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에 대해 어떤 노래가 있을까 기억을 더듬어보는데, 눈 자체에 대한 노래들은 어쩐지 추천하고 싶지 않았다. 떠오르는 노래들은 있었지만, 뭐랄까, 내 마음을 걸고 좋아했다고 말할 수는 없는 노래였기 때문이다. 대신 그 다음으로는, 겨울에 대한 노래가 떠올랐다. 겨울 그 자체에 대한 노래보다도, 겨울이 언급되고, 그래서 겨울을 상상하게 하고, 공교롭게도 겨울에 사랑했던 두 곡의 노래가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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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나는 넬의 <PART2>이다. 나는 아주 오랫동안 누구의 노래를 가장 좋아하는지 물으면 '넬'의 노래라고 답했고, 넬의 노래 중 무엇이 가장 좋냐고 묻는 말에는 'PART2'라고 대답했다. 사실, 시절마다 가장 좋아했던 노래들이 다르긴 했지만, 그래도 하나 꼽으라면 'PART2'라고 대답한 적이 많았다. 그 이유는 오직 이 곡의 마지막 부분 때문이었다.
"그때 니가 나에게 했던 그말 아직 기억하는지"로 시작하는 부분은 어딘지 모르게 충격적일 정도로 좋았고, 그 좋은 느낌이 몇년이 지나도 이어졌다. 1절과 2절이 반복되는 음으로 이어질 때, 완전히 새로운 음과 완전히 새로운 내용의 가사가 등장하는 아주 짧은 순간인데, 이 곡은 이 마지막 부분을 듣기 위해 듣는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그 순간 떠오른 어떤 겨울의 이미지, 겨울 속에서, 입김을 내쉬며, 목도리를 한 채 돌아선 등, 그런 것들이 무척 투명한 이미지 속에서 떠올랐다. 내가 아는 한 가장 완벽한 노래의 마지막 부분일 것이다. 그러나 그 이유는 역시 설명하기 어렵다. 그저, 내게는 모든 게 완벽하게 느껴지는 부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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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번째 곡은 범프 오브 치킨의 <K>다. 겨울 속 눈이 내리는 산길을 가로질러 달리는 고양이 이야기가 박진감 있게 노래 내내 이어진다. 범프 오브 치킨은 뭐랄까, 내가 일본어를 잘 몰라서 무척 아쉽게 만드는 밴드다. 노래에서 가사를 무척 중요하게 생각하는 입장에서, 범프 오브 치킨의 노래 가사들이 너무 좋다고 느낀 적이 많았기 때문이다.
한때는 범프 오브 치킨의 노래 같은 이야기를 쓰고 싶다고 생각하기도 했던 듯하다. 오랜만에 그 시절의 노래를 다시 들으면, 역시 그런 이야기를 쓰고 싶었다고 생각하게 된다. 그리고 언젠가 그런 이야기들을 쓸 수 있다면 좋겠다고도 생각하는 것 같다. 'K'도 내게 그런 노래 중 하나다.
* 생각지도 않았는데 커피 보내기 기능을 통해 후원해주신 분들께 감사드립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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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isoo park
새벽 비오는 제주에서 논문쓰느라 열어보는 메일에서 만난 아침의 눈의 주간
세상의 모든 서재
비오는 제주 참 낭만있을 것 같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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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정
월요일이 즐거워질 수 밖에 없는 작가님의 세상의 모든 주간,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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힘겨운 월요일이 즐거우셔서 다행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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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답게
작가님의 글을 읽고 나면 하루를 행복하게 살 수 있을 것 같아요. 감사합니다.
세상의 모든 서재
다행이네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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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원재
뱀브의 노래는 작가님덕에 처음알았어요 영상과함께 이야기가 파고드네요 감사한글 잘보았습니다
세상의 모든 서재
다행이네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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