먼지 쌓인 드럼 패드를 버리지 않는 이유

2022.12.02 | 조회 273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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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잘조잘

매일 아침, 당신 곁의 이야기

학생 때, 밴드를 했었습니다. 밴드 친구들과 영원할 것처럼 쏘다니기도 하고 그러다 관계가 어그러져 새로운 밴드에 안착하기도 했죠. 대단한 드러머는 아니지만 하고 싶은 곡을 좋아하는 친구들과 연주할 수 있다는 것만으로 즐거웠습니다.

어느샌가 드럼은 멀어졌습니다. 가끔 우리 다시 밴드 해보자, 는 이야기를 나눠도 길게 이어지지는 못하더군요. 하고 싶은 마음은 있는데 실천으로 옮길만큼 여유가 없기도 합니다. 꼼꼼히 따져보면 핑계겠지만요.

여전히 방 한편에는 연습용 패드와 스틱이 있습니다. 친구들이 놀러오면 매번 뭐냐고 묻고, 장식용이라는 말에 웃고 넘기는 물건이죠. 가끔 취미용으로 친다고는 하지만 사실상 인테리어로 전락하기는 했습니다.

그럼에도 눈에 안 띄는 곳에 치우거나 버리지 못하는 이유는 무엇일까요. 쓰지 않더라도 그걸 보고 있지만 20살 때, 학관 복도에서 몇시간이고 내내 같은 곡을 연습하던 때가 떠올라서일까요. 다른 스트레스는 없고 이 곡이 원하는 대로 안 쳐져서 화가 나던 때가 그리워서일까요.

그런 말들을 다 꺼내지는 못하고 그냥 멋내기용이라며 웃어 넘깁니다. 언젠가는 정말 패드마저 멀리 치워버리는 날이 오겠죠. 다시 배워볼까도 했는데 드럼을 잘 치고 싶은 게 아니라 다같이 즐겁게 치던 기억이 선명해서 학원을 다니기는 꺼려지더군요. 어려운 건 멋대로 쉽게 변형하고, 박자를 놓쳐가면서 치는 게 더 좋은가 봅니다.

솔직히 당장은 다시 드럼 칠래? 했을 때 선뜻 그렇다고 말하지는 못하겠습니다. 그래도 스틱 쥐는 법마저 까먹어버리기 전에는 예전처럼 다시 즐거이 연주하고 싶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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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2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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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나무야

    0
    almost 2 years 전

    최근 테니스 열풍에 얼마 전 다시 테니스를 시작했습니다. 그 시작엔 10년간 집 안 어느 구석에 숨어있던 테니스 라켓이 있었습니다. 지금은 다른 라켓이 2개나 더 생겼지만, 10년이나 묵혀두었던 라켓이 없었더라면 아마 다시 시작하는 일을 주저했을지도 모를일입니다. 이렇게 오래 곁에 두고 버리지 못하는 이유를 포장해봅니다. :-)

    ㄴ 답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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