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아무리 계획을 해도 한 치 앞도 모른다

2024.08.02 | 조회 117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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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잘조잘

매일 아침, 당신 곁의 이야기

구독자님, 좋은 아침입니다. 얼마전 취재차 찾은 행사에서 예전에 덕질했던 연예인을 만났습니다. 꽤 오랫동안 엄청 가까이에서 마주했는데요. 팀을 옮기고, 여러 브랜드 행사 취재를 다니면서 한번은 마주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했는데 진짜 만나니까 솔직히 신기했습니다. 아쉬운 점은 어쨌든 촬영이 먼저니 화면 너머로만 보느라 두 눈으론 딱히 담지 못했다는 점이네요.

근 몇 개월 동안 연예인들을 직접 인터뷰하기도 하고, 행사 스케치를 목적으로 가까이서 만난 것도 수차례인데요. 사실 극초반을 제외하고는 별 생각이 없습니다. 아무리 가까이 있어도 저는 제 카메라만 보느라 딱히 실물을 체감하지도 못하고요. 현장의 모두들 각자의 일이 또 있으니 빠르게 끝내고 후다닥 이동하는 분위기이기도 합니다. 다만 구 최애를 만난 것은 기록할 만한 일이었습니다. 콘서트장에서 봤던 이를 현실에서 그것도 일터에서 만나다니요.

인생은 새삼 알다가도 모를 일입니다. 정말 인생은 알다가도 모를 일입니다. 대학생 때까지 저는 제가 정치부 기자가 될 것을 믿어 의심치  않았습니다. 비즈니스 매체에서 인턴을 하면서 진로도 틀었습니다. 사회부에서도 잠깐 인턴을 하면서 제가 기자 지망생 때 하고 싶었던 취재를 하기도 했지만 쉽지 않더라고요. 사건사고를 마주하고 적확한 글로 담아낸다는 것은 보통 일이 아니었습니다. 또 제가 전하고 싶은 이야기는 신문보다는 책이나 다른 매체로 전하는 것이 더 맞겠다는 생각도 들었고요. 여기에 대한 이야기는 언젠가 할 기회가 있을 때 하겠습니다.

아무튼 분야를 튼 핵심적인 이유는, 세상을 더 낫게 만드는 무궁한 방법 가운데는 비즈니스로 해결할 수 있는 방법도 있다는 것을 알게 됐거든요. 그 전에는 법이나 행정적인 영역에서만 해결책을 떠올렸습니다. 그런데 제가 막 취업했을 무렵이 한창 스타트업 붐이 일면서, 문제를 비즈니스로 해결하고자 하는 기업들이 많이 나타나기도 했고요. 이들의 이야기를 듣고, 그 안에서 공적인 가치를 찾아내는 게 재미있고 보람도 있었습니다. 특히 소셜벤처에 관심이 많아서 관련 기업들을 많이 찾기도 했고, 관련 책도 많이 읽은 시기입니다. 생에 한번도 염두에 두지 않던 창업을 처음으로 떠올린 때이기도 합니다. 나약한 심성을 알아서 직접 대표로 나서지는 못하더라도, 똑똑하고 야무진 누군가가 대표를 한다면 옆에서 함께하고픈 욕심이 생겼죠.

저도 나름대로 해결하고 싶은 문제 분야가 지금의 석사 전공으로 좁혀지고, 차근히 삶의 계단을 밟아가고 있다 믿었을 때 지금의 팀으로 급발령났습니다. 이제껏 다뤄본 적 없는 주제를 이제껏 다뤄본 적 없는 방식으로 풀어야 했습니다. 진학하고부터 전공 분야와 관련된 기사를 열심히 쓰겠다는 가열찬 목표는 사그라들었습니다. 개인적으로는 새로운 일도 해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던 찰나였지만 영 생뚱맞은 일이란 생각에 당황하기도 했습니다.

이제 7개월이 지난 지금은 여느 때보다 높은 직업 만족도로 일하고 있습니다. 제가 잘 몰랐던, 그리고 아마 그대로 살았다면 앞으로도 몰랐을 분야를 알아가는 재미도 있고요. 디지털 콘텐츠 만드는 업무도 하는데 처음엔 어려웠는데, 점점 흥미를 느낍니다. 정말 이전에 가본 적 없는 곳들과 만난 적 없는 사람들을 만나고요. 여러모로 기자라는 직업으로서 경험할 수 있는 분야를 다각도로 접하게 됐습니다. 또 디지털 콘텐츠를 만드는 일은 앞으로 제가 어떤 분야에서 일을 하든 간에 알아두면 좋은 일이고, 제 전공 분야 크리에이터가 되고 싶기 때문에 더더욱 개인적으로도 만족스럽습니다. 처음에는 이걸 어떻게 하냐고 막막해 했는데 몇개월 지나지 않아 이렇게 만족해 할 줄 누가 알았겠습니까.

여러모로 또 언제 해볼 수 있겠냐는 생각으로, nn년 뒤의 제가 돌아봐도 후회 없을 만큼 나름의 최선을 다하고 있습니다. 그러다보니 이렇게 덕업일치 하는 날도 왔고 말이에요. 또 반년 뒤엔 제가 어느 팀에 있을지, 어느 분야를 취재할지는 모를 일입니다. 갑자기 취재팀이 아닌 다른 팀으로 발령날지도 모르고요. 그 무수한 가능성들 사이에서 하나 얻을 수 있는 건, 이 회사에서 지금의 역할로 일을 하면서 해볼 수 있는 일은 다 해본다는 즐거움입니다. 또 언제 해보겠습니까, 그쵸? 그리고 nn년 뒤에 제가 무슨 일을 하더라도 요즈음의 경험들은 분명 힘이 될 거라 믿어요. 물론 이렇게 생각하면서도 불현듯 하기 싫다는 마음이 새어나오는 것까진 막을 수 없긴 하지만... 부정은 덜고 긍정은 더해봅시다. 아무리 1년 뒤, 10년 뒤, 30년 뒤 삶의 계획을 야무지게 세워도 인생을 참 모를 일입니다. 그래서 더 좋을지도요. 야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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