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넌 학점 대신 낭만을 챙겼잖아.”
대학 시절의 학점에 대한 푸념 아닌 푸념을 늘어놓던 중 친구가 해준 말입니다. 그 말에 재빠르게 ‘낭만이 밥 먹여 주지는 않아’라며 제법 사회부적응자처럼 대꾸했습니다.
굴하지 않고 친구는 이렇게 말하더군요.
“밥은 먹여주지 않아도 삶은 먹여주지.”
순간 머리가 띵했습니다. 평소 T형 인간의 정점이라며 놀리던 친구에게 들어서일까요, 혹은 그렇게 낭만과 즐거움을 부르짖고 다녀놓고는 3년도 지나지 않아 시니컬해져버린 스스로에게 질려서일까요.
숫자로 증명되는 삶 가운데서 지쳐가던 중에 들은 말이 고마웠습니다. 하고 싶고 좋아하는 일 찾아서 살겠다던 어느 날의 기억들이 새록새록 떠오르기도 했습니다.
사실 낭만(!)을 챙기며 살았던 시절을 후회하지는 않습니다.
오히려 그때 배운 인생을 재미나게 사는 방법들 덕분에 요즘도 이것저것 하며 살 수 있죠. 새로운 것을 배우는 데 주저함도 없고, 안 해본 것을 하는 데 두려움도 없습니다. 잠시 머뭇댈 수는 있어도 그게 방해물이 될 수는 없습니다.
요즘 낭만을 운운하면 아직 덜 큰 이상론자 취급을 받을 때가 종종 있습니다. 다행히 저는 요즘 낭만없이 살아서 직접적으로 들은 적은 없지만, 미디어에 나오는 낭만적인 사람들을 향한 댓글에 질투섞인 무시가 만연하더군요.
그럼에도 전 다시 낭만을 품고 살고 싶어요. 100세 시대인데 아직 좀 덜 크면 어때요. 인간 수명이 늘어난 게 아니라 '늙음'이 늘어났다고 하던데 그런 거라면 차라리 어리게 좀더 오래 살아볼래요.
낭만이 밥은 안 먹여줘도 삶은 먹여줍디다.
구독자님이 품고 사는 낭만은 무엇인가요? 전 오늘 출근길에는 '낭만 고양이'를 들어야겠어요, 아무래도. 그럼 다들 오늘도 즐겁게, 다정하게 보내시길 바라요.
댓글 2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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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마
난 좀 더 낭만적으로 살걸 후회되는걸😂 진짜 그때밖에 못하는 것들이 있는듯..!
조잘조잘
아마 지금도 그런 순간들이겠지..! 낭만 가득하게 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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