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에서 '와, 멋있다' 싶은 사람들을 마주할 때가 있습니다. 그렇게 느꼈던 몇 번의 순간을 공유하려 합니다.
하나는 에스컬레이터가 있는데 계단을 이용하는 사람들입니다. 여기서 핵심은 계단이 4단 이상으로 굉장히 높고 에스컬레이터가 한산할 때입니다. 망설임없이 계단으로 향하는 사람들을 보면 마음속으로 짧게 감탄하는 편입니다. 에스컬레이터 없는 출구를 피하고 싶은 저와 상반되기 때문일까요? 🙃
문을 끝까지 잡아주는 사람들도 마찬가지입니다. 모르는 사람이면 적당히 지나갈 법도 한데 대여섯 걸음이 남았는데도 뒷 사람이 올 때까지 문 잡아주는 모습을 보면 '오' 하게 되더라고요. 이 행동에 대해서는 부담스럽다 아니다 의견이 분분하긴 합니다. 천천히 가고 싶은데 앞에서 잡아주고 있으면 발을 빨리 옮겨야 하다는 의견인데요. 동의하는 부분도 있다만은 적어도 잡아주는 이는 얼마나 오래 잡고 있을지는 고민하지 않고 도와주는 것 같아 따뜻해 보이더군요.
마지막으로는 위험에 처한 이를 망설임없이 돕는 사람들입니다. 얼마전 지하철에서 누군가 쓰러지는 모습을 봤습니다. 멀리서부터 휘청이면서 오길래 혹여나 술에 취한 사람이거나 조금 이상한 사람인가 해서 긴장하고 있었는데요. 그 사람이 갑자기 주저 앉았을 때도 주변에서 다들 힐끗거리기만 할뿐 사람들이 가만히 있었습니다. 저도 그분을 봤지만 술에 취했나, 싶은 생각이 먼저긴 했고요.
그런데 한 아주머니께서 그분께 다가가 괜찮냐고 물으시더니 다음 역에 같이 내리시더군요. 그 분이 정말 술에 취하신 분인지 혹은 아프신 분이었는지는 모르겠지만 두 분의 뒷모습이 마음에 오래 남았습니다. 혹시나 이상한 사람일까봐, 아님 내가 선의를 갖고 다가갔다가 해코지 당할까봐 무서워서 먼발치서 보던 게 조금 부끄럽기도 했습니다.
솔직히 다음번에 비슷한 일이 일어난다고 해도 혼자 머릿속으로 온갖 시나리오를 써내린 끝에, 도와주지 않는 편이 더 낫다고 생각할지도 모르겠습니다. 워낙 사건사고가 많은 세상이다보니 위에 다 쓰진 않았지만 약을 한 사람일까도 상상했었거든요. 그 칸에 탄 승객 대다수가 비슷한 생각이었겠죠. 행여나 도와주려고 손을 뻗쳤다가 역으로 신고 당하지 않을까, 불안한 마음도 있었을 것이고요.
그런데 그렇게 모두가 등돌린 모습이 잊히지 않습니다. 만일 그 분이 정말 도움이 필요한 사람이었다면 어떡하지 라는 생각도 사라지지 않고요. 반대로 제가 만약 위급한 상황에 놓였을 때도 모두가 외면한다면 어떨까도 떠올려 봤습니다.
이렇게 생각을 하고 나니 혼자 키운 불안때문에 누군가를 마냥 외면해서는 안 되겠다 싶었습니다. 물론 만일 저도 혼자 있는 상황이라면 현실적으로 외면할 수도 있겠지만 이렇게 옆에 많은 사람들이 있다면 겁은 접어두고, 용기를 내보려고 합니다.
남에게 알리기에는 스스로의 비겁함이 너무 잘 드러나서 쓸까말까 고민을 많이 했습니다. 적어도 다음 번에 이런 일을 맞닥뜨린다면, 이렇게 세상에 공언해 놓은 만큼 덜 부끄럽게 살아 보려고 글로 적어둡니다. 언젠가 이 글을 삭제하더라도 구독자님의 메일함에는 남아 있을 테니 모른 척하고 살지는 못하겠죠.
댓글 2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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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무야
덕분에 제가 멋있는 사람일수도 있겠구나...라는 생각을 하는 아침입니다. :-) 2주 전에 종로에서 1년에 열번도 안타는 버스를 오랜만에 타겠다고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무심히 버스를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버스에서 하차하던 남자분이 승강장 경계석과 버스 사이에 넘어져 끼인 상태로 누워있는 모습에 처음엔 "금방 일어나겠지?"라고 생각하다가(망설이다가) 혼자서는 못일어날 것 같아서 안되겠다 싶어 얼른 내려가 일으켜주었습니다. 나중에 그 남자분이 멀리 걸어가는 뒷모습을 보고 알았지만, 그 분은 몸(다리)이 불편한 분이셨고, 버스와 승강장 사이가 멀어서 벌어진 일이었습니다. 지금 생각하면 제가 조금 더 빨리 발견하지 못한게 아쉽습니다. 어제 다니엘핑크의 <후회의 재발견>과 관련한 기사를 읽었는데 오늘 글이 딱 맞아떨어진 것 같아요. -후회란 무엇입니까?(출처 : 김지수의 인터스텔라) “삶을 바로잡고 싶어 하는 건강하고 본질적인 충동입니다. 후회는 생계보다는 삶에 대해, 나 자신의 진실에 관해 묻는 출발점이 되지요.”
조잘조잘
와, 멋있는 사람일수도 '있겠구나'가 아니라 이미 멋있는 분이신걸요 :) 더 빨리 발견하지 못한 게 아쉬우시다니..! 새삼 부끄러워지는 오후입니다 ^^;; “삶을 바로잡고 싶어 하는 건강하고 본질적인 충동입니다. 후회는 생계보다는 삶에 대해, 나 자신의 진실에 관해 묻는 출발점이 되지요.” 정말 좋은 문장입니다. 덕분에 또 하나 마음에 아로새길 글을 알아갑니다. 후회를 부끄러워하기보다는 원동력으로 삼아야겠군요. 나무야님 덕분에 기분 좋은 오후를 보냅니다! 감사드려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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