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이상 어리지 않은 나를 직면하는 법

2023.04.18 | 조회 275 |
4
|

조잘조잘

매일 아침, 당신 곁의 이야기

"너 이제 어리지 않아."

요즘 여기저기서 들은 말입니다. 작년까지만 해도 '어리다'를 핑계 삼아 온 만큼 소소한 충격이 있기는 했습니다. 딱히 어리다는 이유로 책임을 회피한 적은 없습니다. 애초에 회사가 나이를 무기로 삼을 수 있는 곳도 아니고요.

다만 외부적인 요건에 멘탈이 흔들릴 때나 미래에 대한 허황된 꿈을 그릴 때, 좋은 방패막이 되어줬죠. 아직 어린데 뭐. 부정적인 일을 겪어도 '한 살이라도 어릴 때 겪은 것이니 오히려 좋아'라는 마음으로 빠르게 극복할 수도 있었고요.

더이상 어리지 않다는 말은 이미 실감하고 있었습니다. 27이라는 숫자는 꽤 크더군요. 어머니는 이미 제 나이에 아이가 있었죠. 몇년간은 어딜 가나 조직 내에서 제일 어린 사람이었는데 이젠 그렇지도 않습니다. 최근에 진로 상담을 했는데 이러쿵저러쿵해서 서른이 되면 늦은 나이라는 말을 듣고 순간 아득해지기도 했네요.

그런데 제가 아직 철이 없어서 그럴까요. 그런 말을 듣는데 뭐가 그렇게 늦었나 싶어서 불퉁한 마음이 비집고 나왔습니다. 평균적인 사회인의 주기보다 늦게 출발했다면 더 오래 버티면 되는 거 아닌가요. 그렇게 못한다고 하면 더 오래 살기라도 하면 되는 거 아닌가요. 결국 1, 2년 늦으면 큰일 난다며 겁주는 이들의 논리는 호봉이 어떻니, 연봉이 어떻니 하는 이야기인데 늦은만큼 더 오래, 잘 하면 되는 게 아닐까 하는 반발심이 튀어나옵니다.

작년까지 제가 써먹은 논리는 지금 대학교 입학해서 4년 뒤에 취준해도 되는 나이다, 였는데요. 사실 아직도 비슷한 생각입니다. 주변에 자신의 길을 잘 찾아서 성공한 사람들만 봐도 어릴 때부터 확고한 길을 잡아서 흔들림 없이 나아간 이들만 있는 건 아닙니다. 나이 40이 넘어서 시작한 취미가 남은 평생의 커리어가 되어주기도 하고요. 50대에 시작한 공부로 죽을 때까지 밥벌어 먹고 살기도 합니다.

이런 말을 할 때면 사람들은 '극소수'의 이야기라고 합니다. 그럴 수밖에 없죠. 아직까지 극소수만 도전하는 길이니까요. 20에 대학을 가서 25에 취업을 하고 30에 결혼을 하는 등 정해진 루트에서 벗어나면 큰일이라도 난줄 알고, 이단아 취급 하는 세상 속에선 더더욱이요.

물론 사회적으로 표준화된 '제때'에 가면 보다 수월한 것은 사실입니다. 20대가 대부분인 시장에 40대가 뛰어들 수 있는 문은 더 좁을 것이고, 운 좋게 들어간다고 해도 살아남으려면 몇십배의 노력을 해야겠죠.

그런데 그 노력 좀 하면 어떻습니까. 되지 않을 일에 헛된 희망을 불어 넣는 것도 싫긴 하지만, 될 수도 있는 일을 지레짐작하며 '안 된다'고 막아서는 건 배로 싫습니다.

'늦었다'는 말에 화가 나서 이렇게 아득바득 떼를 쓰는 걸 보면 아직 어리긴한가 봅니다. 그러려니 넘어갈 줄을 아직도 못 배우고 말이죠.

여하튼 어리진 않아도 늦지도 않았습니다. 한번 주어진 인생, 불가능한 것이 아니라 단지 속도가 다른 거라면 그냥 하고 싶은 걸 하는 게 맞지 않겠습니까. 물론 누군가의 시선에선 늦었다고 보일 수 있다는 것을 염두에 두고, 마냥 여유부리지 않고 조금 더 열심히 살아갈 계기는 됐습니다.

