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독자님,
세번째 한 권, 첫번째 편지를 전해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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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번째로 고른 책은,
애덤 그랜트의 <싱크 어게인>이라는 책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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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소개를 하기 전에, 간단하게 여담을 해볼까 합니다.
(이상하게 이 뉴스레터를 쓸 때면, 잡담 또는 여담이랄 것을 하고 싶어지는데, 아마 편안한 편지 형식이라 그런지도 모르겠습니다. 글쓰기에 고민이 있으신 분들은, 이러한 편지 형식의 글을 자연스레 써보시는 것도 좋지 않을까, 하는 '여담의 여담'이 떠오르네요.)
그것은 한 달에 한 권의 책을 소개하는 글을 쓰는 일에 관한 것입니다. 저는 이 형식이 사뭇 마음에 드는데, 그 이유는 한 달 동안 수시로 고민을 하며 글쓰기를 '묵힐' 수 있기 때문인 것 같습니다.
개인적으로 저는 요즘 어떤 글쓰기도 '한 달씩'은 묵힐 수는 없는 입장입니다.
마감이 줄지어 기다리고 있다 보니, 칼럼이나 청탁 글들도 며칠 이상 고민하기가 쉽지 않습니다.
매일 SNS 등에 쓰는 글은 하루이틀 이상 고민하는 경우가 더 없기도 합니다. 대부분은 그날, 또는 며칠 동안 겪었던 일이나 했던 생각을 쓰게 됩니다. 그러고 나면, 약간 기억상실증처럼 그 글을 과거로 금방 떠내려 보내는 것 같기도 합니다.
일을 하면서는, 소장이나 법률 의견서 같은 걸 쓰지만, 역시 워낙 일들이 바쁘게 돌아가니 너무 오랫동안 묵히며 고민할 겨를은 많지 않은 것 같습니다.
그에 반해, 이 '한 권'의 소개글은 거의 한달 동안 계속 준비하며 묵히는 느낌이 듭니다. 한달에 한권 소개하기로 했으니 바로 쓸 수도 없고, 소개할 날이 될 때까지 하염없이 기다리는 것입니다. 그러다 보면, 소개할 책이 바뀌기도 하고, 하고 싶은 말이 바뀌기도 합니다.
이 소개글도 '오늘 이 순간' 쓰지 않았다면, 다른 책을 소개하는 것 뿐만 아니라, 다른 '여담' 같은 것이 담긴 글이 되었겠지요.
말그대로 여담 혹은 잡담이지만, 사실, 이런 이야기도 제가 이번에 소개드리는 책과 관련이 있습니다. 이 책의 주제라고 한다면, 한 번, 또 한 번, 그렇게 여러번 다시 생각하며 묵히고, 골랐던 책 대신 다른 책으로 다시 고르고, 그런 과정이 결국 무엇이든 '더 나은' 결과를 가져온다는 것이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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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인적으로 올해는 그 전에 거의 읽지 않았던 부류의 책들을 읽어보고 있습니다. 특히, 자기계발서들을 몇 권 탐독해보고 있는데, 나름대로 새로운 세계를 탐사해보는 느낌도 듭니다.
20대 때 저는 그야말로 문학과 철학 책 밖에 읽지 않았고, 30대에 들어서는 법학 교과서나 문제집을 본다고 정신 없었으니, 이제서야 인생 처음으로 자기계발서 또는 경제경영 쪽으로 분류되는 책들도 탐독해보는 셈입니다.
그러면서 느끼는 것 하나는, 그다지 의미가 없다고 느껴지는 자기계발서들도 많은 반면, 무척이나 마음에 드는 자기계발서들도 있다는 점입니다. 사실, 후자는 흔한 '자기계발서'라기 보다는 인문과학이나 사회과학 쪽에 더 가까운 책들이기도 합니다.
가령, 나심 니콜라스 탈레브의 책들, 말콤 글래드웰의 책들, 조나 버거의 책들, 그리고 오늘 소개시켜 드리는 애덤 그랜트의 책들은 제게 매우 신선한 영감들을 많이 전해준다고 느낍니다.
그 중에서 딱 한권을 꼽자면 무엇일까, 고민하다가 바로 이 책, <싱크 어게인>을 고른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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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개인의 인생에서, 일의 성과에서, 기업 경영에서, 한 사회의 변혁에서, 학생이나 자녀의 교육에서, 다시 말하면, 모든 것에서 '다시 생각하기'가 얼마나 중요한지를 설득력 있게 보여줍니다.
저는 특히 우리 사회에서 이 '다시 생각하기'가 정말 중요한 시점이 왔다고 많이 느끼고 있습니다.
다짜고짜 타인을 비난하거나, 저격하고, 혐오하는 일들이 만연해진 지금, 잠깐 멈추어서 '다시 생각하는' 일이 우리 사회와 문화를 재건하는 데도 필수적인 일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얼마 전, '심심한 사과' 사건도 바로 이런 맥락에서 일어났다고 느낍니다.)
개인의 삶에서도 마찬가지일 것입니다. 부부싸움을 할 때, 친구와 다투고 절교를 선언할 때, 어떤 일을 섣불리 선택하거나 포기할 때, 우리에게는 '다시 생각하기'가 반드시 필요하지 않을까 합니다. 반드시, 다시 생각해야 하는 순간이 인생에는 있을 것입니다.
이 책은 우리 인생 전체의 구석구석에서 필수적인 '다시 생각하기'의 필요를 매우 설득력 있게, 구체적으로, 진실에 가까운 모양으로 보여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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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러한 여러 이유에서, 저는 이 책을 추천하고자 합니다.
그러면서 약간의 확신이 드는데, 누구든 이 책을 읽고 나면, 이 책을 읽기 전보다 분명 삶의 어느 한 구석이 '나아지는' 경험을 하지 않을까 하는 것입니다.
저는 확실히 그랬습니다.
그런 경험을 함께 할 수 있기를 바라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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