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독자님, 오랜만에 편지를 보냅니다.
'세상의 모든 주간'을 기다려주셨을지도 모르는데,
그간 여러 일들로 정신없이 삶을 살아가느라 편지 쓸 여력이 없었네요.
아무래도 매번 감당해야 할 현실과 세상살이 속에서
'저만의 주간'을 꾸준히 유지해간다는 건 쉽지 않은 일이었던 것 같기도 합니다.
그래서 이제는 조금 다른 편지를,
이따금 보내드려보면 어떨까 생각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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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번 편지를 써서 세상과 다른 '주간'에 초대하는 데는 제가 여러모로 힘이 부족한 듯하니,
그런 세상을 잠깐 뒤로하고 이겨낼 수 있는 책들을 추천하는 편지를 보내드리는 것입니다.
요즘 같은 시대에, 메일 한 편도 읽기 어려운데 무슨 책이냐고 하실 수 있겠지만,
제 경험상 책 만큼 우리 삶을 확실히 붙잡아주는 것은 없습니다.
어지간히 훌륭한 뉴스레터도 책 한 권의 힘을 대신하긴 어렵다고 믿고 있기도 합니다.
저는 매일 책을 읽는데, 주로 지옥철이라 불리는 2호선 지하철의 출퇴근 시간에 읽습니다.
대체로 서서 읽는 경우가 많아서 얇은 책이나 전자책을 택하고 있고,
그래서 이 새로운 뉴스레터에서도 비교적 얇은 책을 추천해드릴까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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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을 읽는 순간의 느낌은 정말이지 남다른 데가 있습니다.
하루종일 쌓인 근심이나 부담감 같은 게 책을 펼치면 한순간 녹아내리는 걸 '실감'합니다.
책을 집어드는 순간, 제가 자신의 인생에만 속해 있는 작고 유약한 존재가 아니라, 넓고 높은 곳에도 속하는 존재라는 걸 느낍니다.
내 이야기가 아니지만 내 이야기 같은 누군가의 책을 읽다보면, 나라는 자아를 잠시 뛰어넘는 걸 느낍니다.
우리의 세상이나 시대에 관해 이야기하는 책을 읽다보면, 오늘과 내일을 명확히하며 나아갈 수 있음을 느낍니다.
저는 모든 사람에게 진심으로 이런 경험을 권해드리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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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은 한 달에 딱 '한 권'을 소개해드리고자 합니다.
그래서 이 뉴스레터의 제목도 정지우의 '한 권'이라 이름 지었습니다.
한 해에 나오는 책만 수 만 종이라 하고, 그 중에서 좋은 책들이 많겠지만
저는 온 마음을 다해 추천할 수 있는 딱 '한 권'만 고르려고 합니다.
그러나 그것은 또 어디까지나 '저의 마음'이기 때문에, 다른 사람이 볼 때는 훌륭한 책이 아닐 수 있습니다.
그저 제 자신을 걸고 추천할 수 있는 딱 한 권일 따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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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달은, 다소 무책임하게 '책 한권'을 추천하는 편지를 달랑 하나 보낼 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어느 달은, 그에 관해 꽤나 정성스러운 소감을 적어 보낼 수도 있습니다.
또 어느 달은, 그 책과 함께 읽으면 좋을 책들이나 생각하는 다양한 콘텐츠들, 나아가 읽어보면 좋을 리뷰도 소개해드릴 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매달 '한권'의 책을 추천한다는 사실 만큼은 잊지 않으려 합니다.
아무리 정신없는 인생이라는 핑계를 대더라도, 그 정도는 해야할 것 같기 때문입니다.
또한 당장은 아니더라도, 조금 여력이 생긴다 싶을 어느 무렵부터는,
이 '한 권'을 두고 이야기하는 모임이나 토크 시간이랄 것을 가져보고 싶은 마음도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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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면, 곧 '8월의 책'을 소개하는 편지를 보내드리도록 하겠습니다.
'한 권'을 함께 읽는 시절을 보냈으면 합니다.
정지우 드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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