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일일 필자 '중심(中心)'입니다. 처음 뵙네요. 필명 한번 거창하죠? 심지를 곧게 살아가고 싶은 마음을 담아 재미없게 지었습니다.
오늘 구독자님께 들려드리고 싶은 이야기가 있어 이렇게 찾아왔어요. 한 달 전 일인데요. 방 정리를 하다가 고등학교 1학년 진로 수업 시간에 했던 활동지를 발견했습니다. 무작위로 펼친 장에는 ‘계열 선택’이라는 제목이 적혀 있었습니다. 대입 시 어떤 학과가, 훗날 어떤 직업이 저에게 잘 맞을지 적성 검사를 했던 결과가 담겨 있었어요.
검사 결과로는 예술형, 진취형, 사회형 세 가지 유형이 나왔습니다. 예술학, 경영학&정치외교학, 교육&심리학과가 잘 맞을 거라고요. 그 순간 소름이 돋았습니다. 놀랍게도 현재 저는 이 세 가지를 모두 충족하며 살고 있거든요. 취미와 관심사는 예술형이고, 진취형에 해당하는 학사 전공을 마쳤습니다. 타고난 성격은 사회형에 가깝고요. 활동지를 한 장 한 장 넘기면서 “사람은 정말 안 변하는구나”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당시에는 '그렇구나!' 하고 넘겼습니다. 드라마를 보다가 경찰을 꿈꾸고, 검사를 꿈꾸면서 그에 필요한 학과를 가야겠다고 막연히 생각하던 때였거든요. 희망찬 열일곱 살에게는 현실 감각이 먼 얘기였죠. 대학 원서를 쓸 시기에도 검사 결과는 잊힌 기억 중 하나였어요.
취업하고 나서도 비슷한 경험을 했습니다. 학부 때는 상상도 못했던 곳, 아니, 생각조차 없던 곳에서 일을 시작했죠. 몇 달이 지나 우연히 중학교 때 생활기록부를 봤는데, 지금의 직업이 장래 희망란에 적혀 있더라고요. 세상이 나를 두고 몰래카메라를 하나 싶어서 온종일 호들갑을 떨었던 기억이 납니다.
얼마 전에 이 반가운 경험을 하고 깨달은 것이 있습니다. 학창 시절 종종 친구들과 "우린 어떤 스무 살일까?" "어떤 어른이 될까?" 하며 잡을 수 없는 미래를 궁금해하고 기대했는데요. 10대의 저는 20대의 저를 이미 알고 있었습니다. 이런 어른(?)이 될 것이라는 걸요. 환상 속의 인물은 없지만, 그때와 별반 다르지 않은 제가 현재를 충실히 살아가고 있었습니다.
구독자님도 시간 있을 때 과거의 나를 한번 찾아가 보세요. 그 시절의 순수한 마음과 무의식적인 선택들이 지금의 나를 만들어왔다는 것을 깨닫는다면, 앞으로의 길도 조금은 덜 막막하게 느껴질 거예요. 무엇보다도 본질은 변하지 않았습니다. 과거의 나와 대화하며, 현재의 나를 더 깊이 이해해 보세요. 그 친구는 계획이 다 있을 거예요.
조잘조잘님께 편지 제안을 받고 무엇을 써야 할지 고민하다가 문득 성인이라면 마음 한쪽에 품고 살 막막함이 떠올랐습니다. 사회에 내던져지는 순간부터 삶을 개척해야 하는 이들에게 불투명한 해답지를 전해주고 싶었어요. 어딘가에서 때로는 무력하게, 때로는 바르게, 때로는 아프게, 때로는 밝게 살아갈 여러분에게 무한한 응원을 보냅니다. 안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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