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 아침입니다, 구독자님. 사실 전 별로 좋지 않은 저녁을 보내고 있습니다. 또다시 돌아온 마감이 저를 옭아매고 있기 때문이죠. 엄밀히 따지자면 미리미리 했으면 될 일이지만 구독자님도 아시다시피 세상일이 늘 그렇게 순리대로 굴러가진 않습니다. 급하게 처리해야 할 일들이 있었다거나, 인터뷰가 늦게 잡혔다거나, 기사를 완성했는데 추가적인 발표가 잇따랐다거나. 세상엔 변수가 많습니다.
분명 글 쓰는 게 좋아서 기자가 됐고, 글 쓰는 걸 지금도 여전히 좋아하면서 왜 가끔 기사 쓰는 데는 염증을 느낄까요. 물론 이제는 기자는 글 쓰는 걸 좋아하는 사람이 되는 직업이 아니란 걸 알고 있습니다. 싫어하는 사람이 할 수는 없는 일이지만, 굳이 좋아할 필요도 없는 것 같습니다. 기술적으로 어느 정도 선 이상만 된다면, 그 이후에는 각기 다른 분야에서의 재능의 문제라고 봅니다. 물론 일한지 기껏해야 몇년 안 된 주니어의 섣부른 판단일지도 모르지만요. 늘상 말을 해놓고서 '아님말고' 식의 빠져나갈 구멍을 만드는 데만 익숙해져 갑니다.
이번 마감은 유달리 글쓰기가 어렵습니다. 왜일까요. 곰곰이 생각해봤는데 정말 별다른 이유가 없습니다. 심지어 방학이라서 지난 6개월보다 작업환경도 훨씬 수월합니다. 대체 왜일까요?
제 생각에는 우선 널널해진 시간만큼 독기가 조금 빠져나갔고요. 보상심리로 스스로에게 쉼을 주고 싶다 보니 마음이 과하게 여유로워졌나봅니다. 둘째로는 날씨탓을 해봅니다. 축축 처지네요. 더울땐 더워서 처지고 비올 땐 비와서 처집니다. 셋째로 체력이 망해가고 있습니다. 3개월째 이어온 요가를 취소하고, 아침 잠이 대폭 늘고, 주말에도 웬만하면 낮잠을 꼬박꼬박 챙겨 자면서 잠이 늘고 체력은 줄어가는 게 실시간으로 느껴집니다. 매주 다짐이 잠 줄이기인데 거의 3주째입니다.
조잘조잘도 결국 글을 쓰는 것인 만큼, 글이 싫어진 건 아닌데 말이죠. 어쩌면 이번에 쓰는 기사들은 하고 싶은 기사보다 해야 하는 기사의 비중이 높아서 그럴지도 모릅니다. 배부른 소리일까요? 프로답지 못한 소리일까요? 그럼 어떻습니까. 그런 달도 있는 거죠.
쌓인 기사는 수두룩하지만 오늘 밤은 길다는 핑계와 함께 잠시 시간을 죽여봅니다. 늘상 그렇듯 이번에도 어떻게든 되겠죠. 다음 달은 꼭 미리미리 쓰겠다는 허망한 다짐을 하면서, 잠을 줄여 기사를 쓴다는 무상한 계획을 늘여놓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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