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독자님, 좋은 오후입니다. 이제 지각을 해도 제법 뻔뻔하게 굴죠? 오늘은 드디어 기다리고 기다리던 마감날입니다. 이번 달도 끝을 달려가는군요. 이렇게 마감을 10번만 더 하고 나면 올해가 끝이 나겠죠. 마감노동자의 삶이란 참 그렇습니다.
구독자님은 가끔 하는 말도 안 되는 상상이 있으신가요. 저는 귀찮음에서 비롯한 상상을 한번씩 하는데요. 얼마전엔 그런 상상을 해봤습니다. 그날따라 유난히 하얀 후드티를 입고 있었는데 옷에 행여나 음식이 튈까봐 내내 걱정하고 있었는데, 아니나 다를까 커피를 마시다가 조금 쏟았습니다.
바로 화장실로 달려가서 박박 닦아냈는데 그러면서 드는 생각이, 그냥 이런 옷에 음식이 계속 튀어도 잭슨 폴록 작품처럼 보이면 좋겠다 싶더라고요. 뭔가가 옷에 묻는 것을 걱정하며 사는 게 너무 귀찮아서요. 그래서 어두운 색 옷을 좋아하는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러면서 신발은 또 밝은 색을 좋아하는데요. 구독자님도 아시겠지만은 밝은 색 신발도 여간 신경쓸 일이 많은 게 아니거든요. 하지만 신발은 평소에 눈에서 잘 안 보여서 그런지 그러려니 하게 됩니다.
최근에 옷을 조금 샀습니다. 요즘 쇼핑을 정말 안해서 그런지 엄청 오랜만이었는데요. 새 옷을 입고 다니니 기분이 좋기는 하다만은 어쩐지 예쁜 옷이 아니라 출근하기 좋은 옷만 속속 고르는 스스로를 보며 씁쓸하기도 했습니다. 봄맞이 새 옷 장만이라고 해놓고 누가 봐도 직장인스러운 옷들의 나열입니다.
날이 좀더 풀리면 진짜 봄옷을... 장만해야겠습니다. 저도 다시 새내기로 돌아가는 만큼 좀 젊게 살아야겠어요. 매년 다짐하지만 낡고 지친 직장인으로서 쉽지 않습니다. 남들은 어떻게 마음 속 푸름을 유지하는지 모르겠습니다. 구독자님은 어떠신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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