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은 참 선물로 호불호가 많이 갈리는 대상입니다. 꽃을 좋아하는 이유는 사람마다 제각기 다르겠지만 싫어하는 이유는 아마 대개 비슷할 테죠. 쓸모가 없다.
저도 사실 후자에 가까운 사람이었습니다. 졸업 등 특별한 이벤트가 아니라면 굳이 많고 많은 선물 중 '꽃'일 필요는 없었죠. 사실 졸업 때에도 저는 꽃이 딱히 필요하다고 생각하진 않습니다. 받아서 나쁘진 않지만 없어서 나쁘지도 않은. 그렇다면 굳이 없어도 되지 않나, 싶었죠.
그렇다고 꽃을 싫어하는 건 아닙니다. 오히려 좋아하는 편이죠. 길 가다가 예쁜 꽃이 있으면 꼭 사진을 찍고, 굳이 꽃 보러 먼 동네까지 다녀오기도 하니까요. 정확히는 꽃다발을 사는 걸 즐기지 않는다는 말이 맞겠네요.
그런데 얼마 전 친구를 만나는 날, 문득 꽃을 사고 싶더라고요. 해주고 싶은 말도, 전하고 싶은 마음도 참 많아서인지 무수한 말을 '꽃말'에 담아 마음을 전하고 싶어졌습니다. 아쉽게도 미리 예약하지는 못해서 원하던 꽃은 선물 못했지만 제가 평소 좋아하는 자나 장미 작은 다발을 전했습니다. 제게 이런 선물을 받는 날이 다 온다며 친구는 장난스레 말하면서도 계속 꽃 사진을 찍더라고요.
그 모습이 참 좋았습니다. 왜 꽃 선물인지, 여전히 명확하게 말은 못 하겠지만 평소 전하고픈 마음을 꽃말에 담아 선물할 수도 있고, 사실 마냥 일상적이지는 않은 꽃다발을 통해 하루에 특별함을 더할 수 있어서가 아닐까 어렴풋이 추측해 봅니다.
물론 여전히 꽃 선물 받는 걸 '너무' 좋아하지는 않습니다. 감성을 파괴하는 것일지도 모르지만 사실 뒤처리도 좀 번거롭거든요. 잘 말려서 드라이플라워로 만들어 보관하기도 하지만 모든 꽃이 드라이플라워에 적합하지도 않고요. 그래도 가끔은 좋을 것도 같습니다. 받는 것도, 주는 것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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