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종종 주위 사람들에게 평소에 생각할 일 없는 질문을 하는 것을 즐깁니다. 지난 주말에 뭐했는지 묻는 것보다 이런 질문들에서 파생되는 대화가 더 재미있기도 하고, 제가 진짜 궁금한 것도 이 사람이 무슨 일을 했냐 보다도 무슨 '생각'을 하고 사는지라서죠.
좋아하는 질문 중 하나는 최근에 울어본 게 언제인지입니다. 다들 냅다 이 질문을 들으면 ㅇ0ㅇ 같은 표정이 됩니다. 사실 여기에 명확하게 대답하는 이들은 잘 못봤습니다. 성인이 되면서 울 일이 확연히 줄어드는 것도 맞고요. 설령 어제 개인적인 일로 울었다고 해서 진짜 '어제 울었다'고 쉽게 답해주기도 만무하고요.
그래도 물어보는 건 꼭 대답을 듣기 위해서는 아닙니다. 제가 이런 걸 묻고 싶어할 만큼 좋아하는 사람이 한 번쯤은 이를 생각해 보길 바라서입니다. 최근에 크게 울고 웃은 날, 가장 신기했던 장면, 새로 알게 된 노래, 이런 것들을 한 번 더 생각해 보면 삶이 조금은 더 풍성해진다고 믿거든요.
누군가에게는 너무 사소하거나 또는 무의미한 행위일 수도 있습니다. 이런 작은 기억들을 되짚어보는 일들이요. 사실 이를 떠올려본다고 해서 인생에 엄청난 변화가 생기거나 사는 데 더 도움되는 게 아니긴 합니다.
그래도 한 번 생각해보면 새삼스럽지만 내가 어떤 사람인지를 알 수 있는 기회이지 않을까요. 쓸 데 없다고 생각하시는 분들도 있을테고 실제로 쓸 데는 없겠지만... 의미있는 것들을 연결해주는 것은 의외로 무의미한 것들이기도 하잖아요🤐 충실하게 현재를 살아가고 있다면 생각은 가끔 안드로메다에 다녀와도 좋지 않을까요. 안드로메다에 다녀온다는 표현이 너무 올드한가 민망하네요.
제게 이런 질문을 해주는 것도 언제든 환영입니다. '만약'으로 시작하는 모든 질문들을 좋아하는 까닭이기도 합니다. 300년뒤에 눈 뜨는 냉동인간이 될 수 있으면 되겠냐 같은 질문도요.
구독자님, 편지함에 말도 안 되는 질문들을 넣어주시면 열심히 고민해서 다음에 전해드리겠습니다. 엉뚱한 질문들을 기다리고 있어요.
아무튼 오늘도 대체로 무난하지만 가끔 통통 튀는 하루 보내시길 바랍니다. 이번주도 고생 많으셨습니다!
댓글 3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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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무야
질문을 좋아합니다. 하는 것도 받는 것도. 질문을 주고 받는 관계도 좋아합니다. ^^ 생각해보니 MBTI 모 유형의 대표특징이 <질문>이라고 합니다. 최근에 실감하고 있습니다. ㅎㅎㅎㅎ
조잘조잘 (317)
오 ㅎㅎ 혹시 mbti가 어떻게 되시는지이 여쭤도 될까요? 궁금하네요 :)
나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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