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 진짜 N이다." 잊을 만하면 주기적으로 듣는 말입니다. 남들도 다 이렇게 사는 줄 알고 있다가 그런 말을 들을 때면 저도 새삼스럽습니다. 아마 상상을 굉장히 구체적으로 하기 때문에 그런 말을 듣는 게 아닐까 싶은데요. 예컨대 미래에 살고 싶은 집과 지역을 미리 구체적으로 정해 놓고, 어느 동에 살 것인지, 몇 층에 살 것이고 집 인테리어는 어떻게 할 것인지 등까지 모두 생각해 둡니다.
생각대로 이뤄질 거라고 믿진 않습니다. 기본적으로 미래 가족들과 살 공간이기 때문에 가족들의 취향과 의사도 충분히 반영해야 할 것이고, 제 직장이나 배우자의 직장 하다못해 자녀의 학교에 따라서 살 지역도 어떻게 바뀔 지 모릅니다. 모든 게 불확실하기 때문에 아무리 구체적인 상상이라 할 지라도 결국은 망상에 불과한 것이죠.
그럼에도 불구하고 저는 구체적인 상상을 좋아하는 편이고, 나아가 늘 해야 한다고 생각하는데요. 상상을 세밀하게 할 때에 이점이 많습니다. 일단 상상을 구체적으로 하면 할수록 그 상상을 현실로 만들고 싶어져서 어떻게 하면 현실로 만들 수 있을지 찾아보게 됩니다. 저는 제가 미래 살고 싶은 집들을 지도에 킵해두고 생각날 때면 한번씩 로드뷰로 찾아 보는데요. 계절별로 그 동네가 바뀌어 가는 모습도 보고, 요즘 거래는 어떻게 되고 있는지도 봅니다. 인테리어도 사고 싶은 가구들을 찾아 보다 보면 요즘 트렌드가 어떻게 바뀌고 있고 가격대는 어느 정도 형성돼 있는지 등을 알 수 있고 그러다 보면 언젠가 내가 살고 싶은 평수대에 가구를 채워 넣기 위해서는 예산을 어느 정도 잡아야 하는지도 계산이 됩니다.
보통 여기까지 오면 그 다음 실천과제를 모색하게 되는데요. 이 집에 nn살에 입주하려면 얼마 이상을 nn-1살까지 모으고, 또 그 근처에서 통근할 수 있는 직장에 근무하거나 프리랜서로 지역에 구애받지 않고 일하려면 그때까지 어떤 준비를 해야 하는지도 계획하게 됩니다. 그러다 보면 현실을 좀 더 열심히 살도록 하는 동기부여도 되고요.
여기서 핵심은 이뤄지지 않을 수 있다는 것을 언제든 염두에 두는 것입니다. 이런 계획을 세우는 것은 반드시 그 곳에 살겠다 혹은 반드시 그런 모습이 되겠다, 가 아니라 제가 상상할 수 있는 미래 모습의 하방선을 마련해두고 그 이상으로 가기 위해서입니다. 이렇게 살려면 최소한 이정도의 노력을 해야 하고, 이게 이뤄지지 않더라도 그 정도의 자산과 실력을 쌓아뒀으면 상황에 따라 위치나 지역이 바뀔 수는 있어도 이와 비슷한 수준의 삶은 영위할 수 있겠다는 기대감이죠. 그것만으로도 구체적인 상상의 효과는 충분하다고 생각합니다.
집을 예시로 들기는 했지만 집뿐만 아니라 커리어라거나 취미 생활이라거나 결혼이나 자녀, 부모님에 대해서도 구체적으로 상상하는 게 많습니다. 이렇게 머릿속으로 수십수백 번 돌려본 시뮬레이션들이 수십수백 개인 만큼 어느 상황이 와도 다 한 번쯤은 생각해 본 것들이라서 조금 더 익숙하게 대할 수 있지 않을까요. 물론 상상과 현실은 다르기 때문에 늘 그때마다 버벅이고 당황할 수밖에 없겠지만은요^.^ 헤헷, 아무튼 상상은 즐겁습니다. 오늘의 출근 곡은 라붐의 상상더하기로 하겠습니다, 우하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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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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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잘조잘 (317)
뽕찌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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