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넷에서 재미있는 짤을 봤습니다. 어릴 때 다닌 학원에 따라 성향이 발현(?)한다는 내용이었는데요. 저는 전격 비동의하는 바입니다. 왜냐면 저는 짤에 나온 모든 곳을 다 다녔거든요.
초등학생 때 한참 학원 많이 다니던 때가 있었습니다. 학원뿐만 아니라 과외, 방과후 등 사교육과 공교육으로 점철된 시간을 보냈는데요. 물론 오래 다닌 것은 개중 몇개 없었지만 한참 겹쳤을 때의 목록은 아래와 같습니다.
서예, 태권도, 영어학원, 방과후 영어, 수학과외, 수학 학습지, 미술, 뮤지컬, 피아노, 독서논술, 한문
여기에 예체능 관련이 하나 더 있었던 것 같은데 기억은 안 납니다. 이것외에도 어릴 때 매주 북클럽을 받아보고 어린이용 잡지도 2~3개는 구독했는데요. 그때 독자소리 요런 것들도 열심히 참여하고 응모했던 기억이 좋게 남아 있습니다.
저는 이 시절 기억을 떠올려 보면 사실 좋았던 기억밖에 없습니다. 하나같이 다 재미있었걸랑요. 유일하게 싫었던 건 뮤지컬?! 춤 추는 게 되게 민망했던 기억입니다. 다른 친구들은 다 되게 즐기고 잘해서 더 그랬는 것 같아요. 이전에 말씀드린 시스터액트 사건 이후로 관둔 기억입니다^^;
그때 배웠던 것들이 유의미하게 성적으로 연결됐는지는 모르겠습니다. 솔직히 연관성은 거의 없는 것 같아요. 개인적으로 입시는 결국 고등학교 이후, 특히 고3때 얼마나 집중적으로 하는가에 달렸다고 생각해서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저는 이런 활동들에 굉장히 긍정적인데요. 어릴 때 여러 가지를 해보면서 내가 뭘 잘 하는지, 뭘 못하더라도 재미있어 하는지, 뭘 잘하지만 싫어하는지, 뭘 재미없어 하는지 등등에 관해 알 수 있었거든요. 경험주의자로서 일단 해봐야 아는 것들이 많습니다. 또, 싫어하는데 억지로 다녔으면 모르겠지만 제가 다 좋아서 다닌 거였고 중간에 싫을 때마다 잘 관뒀습니다. 그나마 싫은데 더 다녀야 했던 게 서예였긴 한데... 참을성을 기르는데 일말의 도움이 되지 않았을까 싶네요.
다만 공교육에서 배울 수 있는 걸 사교육에서 더 배우는 것에 대해선 좀 회의적이긴 합니다. 반평생을 과외받았던 사람으로서 할 말이 아닌가 싶기는 한데요. 공교육에서 배우는 영역이 아닌 부분에 있어서는 가능하면 이것저것 배워서 나쁠 건 없다고 생각하지만서도 빈부격차나 사교육 조장이나 지역격차 등등의 문제를 지적하면 할 말이 없어서 말을 줄이겠습니다...^.^
아무튼 이 시기에 배웠던 것들이 대단히 학습적 역량을 키워주지는 않지만, 소소하게나마 취향을 구축해 가고 주관을 다져가는데 좋은 영향을 준 것 같습니다. 아마 지금 배우는 것들도 또 수십년 뒤 돌아보면, 삶을 구축해가는 데 여러모로 큰 영향을 미치겠죠? 그런 생각을 하면 아주 작은 경험이라도 허투루 여기면 안 되겠다는 생각이 드네요. 아무튼 사교육 베이비의 말로(?)는 이렇습니다. 언젠가 제가 부모가 돼도 여유만 있으면 여러 경험을 시켜주고 싶은데, 쉽지 않다면... 책을 많이 읽고 여행을 많이 다녀야겠다는 원론적이지만 결국 정답인 이야기만 늘어놓게 되네요. 여하튼 구독자님은 어떠셨는지도 궁금하네요. 어떤 유년기를 보내셨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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