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독자님, 생각보다 세상에는 말을 하면 해결되는 문제들이 많습니다. 혼자 머릿속으로 상상만 하다가 일을 키우고 속을 앓는 것보다는 밖에 꺼내면 별 큰 일도 아닌 경우가 많죠. 이를 머리로는 알면서도 마음 졸이는 때가 많습니다.
최근에도 몇 가지 있었는데요. 그 중 하나는 얼마전 술을 마시고 블랙아웃 된 날입니다..^^ 마지막에 기숙사 앞에서 누구와 대화한 지는 기억 나는데 눈 떠보니 침대 위더라고요. 과연 나는 무사히 끝인사를 마치고 무사히 올라왔는가... 를 무수히 고민했지만 차마 실은 내가 그때 기억이 안 나서 그런데 무슨 일이 있었는지를 말해달라 하기에는 참 뭐하더라고요.
다행인지 불행인지 블랙아웃 상태의 저는 평소의 저보다 침착하고 멀쩡해 보인다는 것을 숱하게 들어왔고, 당시 집에 가기 전 술자리에 있던 분께 제가 술에 취한 줄 전혀 몰랐다는 이야기를 들었기에 노심초사하던 마음을 조금은 내려놓았습니다. 그래도 영 불안에 떨던 중, 우연히 마주친 그 분이 아주 밝은 미소로 먼저 인사를 해 주더라고요. 그때 비로소 안심했습니다.
그리고 이번에는 정말 금주 다짐을 했습니다. 이제 올해 제게 남은 술 자리는 딱 5번입니다. 그중 하나는 지난주에 친구와 맥주 마시는 데 써서 정정하자면 이제 4번 남았습니다. 그와중에 교수님께서 다음주에 저녁 모임을 잡으셔서 이제 3번이 남겠군요 ... 백해무익한 술, 마셔서 뭐가 좋습니까 그쵸.
...그쵸? (눈물)
아무튼 또 하나 더 있는데요. 일적으로도 연락을 했다가 예상치 못한 답변에 당황한 기억이 있습니다. 혹시 내가 쓴 기사가 문제였나 또 노심초사했는데 반나절 정도 긴장하다가 그냥 또 마음을 놨습니다. 직접 물어보지 않고서야 다른 사람의 속내를 알 수도 없고, 만약 잘못이 있었다면 다음부터 안 하도록 하는 게 최선이지 당장 할 수 있는 것도 없습니다. 그렇다고 물어봐서 혹시나 실망했던 지점에 대해 듣고 나서도 괜찮을 만큼 마음이 강인하지도 않고요, 별일 아니라 그냥 제가 크게 과민반응했을 수도 있는데 굳이 심약한 사람으로 보이고 싶지도 않고요.
그리고 자아를 죽여야 할 필요도 있는 게, 누군가의 감정이나 기분은 꼭 나 때문이 아니라 그냥 그 사람의 상황에 관련돼 있을 가능성이 훨씬 큽니다. 구독자님께도 팁인데 누가 기분이 안 좋아보이면 '나 때문인가?!' 생각하며 마음 졸이시기보다는 그냥 꿈자리가 뒤숭숭하셨나 보다, 생각하고 넘기는 게 편합니다. 아니어도 직접 이야기를 듣지 않는 이상 어쩔 도리가 없잖아요. 에궁, 하고 넘기는 게 적어도 제 마음이라도 쉬게 해 줍니다.
여하튼 저도 잘 못 하고 있는 일이기는 하지만 눈치를 좀 덜 보고 살아도 좋을 듯합니다. 적당히 모르쇠하고 실제로 적당히 모르고 넘겨 봅시다. 그래도 오늘만 지나면 주말입니다. 주말만큼은 마음을 온전히 쉴 수 있기를! 이번 주도 고생 많으셨습니다, 구독자님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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