제목에 거창하게 '직면하는 법'을 써놨지만 결국 그런 건 없습니다. 직면을 하든 회피를 하든 그냥 본인의 마음이 가는 대로 가야 한다는 뻔한 말만 하고 끝나는군요.

구독자님, 세상에 우리가 '늦어서' 못하는 건 키즈모델밖에 없다는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무엇이든 하고 싶은 게 있으시다면, 늦은 건 없으니 시작해 봐요 우리. 남은 인생에서 오늘이 제일 젊잖아요.

분노에 가득 찬 타이핑을 마치고 아버지께 전화를 걸어, 늦었다는 말을 들었다고 하자 전혀 늦지 않았다고 말씀해 주십니다. 제가 살아온 시간의 2배 넘게 사신 아버지께서 하신 말씀이시니 그 말이 맞겠지요🫠 

마지막으로 제가 최근 제일 감명 깊게 읽은 글 한 편을 소개합니다. 정말 좋은 글이니 들어가서 읽어보시길 바라요. 인상 깊은 구절 전하며 오늘 편지를 마칩니다.

뜻대로 되지 않는 인생, 어떻게 살아야 할까요? 십 몇 년을 공부해서 준비했는데 내가 가고 싶은 곳에서는 나를 받아주지도 않고요. 어쩌다 취직한 곳이 꿈의 직장이 아닐 수도 있어요. 딱히 달아날 곳도 없어 하루하루 버티듯 살아내야 할 때도 있고요. 그럴 때는 어떻게 해야 할까요?
잘못 탄 기차가 목적지에 데려다줍니다. 이 기차가 아닌가봐 분노하는 대신, 기왕에 탄 열차, 즐겁게 여행이라도 즐기는 거지요.

김민식 MBC PD

 

 

 

다가올 뉴스레터가 궁금하신가요?

지금 구독해서 새로운 레터를 받아보세요

✉️

이번 뉴스레터 어떠셨나요?

조잘조잘 님에게 ☕️ 커피와 ✉️ 쪽지를 보내보세요!

댓글 4개

의견을 남겨주세요

확인
  • 나무야

    0
    over 1 year 전

    대학을 졸업하고 진로가 바뀌었고 방황대신 1년을 거의 하고 싶은 일만 했습니다. 그렇게 하고 싶어서 했던 일이 지금의 만족스러운 저를 만들었다고 해도... (물론 일반화하긴 어렵습니다.) 저는 조잘조잘님 보다 두 배가 조금 안되게 살아왔습니다.(오십일년) 살아보니 상식은 상식이 아니었고, 일반적으로는 일반적으로가 아니었을지도 모르겠습니다. 늦었다는 말도 늦은 것이 아닐지도 모릅니다. 메일에 <무엇이든 하고 싶은 게 있으시다면, 늦은 건 없으니 시작해 봐요!>라는 말 처럼 인생? 아무도 모릅니다. 정말 그랬습니다.

    ㄴ 답글 (1)
  • 정은

    0
    over 1 year 전

    나이 그게 참 뭐라구 가끔 사람 쫄리게 만드는 능력이 있어요 ㅠ 제 때가 있다는 말이 모든 순간에 들어맞진 않는 것 같습니다 사실 인생 자체가 제 때에 맞춰 시작된 것도 아니구요 자아가 생겼을 땐 어찌보니 내가 이 세상에 내려와있는 것처럼 느껴지니까요 ㅋㅋㅋ 아직 20대를 다 살지 않았지만! 20대에 가장 크게 느낀 것이 있다면 안하고 후회하는 것보다 하고 후회하는 게 낫다입니다. 도전조차 하지 않았을 때 남는 건 진짜 쓰라린 아쉬움이더라구요! 그래서 저는 나이에 휘둘리지 않고 못먹어도 고 하는 인생을 살려고 노력한답니다 쉽진 않은 것 같아요 ㅋㅋㅋ

    ㄴ 답글 (1)
© 2024 조잘조잘

매일 아침, 당신 곁의 이야기

뉴스레터 문의jojal.official@gmail.com

자주 묻는 질문 서비스 소개서 오류 및 기능 관련 제보

서비스 이용 문의admin@team.maily.so

메일리 사업자 정보

메일리 (대표자: 이한결) | 사업자번호: 717-47-00705 | 서울 서초구 강남대로53길 8, 8층 11-7호

이용약관 | 개인정보처리방침 | 정기결제 이용약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