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독자님은 즉흥적인 편이신가요, 신중하신가요?
저는 다소 즉흥적인 편이긴 하지만 많은 '즉흥파'들은 공감하실 것입니다. 우리의 즉흥은 알고보면 꽤나 신중하다는 것을요. 남들이 봤을 때는 '갑자기?'일 수 있지만 나름대로는 마음 속으로 오래오래 고민하던 것이 많습니다. 물론 특별한 계기 없이, 긴 고민을 하다가 '갑자기' 실천하는 것이 맞기는 하지만요.
얼마전 귀를 뚫었습니다. 친구랑 카페에서 공부를 하다가 갑자기 근처 피어싱 가게를 검색했고, 마침 가까운 거리에 있길래 그냥 가기로 했습니다. 그날 피어싱에 관한 그 어떤 걸 보지도 않았고, 그 주제로 대화를 하지도 않았는데 말이에요. 그렇게 속전속결로 가서 무려 두 군데나 한방에 뚫고 왔습니다.
그런데 나름대로는 신중했답니다. 지난해 여름쯤부터 계속 귀를 뚫고 싶다는 생각을 하고, 피어싱 가게도 몇 군데 알아놓았지만 막상 하려고 하니 망설여지더라고요. 우선 고통에 대한 역치가 낮고 엄살이 심해서 고민이었습니다. 20살 때에 피어싱을 한 적이 있었는데 그때 상당히 아팠던 기억이 있거든요. 귓바퀴 부근이었는데 지금 생각해 보면 관리하기 어려운 부위라서 더 그랬던 것 같습니다.
또, 핑계는 많았습니다. 다음날 저녁 약속이 있고, 날씨가 덥고, 어쩌구... 결정적으로는 내가 이걸 진짜 하고 싶은 건지, 스트레스가 너무 심하다 보니 도피성으로 하고 싶은지에 대한 의문도 있었죠. 피어싱이 도피성이 될 수 있다니, 공감이 안 가실지도 모르겠습니다. 뭔가 이전에 하지 않았던 행위를 통해 무료해진 일상에 변화를 주고 싶은 마음에서 비롯했을까요.
아무튼 그렇게 반년을 넘게 마음 속으로만 품고 살았고, 주변에 피어싱 하고 싶다는 말만 하다가 그날 갑자기 하게 됐네요. 이번엔 머리카락이 잘 안 걸리는 부위에 해서 별로 아프지도 않습니다. 누군가 갑자기 귀를 때리지 않는 이상 아플 일은 없을 것 같네요...^^
귀를 뚫자 주변 반응은 둘로 나뉘었습니다. 갑자기?와 드디어! 아주 신중한 즉흥파의 말로입니다.
아무튼 피어싱을 하게 된 것은 최근 제 주변 상황이 이래저래 많이 정리가 되면서, 스스로 과거의 잔재를 뚫고 새롭게 나아가자는 의미부여와 함께 매번 귀걸이를 갈아 끼우는 것에 대한 귀찮음이 한몫했습니다. 최근에 여러 친구들을 만났는데 주변 친구들이 하나같이 피어싱을 하고 있는 것도 이유였을까요. 예쁘기도 하고 편해보이더라고요. 도피성인지 진짜 하고 싶은지는 더 생각하지 않기로 했습니다. 제가 예전에 해봤었는데 어차피 빼면 언젠가 아물더라고요. 그때랑 달리 이제는 좀 천천히 아물려나요.
아마 더 뚫을 일은 당분간 없을 것 같습니다. 우선 날이 더워지면 관리하기도 힘들고, 더 뚫고 싶은 위치도 없습니다. 반대쪽 귀에도 같은 부근에 하면 너무 양쪽 얼굴이 데칼코마니 같을 것 같고... 다른 부위에 하자니 싹다 아플 것 같네요.
구독자님도 오래 고민하셨던 일이 있다면 가끔은 별 이유없이 '갑자기' 해보시는 것 추천드립니다. 생각보다 별 게 아닐 수도 있어요. 물론 생각보다도 더 큰 일일 수도 있으니 오래, 오래 신중하게 고민을 했을 때만 추천드립니다.
마스크를 벗고 다녀도 되지만 미세먼지가 심해서 더 챙겨 쓰는 요즘입니다. 오늘 하루도 건강하고 편안하게 보내세요!
댓글 2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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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무야
작년에 배기량이 큰(660cc) 바이크를 <갑자기> 구입했습니다. 누가 보면 갑자기?라고 생각할 수 있지만 제겐 10년 고민한 결과였지요. 배기량이 큰 바이크를 타기 위해 2종 소형 면허를 10년 전에 취득했으니까요. 생각해 보니 저의 <즉흥>은 신중했던 시간의 결론 정도였던 것 같아요. 글을 쓰고 있는 지금도 즉흥적으로 오후 반차를 내고 가까운 곳으로 드라이브를 다녀올까 생각하고 있습니다. ㅎㅎㅎ
조잘조잘 (317)
즉흥은 신중한 시간의 결론, 와! 정말 좋은 표현입니다. 저도 저의 즉흥을 이렇게 표현하고 싶네요 ㅎㅎ 10년동안 고민하셨다니..!! 그만큼 바이크를 구매하셨을 때 기분이 더 좋으셨을 것 같아요. 오랜 숙원을 해소한 듯한.. 아님 어쩌먼 '당연히' 했을 일이라서 아무렇지 않으셨을까요? 신중한 즉흥러들을 언제나 응원합니다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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