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구독자님. 혹시 영화 인사이드아웃을 보셨나요? 영화에는 '코어 기억'이라는 것이 나옵니다. 우리를 구성하는 핵심 기억을 말하는데요. 사실 지금의 저를 만드는 데 일조한 핵심적인 사건들이 하나하나 다 기억나지는 않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영영 잊히지 않을 것만 같은 순간들은 몇몇 있죠.
대단한 것을 말할 것만 같지만 굉장히 사소한 겁니다. 언제인지 모르겠는데 제가 '금세'를 '금새'라고 썼는데, 선생님이신지 혹은 다른 어른이었는지 기억은 안 나지만 이를 보고 '금새는 무슨 새냐'라며 일갈했습니다. 학생 때였는지 성인이 된 후였는지는 기억이 잘 안 나네요. 그 모든 게 흐릿하지만 '금새는 무슨 새냐'라는 말이 너무 뇌리에 박혀서, 저는 누군가 금새라고 오타를 낸 것을 볼 때마다 그 말이 머리에 자동재생됩니다.
그때의 부끄러움은 잠시였지만 덕분에 다시는 그런 잘못을 안하게 됐으니 오히려 좋은 일입니다^.^ 이상하게도 어린 시절에 혼나거나 했던 기억은 왜이리 강렬할까요. 그때의 상황부터 제 마음까지도 선명합니다.
제가 단체 생활에 안 맞아서 그런지(?) 저는 어릴 때 연좌제 무드의 징벌을 굉장히 싫어했는데요. 반에서 누가 잘못하면 반 전체를 혼내는 느낌의..^^ 어린이집 때도, 중학생 때도 그런 것때문에 혼난 적이 있었는데 그때의 억울함은 아직 잊히지 않네요. 사실 중학생 때는 선생님께 항의했었는데, 같은 반 친구니까 모두에게 공동책임이 있다고 그게 의리라고 말씀하신 기억이 납니다. 하지만 제가 분노했던 것은 징벌의 원인이 된 아이는 미안한 기색이 없는 반면 선량한 다른 아이들이 굉장히 힘들어 하는 모습때문이었는데요. 최소한 미안한 기색을 보였으면 그렇게 화나진 않았을 것 같네요.
하지만 이 또한 성인이 돼서 생각해보니 그 친구도 사춘기 시절이라 민망하고 머쓱한 마음을 어떻게 표현해야 할지 몰랐던 게 아닐까 싶기도 하고요. 아무튼 저로 인해 남이 피해 보는 것도 싫고 남때문에 제가 피해 입는 것도 싫은데, 또 사회는 서로 피해를 주고받는 공간이기도 합니다. 어쩌면 그걸 깨달으라고 어릴 때 선생님들은 그토록 연대 책임을 강조했던 걸까요? 혹은 너때문에 다른 친구들이 힘들어하니 정신차리라는 의미로? 그렇다면 그 다른 친구들은 왜 고통 받았어야 했는지? 이런 생각하다보면 끝도 없습니다.
그런데 중학교 친구들은 여전히 제가 저때 화냈던 걸 기억하고 있더라고요^^; 그것 또한 머쓱한 일입니다. 그 친구들에게도 강렬한 기억이었나 봅니다.. (?) 아무튼 오늘은 강렬한 기억이 생기지 않고 무난히 흘러가는 하루이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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