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생님 앞에만 서면 애가 된다

2022.06.09 | 조회 252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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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잘조잘

매일 아침, 당신 곁의 이야기

미술학원을 다닌지 벌써 8개월 가량이 지났습니다. 처음에는 여행 다녀온 국화밭을 직접 그려보고 싶어서 시작했는데 이제는 습관이 되어 꾸준히 다니고 있습니다. 이왕 배우기 시작한 거 1년은 해봐야 하지 않겠나, 라는 생각도 있고요.

새로 이사 온 동네에서 같이 미술하는 친구를 사귀고 싶은 마음도 있었습니다. 쉽지 않은 게 우선 학원에서 각자 그림을 그리다 보니 말을 하기가 어렵습니다. 저만 해도 제 그림 그리느라 남은 뭘 그리는지, 옆에 누가 있는지도 제대로 보지 못하고요.

그런데 재미난 공통점을 하나 발견했습니다. 이 화실은 각자 그림을 그리고 있으면 선생님이 돌아다니시면서 한 명씩 터치를 봐주거나 다음 단계를 지도해주는데요. 어째 다 큰 성인들인데도 선생님이 곁에 오면 다들 이실직고를 하고 있는 것입니다.

 

“쫌 이상하죠..?”

“여기가.. 별로인 것 같아요.”

 

정작 선생님은 잘 했다며 칭찬일색인데도 제 발 저려서 먼저 부족한 점을 낱낱이 고하고 있었습니다. 저도 예외는 아니고요.

어쩐지 다들 기죽은 모양이 재밌기도 하고, 한편으론 씁쓸하기도 했습니다. 높은 점수를 받거나, 어딘가에 통과하려고 다니는 학원도 아니고 순전히 취미로, (물론 이왕이면 잘하면 좋지만은) 마음을 쉬게 하려고 다니는 곳인데도 ‘못했다’는 것을 부끄러워하는 모습들에요. 말했다시피 저 역시 예외는 아닙니다.

잘 해야 한다는 강박을 내려놓기 위해서 원래 못하던(!) 미술을 배우기 시작한 건데 평생 들여온 습관이 어딜 가지 않네요

못할 수도 있지, 못하니까 배우러 다니는 거지. 이렇게 생각하려고 매번 곱씹지만 어쩐지 저도 선생님이 제 곁으로 오면 붓을 내려놓고 괜한 눈치를 흘끗 보게 됩니다. 선생님한테 혼날까봐 노심초사하는 일곱살배기처럼요.

아마 내일도 마찬가지겠지요. 그래도 재미는 있습니다. 진짜, 진짜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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