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생 때, 밴드를 했었습니다. 밴드 친구들과 영원할 것처럼 쏘다니기도 하고 그러다 관계가 어그러져 새로운 밴드에 안착하기도 했죠. 대단한 드러머는 아니지만 하고 싶은 곡을 좋아하는 친구들과 연주할 수 있다는 것만으로 즐거웠습니다.
어느샌가 드럼은 멀어졌습니다. 가끔 우리 다시 밴드 해보자, 는 이야기를 나눠도 길게 이어지지는 못하더군요. 하고 싶은 마음은 있는데 실천으로 옮길만큼 여유가 없기도 합니다. 꼼꼼히 따져보면 핑계겠지만요.
여전히 방 한편에는 연습용 패드와 스틱이 있습니다. 친구들이 놀러오면 매번 뭐냐고 묻고, 장식용이라는 말에 웃고 넘기는 물건이죠. 가끔 취미용으로 친다고는 하지만 사실상 인테리어로 전락하기는 했습니다.
그럼에도 눈에 안 띄는 곳에 치우거나 버리지 못하는 이유는 무엇일까요. 쓰지 않더라도 그걸 보고 있지만 20살 때, 학관 복도에서 몇시간이고 내내 같은 곡을 연습하던 때가 떠올라서일까요. 다른 스트레스는 없고 이 곡이 원하는 대로 안 쳐져서 화가 나던 때가 그리워서일까요.
그런 말들을 다 꺼내지는 못하고 그냥 멋내기용이라며 웃어 넘깁니다. 언젠가는 정말 패드마저 멀리 치워버리는 날이 오겠죠. 다시 배워볼까도 했는데 드럼을 잘 치고 싶은 게 아니라 다같이 즐겁게 치던 기억이 선명해서 학원을 다니기는 꺼려지더군요. 어려운 건 멋대로 쉽게 변형하고, 박자를 놓쳐가면서 치는 게 더 좋은가 봅니다.
솔직히 당장은 다시 드럼 칠래? 했을 때 선뜻 그렇다고 말하지는 못하겠습니다. 그래도 스틱 쥐는 법마저 까먹어버리기 전에는 예전처럼 다시 즐거이 연주하고 싶네요.
댓글 2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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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무야
최근 테니스 열풍에 얼마 전 다시 테니스를 시작했습니다. 그 시작엔 10년간 집 안 어느 구석에 숨어있던 테니스 라켓이 있었습니다. 지금은 다른 라켓이 2개나 더 생겼지만, 10년이나 묵혀두었던 라켓이 없었더라면 아마 다시 시작하는 일을 주저했을지도 모를일입니다. 이렇게 오래 곁에 두고 버리지 못하는 이유를 포장해봅니다. :-)
조잘조잘 (317)
버리지 않고 두는 것이 미련일지도 모르지만 언젠가 다시 시작할 수 있는 기회도 되겠지요 ㅎㅎ 포장일지도 모르지만 그렇게 해서 예쁜 선물이 된다면 그걸로도 충분하겠지요 😊 즐거운 주말 보내세요, 나무야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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