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는 분은 아시겠지만 전 강아지를 굉장히 무서워하는 사람이었습니다. 아직도 생생한 기억 중 하나인데 5살 때, 오빠 친구 집에 놀러 갔다가 그 집 강아지가 갑자기 튀어나와서 어깨에 발을 올리고 혀로 얼굴을 핥은 게 트라우마로 남았습니다. 반가워서 그렇다는 걸 머리로는 알지만 그때나 지금이나 새가슴인 저로서는 너무 놀랐던 것이죠.
그 이후로 눈으로 보는 강아지는 좋아하지만 길거리에 지나가는 모르는 개가 갑자기 다가온다거나 하면 성인이 된 이후에도 너무 무섭더라고요. 고등학생 때, 정말 말도 안 되게 교실에 강아지 한 마리가 들어온 적 있었는데 책상 위로 올라가서 안 내려왔을 정도입니다. 앞에 개가 있으면 빙 둘러 가곤 했죠.
그러다가 강아지에 대한 두려움이 없어진 계기가 두 가지 있었는데요. 하나는 대학생 시절 떠난 담양 여행입니다. 그때, 한 게스트 하우스에 머물렀는데 글쎄 분명 예약할 때는 그런 말이 없었는데 도착하니 큰 진돗개 한 마리, 진돗개 강아지 한 마리, 고양이 세 마리. 총 다섯 마리의 동물들이 마당에 있더라고요. 개와 강아지는 마당을 자유롭게 뛰어다니고 있었죠. 당시 도착해서 그 사실을 알고 전 그 집에 못 들어간다고 생떼를 부리다가…
어쩌겠습니까, 들어갔죠. 결론적으로는 그 집 단비(아기 개), 금비(어미 개)랑 친해졌습니다. 애들이 얌전하더라고요. 아침에 일어나서 혼자 마당에 나가서 금비 머리를 하염없이 쓰다듬기도 했습니다. 그때부터 펄쩍펄쩍 안 뛰고, 크게 짖지 않는 큰 개에 대한 공포는 거의 없어졌죠.
작은 개도 좋아하게 된 건 두 번째 계기 덕분입니다. 친구가 강아지를 키우는데 마침 약속 날 집에 아무도 없어 강아지와 함께 있어야 한다고, 자기 집으로 오라고 했죠. 자기가 내내 꼭 잡게 있겠다고 몇 번이고 말해서 믿고 갔습니다.
하지만 오월이는 신발장에 들어서자마자 저를 보고 엄청나게 짖기 시작했죠. 보통은 오면 반가워하고 예뻐하는데 내가 너무 멀뚱하게 서있어서 이상해 보여서 그렇다고(?) 친구에게 가스라이팅을 당했습니다. 손 뻗어서 냄새 한번 맡게 해줘라, 손등을 핥게 해줘라, 등등 요구를 들어주다 보니 어느새 제가 걔를 안고 있더라고요. 공도 던져주고, 같이 산책도 가고… 밖에 친구랑 장보고 왔는데 친구보다 저한테 먼저 와서 치대는 모습을 보니 귀엽더라고요.
결론은 이제는 개를 무서워하지 않습니다. 원래도 영상으로 보는 건 좋아했는데 이제 실물 개도 좋아하게 된 나! 인생은 알다가도 모르는 것 같아요. 살다 보니 이런 날도 오네요. 이러다가 20년 뒤에는 강아지와 함께 살고 있을지도 모르겠어요. 오늘의 교훈, 세상에 ‘절대’는 없다. 땅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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