어야 할 때일지도 모른다. 설령 하늘 같은 것을 사랑한다고 한들, 딱히 이익이 되는 것도 없고, 남는 것도 없다 할지라도, 오히려 그렇기 때문에, 그 쓸모없는 것을 사랑할 마음이라는 게 있어야 할지도 모른다. 


*
하늘을 사랑하고 싶은 마음으로, ‘하늘의 주간’을 시작합니다. 정말이지 불성실한 우편 배달부가 되어버렸지만, 그래도 종종 하늘을 생각해보고 싶네요. 

*
'세상의 모든 주간'은 자율 구독료로 운영합니다. 오늘의 편지가 작은 위안이 되었다면, 작가에게 우표값을 보내주세요. 잡지나 언론 등 다른 매체에 의존하지 않고도 계속 글을 쓸 수 있는 힘을 전해주신 분들께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자율 구독료 계좌 : 319-910050-33407 (하나, 정찬우)

*

'세상의 모든 서재 : 정지우의 한 권'에 다음과 같이 참여해 주세요.

 

1. #세상의모든서재 #정지우의한권 등 해시태그를 달아서 SNS 등에 공유하며 '매달 한 권' 책 읽기에 참여해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2. 블로그, SNS 등에 게재한 '한 권'의 책에 대한 리뷰 링크를 jiwoo9217@gmail.com 으로 보내주시면, 좋은 리뷰를 선정하여 구독자들과 함께 공유하고자 합니다.

3. '한 권' 편지에 대한 답장을 마찬가지로 위 메일로 보내주세요. 공유하길 원한다고 적어주실 경우, 일부를 선정하여 '답장'을 뉴스레터로 발송합니다. 

4. 페이스북(@writerjiwoo)이나 인스타그램(@jungjiwoowriter)의 경우 저의 계정을 태그해주시면, 함께 감상을 나누는 일이 보다 수월해지리라 생각합니다.

 

 

다가올 뉴스레터가 궁금하신가요?

지금 구독해서 새로운 레터를 받아보세요

✉️

이번 뉴스레터 어떠셨나요?

세상의 모든 서재 님에게 ☕️ 커피와 ✉️ 쪽지를 보내보세요!

댓글

의견을 남겨주세요

확인
의견이 있으신가요? 제일 먼저 댓글을 달아보세요 !
© 2024 세상의 모든 서재

정지우 작가가 매달 '한 권'의 책을 추천합니다.

자주 묻는 질문 서비스 소개서 오류 및 기능 관련 제보

서비스 이용 문의admin@team.maily.so

메일리 사업자 정보

메일리 (대표자: 이한결) | 사업자번호: 717-47-00705 | 서울 서초구 강남대로53길 8, 8층 11-7호

이용약관 | 개인정보처리방침 | 정기결제 이용약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