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언젠가 상견례에서 마주할 수 있기에

2024.09.23 | 조회 80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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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잘조잘

매일 아침, 당신 곁의 이야기

구독자님께 나이가 든다는 것은 어떤 의미인가요. 저는 사실 나이가 드는 것에 대한 거부감이 딱히 없습니다. 산다는 건 결국 죽어가는 과정이라고 생각하기 때문만은 아니고요. 어차피 태어나서 한 인생을 살아가는데, 그 흐름에 따라 살면서 때에 적절한 일과 감정을 겪는 것은 그 자체로 재미있는 일이라고 생각해서요. 물론 그럼에도 노화는 싫지만 그 또한 자연스러운 과정이겠죠.

최근 저는 나이가 들었다는 것을 언제 느꼈냐면, 이해할 수 없는 사람을 이해하게 됐을 때입니다. 제가 과거에 싫어했던 사람들을 요즘 떠올릴 때에 그닥 밉지가 않습니다. 못되게 굴었던 그들이 더는 싫지 않은 이유는, 그때의 그 사람들의 상황을 조금 헤아릴 수 있기 때문입니다. 남에게 여유를 베풀 수 없을 만큼 개인의 사정이 빠듯했을지도 모르고요, 타인을 배려하기에는 스스로가 조급하고 쫓기고 있었을지도 모르죠. 물론 아무리 그래도 어떻게 그러냐는 생각이 들기는 하지만, 그냥 마냥 미워하는 것이 아니라 모든 인간이 각자의 궁지에 몰리면 그럴 수밖에 없다는 생각이 드는 것이죠. 저 역시 마찬가지일테고요.

최근에 저도 후배를 받았기 때문인지 모르겠는데, 특히나 싫었던 선배들에 대한 생각을 많이 하게 됩니다. 우리 모두 그런 사람은 있잖아요? 저는 지금 생각해도 제 개인적인 감정때문이 아니라 객관적으로 그들이 언행이 잘못됐다고 확신하지만, 그것과 별개로 모든 사람은 어느 때에 그렇게 남에게 패악을 부리지 않고서는 스스로의 생활을 버틸 수 없는 시기가 있지 않을까 싶기도 하고요. 그런 상황에서도 남을 배려하는 사람들이 분명 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인간은 결국 나약한 존재이기에 그들은 자신의 나약함을 숨기는 것을 겨우 그렇게밖에 알지 못한 게 아니었을까 하는 마음이죠. 한편으론 제 속에서 그렇게 그들을 안타까운 인간을 만들어야만 끝내 그들을 이해할 수 있는 건지도 모르고요. 하지만 '패악'이라는 단어에서 이미 아직도 부정적인 감정이라는 게 드러날까요? 우하하^.^

그래서 그들과 그때를 돌아보다보면, 아무리 빠듯한 상황이어도 여유를 놓지는 말아야겠다는 다짐을 하곤 합니다. 개인적인 일이 마음을 괴롭혀도, 해야 할 일이 많아서 억눌려도, 당장 짊어진 짐이 무거워도 그것을 관계없는 남에게 풀어서는 안되잖아요. 특히 자신보다 사회적 지위가 낮은 약자에게 푸는 것은 더욱더요. 여기에는 이기적인 마음도 숨어 있습니다. 우리가 살면서 언제 어떻게 누군가를 마주할지 모르는데 굳이 적을 만들 필요는 없으니까요. 저는 늘 생각하는 게, 지금 마주하는 사람을 언젠가 내 자식의 상견례에서 마주할 수도 있겠다고 상상하거든요. 그때, 과거의 나의 행동으로 인해 내 자식이 피해를 봐서는 안 되니까 현재에 최선을 다해 다정하자고 생각합니다. 

정정합니다. 다정은 어려울 것 같고 모질지 말자고 생각합니다. 사실 구독자님과 제가 언젠가 상견례에서 마주할 지도 모르는 일이고, 어디서 어떻게 엮일지도 모르는 일입니다. 그때, 제가 모르고 구독자님께 '제가 사실 뉴스레터를 운영하고 있는데 구독해 주실 수 있을까요?' 말을 했다가, 알고보니 구독자님께서 이미 이 뉴스레터를 구독하고 계셔서 화들짝 놀라는 일이 생길지도 모르는 것 아닙니까. 이렇게 생각하고 나니까 남한테 함부로 뉴스레터 구독을 권하면 안되겠습니다(?). 아무튼요, 우하하. 오늘도 우리 남에게 모질지 않은 하루를 보내봅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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