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살펴볼 화두는 바로 인간관계에서 생기는 피로예요. 주변을 배려하고 챙기느라 분주하다 보면 어느새 자기 자신을 잃어버린 기분이 들기도 하고, 반대로 나를 더 강조하자니 이기적인 사람이 되는 건 아닐까 걱정되기도 해요. 그렇게 마음의 체력을 조금씩 소진하다 보면, 언제부턴가 무기력함이 찾아오는 거죠.
나와 타자 사이에서 흔들리는 우리
관계 속에서 늘 타인을 먼저 생각하느라 내 마음은 뒤로 밀려나진 않았는지 되짚어볼까요?
- 미팅이나 회의에서 ‘내가 필요 이상으로 양보하고 있진 않나?’ 하고 느낀 적은 없나요? 그렇다면 왜 그런 선택을 했고, 결과적으로 어떤 감정을 느꼈는지 적어봐요.
- 반대로, 남을 신경 쓰기보다는 내 스케줄, 내 우선순위만 고집해본 적도 있을 텐데요. 그때 상대방의 표정이나 반응을 떠올려본다면 어땠나요?
우리는 이렇게 양끝을 오가다가, 결국 자신이 선택한 방향이 맞는지 확신이 서지 않아 방황하게 돼요. 처음엔 ‘그래, 조금만 더 배려해보자’ 하다가도, 어느 순간 ‘왜 나만 희생해야 해?’라는 생각이 들기도 하고요. 그러다 보니 어느 쪽도 완전히 편하지 않고, 그 사이에서 피로가 쌓여가는 거예요.
타자의 윤리, 바깥에서 오는 눈맞춤
프랑스 철학자 에마뉘엘 레비나스는 타자란 우리가 결코 흡수하거나 완전히 이해해버릴 수 없는 존재라고 했어요. 곰곰이 생각해보면, 가장 가까운 친구나 가족조차도 우리가 전부 알 수는 없잖아요. 타자는 늘 우리 바깥에서 새로운 의미로 다가오는 존재라는 거예요.
이 관점에서 보면, 인간관계는 ‘나’와 ‘너’ 사이에 존재하는 한계를 각자가 인정하는 과정으로 이해할 수 있어요. 나를 지키는 동시에, 타인을 있는 그대로 마주 볼 수 있을 때, 비로소 진짜 대화가 가능해진다고 레비나스는 말해요.
그렇다고 끝없이 타인을 우선하라는 뜻은 아니에요. 오히려 서로의 차이를 뚜렷이 인식하고, 서로에게 말을 걸어볼 용기를 내라는 거죠. 이때 중요한 건, 내 목소리를 너무 숨기거나 혹은 타인의 목소리를 묵살해버리는 극단에 빠지지 않는 거예요.
내 안의 질문과 마주하기
레비나스의 이야기를 우리 일상에 어떻게 녹여볼까요? 거창하게 윤리를 논하기보다는, 내 안의 질문을 던져보는 것으로 시작하면 좋아요.
- 지금 이 관계(혹은 상황)에서 내가 정말 중요하게 생각하는 가치는 뭘까?
- 상대방이 나와 다르게 행동했을 때, 나는 어떤 감정을 느끼나?
- 서로의 차이가 만났을 때, 어떤 공통 분모를 만들어볼 수 있을까?
질문에 명쾌한 답이 떠오르지 않아도 괜찮아요. 생각해본다는 자체가 이미 시작이거든요. 그 과정을 통해 내가 원하고 두려워하는 건 무엇인지, 타인과의 접점은 어디서부터 찾을 수 있는지 차근차근 알게 되니까요.
작은 호기심이 만드는 숨쉴 틈
우리는 매일 주변 사람들과 부딪히고, 때론 그 안에서 자신을 잃어버리기도 해요. 그럴 때마다 마음이 묵직해지고 피로감이 깊어지지만, 사실 그 순간이야말로 자기 자신에게 솔직한 질문을 던질 기회가 되기도 해요.
너무 완벽한 균형을 찾으려 애쓰기보다, 지금 당장 생겨난 갈증이나 불편함에 솔직해지는 건 어떨까요? 내 마음을 돌보고, 동시에 상대방이 서 있는 자리도 궁금해지는 마음. 그 작은 호기심과 질문이 바로 인간관계에 숨쉴 틈을 만들어준다고 생각해요. 이렇게 조그마한 물음표들이 쌓여갈수록, 피로보다는 이해가, 단절보다는 연결이 조금씩 커져나가겠죠.
혹시 아직 답을 찾지 못했다 해도 괜찮아요. 우리는 계속 질문할 수 있고, 그게 바로 관계 속에서 만들어가는 균형의 첫걸음이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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