봉사활동을 하고 있습니다. 월 2회 하는데 동네 어르신들과 산책하면서 셀프 네컷사진관 같은 신문물도 알려드리고 영어로 된 간판들 뜻도 알려드리는 활동입니다. 의식을 하고 돌아다니다 보니 새삼 간판들이 대부분 영어라는 것을 알게 됐습니다. 구독자님도 오늘 거리를 세심히 살피시면 생각지도 못한 영어 간판들이 많다는 것을 아시게 될 거예요.
시작한지 이제 세달째라서 머쓱하긴 하지만 활동은 꽤나 좋습니다. 저도 잘 안 돌아다니던 동네 곳곳을 다닐 수도 있고, 저와 같이 하시는 다른 봉사자 분은 현직 교사이신데 그래서 이 프로그램을 이끌어 가는 능력이 상당하십니다. 옆에서 보고 감탄하게 됩니다. 저는 사실 어르신들과 대화하는 게 전부라면 그분께서는 적절한 주제를 적절한 때에 던지시더라고요. 저도 같이 이끌어야 하는데 옆에 앉아서 질문에 대한 답을 떠올리고 있습니다^^;
며칠전에도 다녀왔는데 인상적인 것은 타임머신이 있다면 언제로 돌아가고 싶냐는 물음에 어르신들 모두 50대라고 답하신 것입니다. 오히려 20~40대는 너무 바쁘고 힘들었다며 50대 때 가장 마음이 편했다고 하십니다. 20대가 힘들었어서 다시 돌아가고 싶지 않다는 선배들의 말을 들은 적은 있었긴 했지만 그래도 마음 속으로는 젊음이 좋겠지라는 생각을 했나 봅니다. 예상 못한 답에 놀란 걸 보니까요.
그런데 듣고 보니 이해가 갔습니다. 자식들도 모두 키워 놓아서 더이상 큰 책임을 져야 할 일도 없고, 직장생활이나 일도 너무 열심히 하지 않아도 됐고, 경제적으로도 적당히 여유 있고 몸도 건강하니 잘 돌아다닐 수도 있었다고 하시더군요. 그러시더니 또 금방 지난 후에는 지금이 가장 좋다고 하십니다. 근처에 친구들도 가까이 사시고 더는 크게 신경쓰고 살 일이 없어서 좋다고 하십니다. 과거에 원망스런 기억도, 후회하는 마음도 있지만은 그 모든 것을 다시 꺼내며 괴로워하기 보다는 현재에 보다 충실히, 매일을 살아가시려고 하더군요. 말이 봉사활동이지 제가 배우는 것이 더 많습니다.
이날은 카페에서 오늘 활동 중 인상깊은 장면을 그리면서 마무리 했습니다. 직장에 들어가면 다시 봉사를 해야지라는 생각만 하다가 다시 시작할 때의 마음은 마냥 선하진 않았습니다. 우리사회의 고령화가 가속화되는 가운데 고령층과의 소통을 통해 그들을 직접 이해하고 싶은 마음이 앞섰죠. 점점 노인은 늘어날 것이고 청년층과 갈등도 심해질 위험이 있는데 마냥 대립하는 것은 답이 아니잖아요. 그런데 고령층에는 어떤 것이 필요하고, 어떤 산업이 나와야 하고 등등을 알려면 직접 대화를 하고 그분들의 삶을 제가 직접 느끼는 것이 먼저여야 하겠더라고요. 또, 당시 회사에서 여러모로 피곤하던 시기여서 자기효능감을 느끼고픈 마음도 컸습니다.
아직 시작한지 얼마 안됐지만 갈때마다 반갑게 맞아주시는 어르신들을 뵈면 저도 모르게 마음이 기꺼워지고 하길 잘했다는 생각이 듭니다. 한편으론 이렇게 서로가 소통하는 작은 창구만 있어도 세대갈등이며 뭐며 다 조금씩 줄어들텐데 하는 아쉬움도 들고 그럽니다. 키보드에서 손을 떼고 밖으로 나와 직접 마주보며 대화를 하면, 결코 이해할 수 없을 것 같은 이들도 이해할 수 있게 되는데 그 약간의 노력이 참 어려운 것 같습니다. 꼭 의지의 문제는 아니라고 생각해요. 그럴 수밖에 없는 게 저만해도 비교적 시간을 유연하게 쓸 수 있는 직종인데도 쉽지 않아요. 복지관에서 갑자기 평일 낮에 봉사 교육이 잡히는 등 직장인들이 하고 싶어도 할 수 없는 요소들이 많거든요. 봉사자들도 대부분 은퇴하신 50대 이상이 제일 많고요.
좀더 체계적이고 다양한 프로그램들이 만들어져서 이를 진정으로 하고자 하는 이들에게도 더 문이 많이 열렸으면 좋겠네요. 그리고 보여주기식의 복지가 아니라 진짜 고령층이나 소외계층에게 필요한 복지가 무엇인지 알려면 입법자들도 모두 봉사를 해야만..(?) 그리고 복지관의 봉사 프로그램들에도 아쉬움이 남는 게 많은데 그들도 해야 할 일이 이것만 있는 게 아닐테니 한계가 있겠죠. 참 어렵습니다!!! 하지만 생활의 활력이 되고 좋아요. 다녀오면 기분도 좋답니다. 우하하.
벌써 금요일, 이제 주말입니다! 구독자님, 이번주도 잘 보내셨나요? 오늘까지 막판 스퍼트 달리시고 주말도 즐겁게 보내시길 바라요! 고생 많으셨습니다🫠
댓글 2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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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무야
봉사활동은 마음은 있어도 시작하는 일이 쉽지 않은데 칭찬합니다. 어제 부터 따끈따끈한 신간 <초보 노인입니다>라는 책을 읽기 시작했습니다. <선행학습>이라며... 저도 언젠가 노인이 될테니 말입니다. 50대가 가장 좋았다는 말에 동의합니다. 저 역시 50대 초보이긴 합니다만 지금이 꽤나 마음에 듭니다. 그리고 <지금>이라는 말에도 일리가 있습니다. 흔히 행복(?) 그래프는 U자형이라고 하고, 가장 바닥이 40대, 50대 부터 오르막입니다. 저는 이제 이 오르막을 타기 시작했습니다. ^_^ 괜찮은 어른이자 노인이 되고 싶습니다. 태풍은 서울을 지나 저 위로 갔다고 합니다. 태풍이 지나간 주말을 만끽하세요!
조잘조잘
행복 그래프가 u자형이란 말은 처음 들어보는데 어렴풋이 생각해봐도 그럴법하군요.. ㅎㅎ 저 역시 괜찮은 어른이자 노인이 되고 싶습니다. 그러려면 우선 주어진 시간을 충실히 살아가는 것이 먼저일듯합니다. 바로 지금을요! 지금을 보내는 시간들이 모여 결국 나를 만들어가는 것이니요 ㅎㅎ 늘 따뜻한 말 남겨주셔서 감사합니다, 나무야님! 즐겁고 행복한 나날을 보내봅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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