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자주 연락하지 않는 사람들은 대부분 카톡 숨김을 해놓습니다. 딱히 연락할 마음이 없는데 무얼 하고 사는지 알고 싶지 않아서죠. 안 보면 끝이긴 하지만 또 하릴없이 무한정 남들의 카톡 프사를 볼 때도 가끔 있었거든요. 이렇게 한지도 벌써 몇년째입니다.
오랜만에 만난 친구와 예전에 함께 알고 지내던 사람들에 대한 이야기를 나눴습니다. 6~7년 전 시간을 같이 보내던 사람들이 지금 뭐하고 살고 있는지 문득 궁금해졌죠. 혼자 있을 때는 생각도 안 하는데 꼭 같이 이야기를 하다보면 예전 기억들이 마구 떠오르면서 요샌 어떻게 지내나 묻고 싶어집니다.
안 들어간지 오래된 카톡 숨김 친구 목록을 휘휘 뒤졌습니다. 이름조차 희미하던 사람부터 안 보고 살면서도 가끔 궁금한 사람까지 가득하더군요. 저마다의 카톡 프사 속에서는 한가득 행복히 잘 사는 모습들이었습니다. 기억하던 얼굴보다 성숙해진 모양에 마음이 싱숭생숭하더라고요. 예전 그대로인 모습에 반갑기도 하고요. 좋았던 사람도 아닌 사람도 그저 잘 살고 있는 모습에 안도감이 들기도 했습니다.
그렇게 ㄱ부터 ㅎ까지 모두를 살폈는데 어쩐지 그리운 마음은 들지 않았습니다. 기묘했습니다. 그 자리에 같이 있던 친구와 그 이유에 대해 얘기를 할 때에는, 그 당시 상상하던 미래와 지금이 닮아 있어서 굳이 돌아가고 싶지 않다고 말했습니다. 그리고 그 시절의 사람들보다 지금 곁에 있는 사람들이 더 좋기 때문이라고도 했고요.
사실, 그 시절엔 그때의 사람들이 가장 좋은 사람들이니 함께 했었겠죠. 시간이 지나면서 엇나간 마음들이 덧입혀져 현재를 더 좋다고 여기는 것뿐이고요. 이 시절 함께 하는 사람들 역시 몇년 뒤 돌이켜 보면 어쩐지 미묘한 관계일지도 모릅니다. 숨김 처리를 해서 몇년 만에 다시 들여다 보고 있을지도 모르고요.
다만 돌아가고 싶지 않은 이유가, 그때가 싫어서가 아니라 현재가 좋아서라는 건 다행입니다. 마찬가지로 언젠가 요즘을 돌이켜봐도 그리워하지는 않았으면 좋겠습니다. 즐거웠다는 추억으로만 남겨두고 다시 현재를 잘 살아가길 바라네요.
그나저나 옛날 얘기는 아무리 해도 재밌습니다. 같은 얘기를 매번 반복하는 것인데도 왜일까요? 무엇이든 간에 같은 시기를 함께 추억할 수 있는 사람이 있다는 건 좋은 일입니다.
댓글 2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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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무야
메일을 읽자마자 저도 친구목록을 살펴 <숨김>을 했습니다. 마음 먹으면 10분이면 가능한 일을 왜 그리 머뭇거렸을까... 그런 생각이 들었습니다. 저도 다음엔 숨긴친구 목록을 뒤지고 있을지...^^ 덕분입니다.
조잘조잘 (317)
아이고 ㅎㅎ 다만 아쉬운 점은 그렇게 옛 사람들을 차츰차츰 잊어간다는 점입니다 ^^; 그래도 안 보고 사는 사람들의 소식을 굳이 알고 싶진 않아서 숨기게 되네요.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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