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억을 향수로 만들 수 있다면

2022.07.25 | 조회 295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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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잘조잘

매일 아침, 당신 곁의 이야기

한때는 보면서 머리를 많이 굴려야 하는 영화를 좋아했습니다. 요즘은 잔잔하게 흐름만 따라가도 충분한 영화를 선호합니다. 생각은 현실에서 하는 것만으로도 충분해서일까요.

<윤희에게>, <카모메 식당> 등이 제게 그런 영화죠. 여운은 남지만 영화를 보는 동안은 치열함에서 물러설 수 있어요. 특히 <윤희에게>는 겨울 풍경도, 김희애 배우의 연기도 정말 좋아해서 그냥 하릴없이 틀고 일상생활을 하기도 했습니다.

<마담 프루스트의 비밀 정원>도 좋아합니다. 저는 이 영화를 통해 프루스트 효과에 대해 알게 됐는데요. 후각이 기억을 상기시키는 현상을 말합니다. 우리는 특정한 향에서 과거의 어느 순간을 떠올리곤 합니다.

그때 찍어둔 호쇼르 사진<br>
그때 찍어둔 호쇼르 사진

뭐가 있을까요. 저는 찐한 양고기 냄새를 맡으면 2018년 몽골이 떠오릅니다. 덜컹이는 차에서 게스트하우스 주인분이 건네 주신 몽골식 고기만두 '호쇼르'. 진짜 어떤 향신료도 더하지 않은 양고기 본연의 냄새가 풀풀 났죠. 동행한 친구는 도저히 못먹겠다고 했는데 저는 그날, 정말 처음으로 양고기가 향긋하다는 말을 이해했습니다.

그때부턴 남들이 잡내라고 하는 양고기 냄새도 꺼리지 않게 됐습니다. 오히려 좋아할지도요. 15시간 가량의 버스 여행을 마치고 내려 처음 먹은 음식이라서일지, 갑자기 차에서 내려 가게로 들어가 뜨끈한 비닐에 호쇼르를 싸오시던 노부부의 뒷모습이 정겨워서인지는 모르겠어요.

음, 또 뭐가 있을까요. 랑방 메리미향을 맡으면 20살이 파편처럼 떠오르기도 해요. 성인이 돼서 처음 받은 향수였는데 20살에 줄기차게 뿌리고 다녀서인지 요즘도 길 가다 메리미향은 귀신같이 알겠더라고요.

기억을 향수로 만들 수 있다면 나는 어떤 기억을 어떤 향으로 남길까 생각해보는 것도 재밌습니다. 요즘의 시간을 향수로 만들면 저는 일단 무조건 물향을 베이스로 할 것 같네요. 단지 비가 많이 온 것도 있지만 어딘지 푹 빠지고픈 요즘이라서입니다.

음... 더 기억나는 건 없네요. 사실 전 향기보단 소리로 더 오래 기억하는 편입니다. 언젠가 추억이 담긴 노래를 주제로 돌아올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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