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릴 적부터 친구들에게 공공연히 말하곤 했습니다. 직업적 특성에 기반해 초등교사는 섬세하고 다정하며 가정적일 것 같다는 막연한 상상 때문이었죠. 이는 물론 깨진지 오래입니다. 직업은 인간의 경향성을 나타낼 뿐이라는 것을 이제는 알거든요. 직업으로 개인을 정의할 수는 없죠.
그럼에도 여전히 직업이 초등교사라고 하면 호감이 가긴 합니다. 사회에 나와서 돈 벌이 하기 시작한지 얼마 되진 않았지만 어른을 대하는 일과 아이를 대하는 일은 다르다고 생각하거든요.
요즘 아이들은 아이답지 않다고도 말들 많이 합니다만 전 그래도 아이들은 세상을 보다 있는 그대로 보고, 오래 미워하지 않고, 자주 사랑하며 살아간다고 믿어요. 그들에게 새로운 세상을 보여주는 일이라니. 여전히 저는 교사가 참 멋있고, 보람차면서도 재미난 일을 한다고 생각합니다.
주변에 교사 친구들이 많아서 종종 일화들을 듣는데 물론 힘든 일도 많지만, 정말 사랑스러운 일도 많더라고요. 저는 아직 회사 다니면서 귀엽고 사랑스러운.. 일을 겪어보진 못했기에 더욱 궁금해지는 걸까요?
얼마전 친구와 이야기를 나누다가 같은 업계에서 일하는 사람은 만나고 싶지 않다는 말이 나왔습니다. 저와 같은 경향성을 가진 사람과는 맞지 않는다는 걸 알아서일까요. 웬종일 나누는 일에 대한 이야기를 굳이 집에서까지 하고 싶지 않아서일까요. 내가 좋아하고, 잘한다고 생각하는 일에 대한 피드백을 가까운 사람과 나누고 싶지 않아서일까요.
한때는 같은 업계에서 일하면 공감할 것도 많고 굳이 설명하지 않아도 이해되는 게 많으니 좋겠다는 생각이었는데 이제는 아닙니다. 또, 제가 워낙 말하고 쓰고 표현하는 걸 좋아하다 보니 둘다 그러면 피곤하겠다는 생각도 앞서고요.
결혼하고 싶은 직업, 결혼하기 싫은 직업. 요즘 이 주제로 친구들과 대화를 나눌 일이 종종 있었는데 고민해봐도 잘 모르겠습니다. 지금 생각으로는 저랑 같은 산업군, 직무에서 일하는 사람만 아니면 될 것 같아요. 여기까지 쓰면서 느낀 바로는 제가 요즘 일에 많이 지쳐 있기는 한 것 같네요.
아무튼 영 다르게 세상을 볼 줄 아는 사람이 더 좋습니다. 그럼에도 세상을 대하는 태도는 비슷하고... 욕심일까요? 참 어려운 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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