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슴도치를 키우고 싶었다

2023.08.10 | 조회 252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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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잘조잘

매일 아침, 당신 곁의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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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어린 시절 금붕어랑 햄스터를 키운 적이 있습니다. 햄스터는 제가 미취학 아동 때라 잘 기억이 안 나고, 금붕어는 그래도 초등학교 시절에 키웠어서 기억이 나기는 합니다. 거실에 어항을 두고 길렀었는데 때맞춰 밥주고 한번씩 앞에서 멍하니 보고 있고 그랬네요. 솔직히 잘 키우지는 못했습니다. 그래도 어항 앞에 가면 이쪽으로 쳐다 본다거나 몰리는 걸 보며 꽤나 귀엽다고 생각하기는 했네요.

친가 외가 모두 시골집에서 강아지를 키우셔서 놀러갈 때마다 보기는 했습니다. 그런데 제가 지금은 극복했지만 당시만 해도 강아지를 굉장히 무서워 했어서 줄에 묶인 것을 확인하거나 어른들께 잠깐 잡고 있어 달라 하고 지나갔네요. 그럼에도 기억에 남는 장면은 할머니댁 가는데 갑자기 할머니집 옆 언덕에서 할아버지께서 키우시는 콜리 천방이가 미친듯이 아래로 뛰어오는 것입니다. 제가 엄청 놀라자 할아버지께서 천방이를 부르셔서 천방이가 다시 위로 올라갔는데 그 달려오는 장면이 잊히지 않네요.

지난해부터서야 강아지를 안 무서워하기 시작했습니다. 모르는 강아지와도 스무스하게 인사하는 경지에 올랐죠. 동물들을 유튜브로 보는 건 좋아했지만 실제로 보거나 만지는 걸 좋아하진 않았던 제게 변화가 생긴 것도 그쯤부터입니다. 사람들이 왜 반려동물을 키우는지 머리가 아닌 마음으로 이해하기 시작한 것이죠.

당장은 아니더라도 나이가 들고 집이 더 넓어지고, 나 말고 다른 이도 책임질 만큼 능력이 생기면 동물을 키우고 싶다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강아지나 고양이도 좋고, 앵무새도 좋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러다가 최근 고슴도치에 완전히 빠졌습니다. 독일의 철학자 쇼펜하우어가 쓴 우화 중에 고슴도치 딜레마(추운 겨울에 고슴도치들이 서로 모여 있으면 따뜻하지만 가시때문에 따갑고 떨어지면 추위에 떤다는 이야기)에 관한 내용을 듣고 고슴도치를 검색했습니다. 저는 엉터리 지식창고인 나무위키 보는 것을 좋아해서 나무위키로 고슴도치를 봤는데요. 행동 특성들이 아주 깜찍한 것은 물론이고 사진을 검색해 봤는데 정말 넘 귀엽더라고요. 생각해 보면 제가 어릴 때 동물백과 등을 보면서도 고슴도치를 참 좋아했습니다. 야생 고슴도치는 좀 무섭게 생기긴 했는데 가축화된 아프리카 고슴도치, 우리가 일반적으로 아는 고슴도치는 넘 귀엽게 생겼거든요.

고슴도치는 고독한 동물이라 1인 가구도 키울 수 있다길래 진지하게 고슴도치 커뮤니티도 가입해서 찾아보고 열심히 알아봤습니다. 그리고 포기했습니다.

우선 수명이 짧았습니다. 3~5년 가까이고 더 장수하는 경우도 있다지만 반려동물로 키우는 고슴도치는 가축화되면서 특유의 유전병이 생겼고 이는 불치병이라고 하더군요. 심지어 아파서 병원에 가려고 해도 소동물 전문 병원은 많지도 않습니다. 병원비도 너무 비싸고요. 여러 상황을 고려했을 때 쉽지 않겠다 싶었습니다.

무엇보다 아직 오지 않은 헤어짐이 무서웠습니다. 도치별로 먼저 떠나보낸 이들이 남긴 글들도 읽어 봤는데 그 애정의 깊이와 무게가 저는 도저히 감당할 수 없을 것 같더라고요. 동물을 키우는 데 책임이 동반한다는 이야기는 그 동물의 생애를 책임져야 하는 것뿐만 아니라 이별 후에 오는 슬픔까지도 감당을 해야 한다는 이야기가 아닐까 싶었습니다. 모든 이별은 슬프지만, 무조건적인 애정을 주고받은 이들과의 이별은 더욱 슬픈 듯합니다.

그래서 우선 보류입니다. 짧은 시간을 함께 하더라도 후회하지 않을 만큼의 애정을 줄 수 있을 때로 잠시 미뤄두겠습니다. 하지만 고슴도치는 당분간은(아마 오랫동안) 제 최애 동물일 예정입니다. 진짜 귀엽거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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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2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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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미나

    0
    about 1 year 전

    네, 애완동물이 있어요 고양이가 있어요 오늘도 수고했어요 좋은 하루 되세요

    ㄴ 답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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