플라스틱이 있었는데요, 없었습니다.

플라스틱이 사라진다?!

2022.05.11 | 조회 1.09K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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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쓸신잡, 지대넓얕 그리고 존나좋군

플라스틱의 시대
플라스틱의 시대

일주일에 음식을 몇 번이나 시켜 드시나요?🍜 1인 가구인 저는 여전히 배민, 쿠팡이츠 없는 세상은 상상조차 할 수 없는 배달족인데요, 요즘엔 맛있게 밥을 잘 먹고 나서도 한숨이 나올 때가 한두 번이 아닙니다. 식탁 한쪽에 (거의) 산처럼 쌓여 있는 플라스틱 용기들 때문이죠. ‘원래 배달 음식을 먹으면 뭐가 이렇게 많이 왔었나?’ 생각하게 된 건 아마 코로나19로 배달 주문이 늘 무렵이었던 거 같아요. 비슷한 시기부터 재활용 쓰레기 내다 버리는 주기가 급속도로 짧아졌거든요.😩 저만 그런 건 아닌 것 같아요. 얼마 전 코로나19로 재택근무 중이던 어느 기자가 배달 음식 생활 1주일 만에 플라스틱 용기 98개를 버렸다고 기사를 내기도 했거든요.

2020년 한 해 동안 분리 배출된 플라스틱 쓰레기는 251만 톤이었다고 해요. 감이 잘 안 잡히는데, 단순 환산하면 물이 가득 든 1.5리터 페트병 16억 7,000만 개에 달하는 수준이죠.👀 2019년에 버려진 양이 131만 톤이었다고 하니 두 배 가까이 늘어난 셈입니다. 아직 작년 집계는 발표되지 않았지만, 2021년 배민 매출액이 2019년보다 4배가량 늘었다는 거 보면 플라스틱 쓰레기도 엄청나게 늘었다고 예상할 수 있어요. 아, 물론 분리 배출되지 않은 플라스틱 쓰레기까지 더해지면 그 양은 폭발적으로 늘어나고요. 현재 우리나라는 1인당 연간 플라스틱 배출량이 88kg으로 미국, 영국 다음으로 세계 3위라고 해요(부끄럽지만 저도 한 몫 했겠…네요).

거대 태평양 쓰레기 지대(GPGP, Great Pacific Garbage Patch)
거대 태평양 쓰레기 지대(GPGP, Great Pacific Garbage Patch)

사실 플라스틱 쓰레기 문제가 어제오늘 문제는 아니에요. 벨기에 출신 화학자 리오 베이클랜드가 1907년 최초로 합성수지 플라스틱을 개발한 이후 신이 내린 물질이라 불리며 생활 곳곳에서 쓰이기 시작했으니까요.🧪 특히 제2차 세계대전 당시에는 합성 플라스틱이 보급선, 낙하산, 폭파기, 헬멧 등의 대체 소재로 쓰이면서 사용량이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났고요. 플라스틱 공장이 우후죽순 생겨나 대량 생산이 가능해지면서 우리에게 익숙한 일회용 제품도 등장하기 시작했죠. 하지만 플라스틱은 자연 상태에서 분해되지 않는다는 특징이 있습니다. 날씨나 토양 상태에 따라 다르지만 낚시줄처럼 최대 600년 이상 썩지 않는 것들도 부지기수고요.

그럼 100년 넘는 시간 동안 만들어진 플라스틱은 다 어디로 갔을까요?🤔 제대로 처리되지 않은 플라스틱은 바다로 흘러 들어갑니다. 1997년 미국 환경 운동가 찰스 무어는 태평양에 떠 있는 두 개의 커다란 쓰레기 더미를 발견해요. 바다로 유입된 플라스틱들이 해류를 따라 이동하면서 거대한 쓰레기 섬을 만든 거죠. 현재는 이 거대한 쓰레기 섬들을 ‘거대 태평양 쓰레기 지대(GPGP, Great Pacific Garbage Patch)’,라고 불러요. 최초 발견 이후 그 면적은 점점 커져서 지금은 그 크기가 우리나라 면적의 16배에 달합니다. 이렇게 오염된 바다는 해양 동물은 물론 미세 플라스틱으로 인간까지 위협하는 지경이고요.

