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물두 번째 한 권, 소개 편지

2024.08.16 | 조회 2.14K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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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의 모든 서재

정지우 작가가 매달 '한 권'의 책을 추천합니다.

구독자님,

스물두 번째 한 권, 소개 편지를 전해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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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물두 번째로 고른 책은,

존 그레이의 <고양이 철학>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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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달에 저의 신간 <돈 말고 무엇을 갖고 있는가>의 출간 준비와 여러 사적인 일들이 겹쳐 편지를 보내드리지 못했습니다.

종종 '세상의 모든 서재'의 책 추천을 잘 읽고 있다는 분들을 뵙게 되는데, 기다린 분들이 계셨을까 하여 죄송한 마음입니다.

사실, 제가 올해 읽은 좋은 책들이 참 많아서, 어떤 책을 추천할까 고민을 하기도 했는데요.

어디까지나 제가 '즐겁게' 읽은 걸 기준으로 골라보기로 했습니다.

그렇게 고른 것이 이번 책 <고양이 철학>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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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인적으로 존 그레이는 <하찮은 인간 호모 라피엔스>로 기억하고 있는 철학자입니다.

상당히 냉소주의적이랄까, 회의주의적이랄까 하는 시각에서 인간 문명을 바라보고, 폭넓게 철학과 사상을 다루면서도 비판적인 시각을 견지하는 철학자죠.

이번 책에서도 그런 면모가 여실없이 드러는데, 그렇다고 해서 '비판만' 하는 책은 아닙니다.

오히려 이 책에는 매우 적극적으로 '긍정'하는 대상이 나오는데 바로 '고양이'입니다.

매우 냉소적이고 시니컬한 철학자의 이런 행보가 저는 사뭇 귀엽게 느껴지기도 하는데요.

책을 읽다 보면, 이 철학자가 인간에 대해서는 그토록 회의적이지만, 고양이는 얼마나 사랑하는지를 엿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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몇 구절을 인용해보면서 이야기해보면 좋을 듯한데요.

"고양이는 자신의 본성에 따라 사는 반면 인간은 본성을 억압하면서 산다. 역설적으로 그것이 인간의 본성이다. 그것이 야만의 영원한 매력이기도 하다. 많은 인간에게 문명은 속박의 상태다. 공포에 지배당하고 성적으로 굶주린, 감히 표현하지 못하는 분노로 가득 찬 그런 사람들은 스스로를 긍정하며 사는 동물로 인해 화가 치밀 수밖에 없다. 동물을 고문하는 일은 그들이 사는 내내 기어 다닌 음울한 진창에서 벗어나게 해준다."

동물을 혐오하거나 고문하는 사람들을 비판하면서 인간의 본성에 관해 이야기하는 부분입니다. 실제로 중세 때는 고양이를 불태우는 식의 '고양이 혐오' 문화가 있었다고 하네요.

만약 고양이를 혐오하는 사람이 있다면, 고양이가 너무나 자신의 본성에 따라 온전하게 살아가는 모습에 대한 일종의 시기심, 분노 때문이라고 합니다.

인간은 늘 온갖 걱정과 번민, 이상과 현실의 괴리 등에 휩싸여 온전히 현재에 만족하는 법을 모르기 때문에, 그냥 현재에 만족하며 분열 없이 살아가는 고양이를 보면, 자기도 모르게 화가 치밀어 오른다는 것이죠.

물론, 모든 인간이 그렇진 않겠지만, 그렇게 '증오심'을 품고 고양이를 대하는 사람들은 결국 자기의 결핍 때문에 그런다는 겁니다.

"우리 삶의 대부분은 우리 자신의 그림자로부터 달아나는 데 쓰인다. 죽음의 부정과 인간 영혼의 분열은 동반된다. 자신이 반드시 죽는다는 것을 상기시키는 어떤 것이든 두려워하면서 인간은 자기 경험의 대부분을 무의식의 영역으로 밀어 넣는다. 삶은 어둠 속에 머물기 위한 투쟁이 된다. 고양이는 자기 내부에 그런 어둠을 필요로 하지 않는 한편, 낮의 빛 속에서 사는 야행성 생물이다."

참 멋진 표현이죠. 실제로 인간은 낮에 살아가지만, 정작 자기 안의 무의식의 어둠에 파묻혀 있습니다.

온갖 죽음이나 미래, 현실의 공포에 잠식당한 채, 삶을 사랑하지 못하는 사람들이 많습니다.

그러나 야행성 생물인 고양이에게는 오히려 그런 어둠이 없다고 하죠. 그저 온전하게 현재 속에서 살아갑니다.

고양이에게는 인간 같은 허영도 없습니다.

인간이 타인과 비교에 시달리면서, 온갖 사치품들로 자기를 과시하고, 권력에 사로잡혀 타인들을 핍박하거나, 과도하게 재산을 모으며 타인을 착취하곤 하지만, 고양이에겐 그런 게 없죠.

존 그레이는 바로 그런 점을 파고들면서 '고양이에게 삶을 배워야한다고' 말합니다.

 

*

그리하여 도달하는 결론은 다음과 같습니다.

"개인의 본성이라는 허구에서 진실은 우리 각자에게 좋은 삶은 선택되는 게 아니라 발견된다는 것이다."

"좋은 삶은 당신이 원하는 삶이 아니라 당신이 만족하는 삶이다."

어쩌면 제가 이번에 출간한 <돈 말고 무엇을 갖고 있는가>와도 이어지는 면이 있을 것 같습니다.

저 또한 이 책에서 우리가 각자의 가치기준을 가지고 어떻게 자기만의 삶을 만들고, 자기만의 삶에 '만족'할 것인지를 이야기하고자 했으니까요.

지난 달에 책 소개를 하지 못했는데, 어쩌다 보니 이번 달에 두 권을 하게 되었네요. :)

여름 무더위가 이어지고 있습니다.

바깥 활동하기 어려운 이런 시절에, 책 한 권 읽으며 에어콘 아래에서 아이스 아메리카노 마시면 천국에 따로 없겠죠.

그럼 즐거운 독서 되시길 바라겠습니다.

 

<고양이 철학> 정보 바로가기

 

<돈 말고 무엇을 갖고 있는가> 정보 바로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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