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 아침입니다, 구독자님. 저보다 한 살 많은 친척 언니가 아기를 낳아서 조카를 만나고 왔습니다. 이제 5개월 조금 넘게 세상을 산 아기는 정말 정말 쪼그맣고 귀엽고 정말 무해했습니다. 쪼그만 데 있을 건 다 있어서 쌀알보다 작은 발톱이나 뽀얗게 접힌 손목 등이 어찌나 귀여운지요. 눈을 못 떼겠더라고요. 초면인데(?) 낯가림도 없이 방싯방싯 웃는데 정말 넘 예뻤습니다.
원체 아기를 좋아하기도 하고, 언젠가 꼭 낳고 싶다는 마음도 있는 만큼 이번에 언니와 형부에게 이것저것 많이 듣고 왔는데요. 결혼과 출산, 육아에 긍정적인 두 사람이지만 또 희비가 공존하는 결혼과 육아에 대한 이야기를 듣자니 쉽지 않겠다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평소 미혼인 친구들이랑도 결혼하고 애를 낳았을 때 생길 수 있는 변수에 대한 얘기를 많이 나누긴 하는데, 이런 망상과 또 현실은 차원이 다르니까요.
이번에 들은 이야기 중에 가장 인상적이었던 건, 아이가 태어나면 더는 '내' 인생에 변수를 찾기 어렵다는 것이었습니다. 부모의 삶은 예측가능하게 흘러갈 것이고 이제 남는 유일한 변수는 아이의 미래라는 말이었습니다. 두 사람의 10년 뒤, 20년 뒤는 지금 자리잡은 것에서 큰 변화가 없을 것 같다고 하더라고요. 변화를 꿈꾸기도 했지만 책임져야 할 대상이 생기고, 당장 부모의 손길 없이는 밥도 먹을 수 없는 아이를 보면서 더는 아이 외에 에너지를 투자할 겨를도 없고요. 물론 아이가 더 크고, 또 상황이 바뀔 수는 있지만 적어도 지금 생각으론 말이에요.
저도 자주 이야기하는 것이, 저 역시 아이를 낳고 나면 아이를 위해 많은 것을 헌신할 것임이 분명하기 때문에 겁이 나서 일찍 아이를 못낳겠다고 말합니다. 아직 하고 싶은 것도 많고 되고 싶은 것도 많은 저인데, 이루지 못하고 아이를 갖게 됐을 때 과연 그 상황을 탓하지 않을 자신이 있을지 모르겠습니다. 혹여나 원망의 대상이 죄없는 이들에게 향할까 무섭기도 하고요. 모든 걸 이루고 출산할 수는 없겠지만, 최소한 가정이 생기면 이루지 못할 소망들엔 도전하는 것이 아직은 먼저인듯합니다. 철이 없는 걸까요?🤣
그런 개인적인 욕심들이 들다가도 또 아이와 함께 하는 삶에서 오는 행복을 눈으로 보고 오니까 마음이 왔다갔다 합니다. 저는 이런 고민을 부모님이랑도 자주 얘기하는데, 부모님께서도 마찬가지로 왔다갔다 하시면서도 결국 아직 끝나지 않은 육아의 일환으로, 너가 하고 싶은 것을 해라... 무드가 되긴 합니다. 물론 그러시다가도 결혼해서 육아하고 사는 것도 큰 행복이라고(?) 말씀하시지만은요. 하하. 그래도 전자가 더 우세하기는 합니다. 주변에서 손주를 보는 걸 보면 부러운 마음이 드시기도 하지만, 그럼에도 아직 딸이 이렇게 하고 싶은 것도 많고 이것저것 해가는 모습을 좀더 응원하고 싶은 마음도 크신듯합니다. 이러다 결혼을 안할까봐서 걱정이 되시는지(?) 제가 계획한 것들을 성취하고 난 다음에는 육아에 몰두하는 것도 인생에 느껴보지 못한 여러 마음을 느끼게 될 것이라고 재차 말씀하시긴 하지만요.
아무튼 조카는 넘 귀여웠습니다. 어린 시절부터 봐온 언니가 진짜 어른이 된 것 같아서 새삼스럽기도 했고, 이제 정말 완연한 엄마의 얼굴을 하고 있어서 신기하기도 했고요. 여러모로 두 사람을 부모로 맞이한 건 조카에게도 큰 복이니! 기왕 태어난 세상을 건강하고 즐겁게 만끽하길 바랄 뿐입니다. 우리 모두도 그런 누군가들의 바람을 타고 자랐을 것이 분명하기에, 저도 구독자님도 오늘 하루도 잘 만끽해 봅시다. 우하하.
댓글 2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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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지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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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잘조잘 (3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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