오…오……오!!!!!
오…오……오!!!!!

그런데 최근 텍사스대학교 연구팀이 하루 만에 플라스틱을 분해하는 돌연변이 효소를 개발했다고 합니다. 과학 학술지인 네이처(Nature)에 소개된 이번 연구는 일단 플라스틱 종류 가운데 일상에서 가장 많이 사용하는 페트(PET, 네 ‘페트병’ 할 때 그 페트 맞아요)에 초점을 맞췄습니다. 페트는 전 세계에서 배출하는 플라스틱 쓰레기의 12%나 차지하는데 제대로 재활용되는 건 10%도 안 되거든요.🗑

이번에 개발한 효소의 이름은 ‘패스트 페타제(FAST-PETase)’입니다. 사실 플라스틱 분해를 위한 효소 연구는 이미 15년간 진행돼 왔고, 페타제의 분해 능력을 끌어올리기 위한 시도가 계속돼 왔어요. 가장 최근 결실이라 할 수 있는 ‘패스트 페타제’는 AI 기계 학습을 통해⌨️ 플라스틱 분해 속도를 높일 돌연변이를 예측하는 방식으로 만들어 냈다고 합니다(만 어려우니까 넘어 갈게요). 아무튼 패스트 페타제는 별도의 에너지 없이 상온에서도 플라스틱 분해가 가능해 상용화가 목전으로 다가왔다는 평가를 받아요. 쓰레기 매립지 등에 이 효소를 뿌려 플라스틱을 분해하거나 더 나아가 이미 오염된 곳에 활용할 수도 있고요. GPGP같은 곳 말이죠.

‘껍데기는 가라, 알맹이만 오라’ 제로웨이스트샵 알맹상점
‘껍데기는 가라, 알맹이만 오라’ 제로웨이스트샵 알맹상점

지금 전 세계는 플라스틱 관련 기술 개발에 막대한 비용을 투자하고 있습니다. 폐플라스틱을 단순히 잘게 부숴 세척하고 혼합해 재생 플라스틱을 만드는 기계적 재활용 외에도, 플라스틱 안의 탄소 고리를 분해해 석유로 탈바꿈 시키는 등 화학적 재활용에도 관심이 쏠리고 있어요. 그렇게 되면 비닐이나 플라스틱이 석유화학 제품의 원료나 생활 연료로 재사용될 수 있겠죠. 한편에서는 생분해성, 그러니까 썩는 플라스틱을 만들기 위한 시도도 이어지고 있습니다.

하지만 이러한 기술이 얼른 개발되기를 기다린다고 지금의 문제가 해결되진 않을 겁니다. 일상에서 플라스틱 사용을 줄이고 재사용을 늘리는 노력도 같이 이뤄져야 하겠죠. 작년까지 우리나라도 폐플라스틱을 수입했다는 사실 아시나요? 우리나라 폐플라스틱은 분류도 잘 안돼있고 지저분하다는 이유였죠.😕 음료수병을 예로 들면 내용물은 비우고 물로 헹군 뒤, 라벨을 떼고 찌그러뜨려 뚜껑 닫아 버려야 재활용할 수 있는데, 대부분 이렇게 버려지지 않는다는 겁니다. 내 작은 실천이 미약하나마 도움이 될 수 있다면 우리 같이 동참해 보면 어떨까요(네, 전 일단 배달 음식부터 줄일게요..)

오늘 레터는 망원 시장 인근에 있는 알맹상점을 소개하면서 마무리하려 합니다. 상점 이름에서 있듯 포장 없이 알맹이만 판매하는 리필 스테이션인데요, 사용하던 용기를 가져와 샴푸나 세제, 화장품, 올리브유 등을 원하는 만큼 덜어서 있습니다. 천연 수세미, 유리 빨대 같은 친환경 제품도 500 넘게 있고요. 언제 망리단길에 놀러 일이 생기시거든 알맹상점에 들러 구경해 보시는 것을 추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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