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이버 블로그에 꼬박꼬박 글을 쓴지도 벌써 2년입니다. 요즘은 조잘조잘을 쓰면서 블로그에 일기를 쓰는 날은 조금 줄었는데요. 그래도 하루를 어떻게 살았는지 기억나는 한에선 기록해두려 합니다. 언젠가 돌아보면 재밌더라고요. 2016년, 2017년도에도 종종 썼었는데 'n년전 오늘'이라면서 그때의 일기를 다시 보면 기분이 묘하기도 하고요.
며칠 전, 1년 전 오늘의 일기를 마주했습니다. 당시의 저는 지금은 기억도 안 나는 이유로 분노해서 길길이 날뛰고 있더군요. 정처모를 화를 쏟아내는 글을 읽는 것만으로도 피곤해졌습니다. 스스로도 알아서인지 글을 올리자마자 거의 바로 비공개처리 했더군요. 언뜻 새빨간 색으로 보이는 글을 다 읽고 났는데 머릿속에 남는 말이 있었습니다.
"일년 뒤의 내가 이 블로그 글을 보게 된다면 내가 완전히 틀렸기에 다시 보며 부끄러워하거나 여전히 황당해서 화나하거나 둘중 하나겠지."
이 말이 기억에 남는 이유는, 둘다 틀렸기 때문입니다. 정작 저는 당시의 제가 왜 화를 냈는지조차 기억 못하고 있었죠. 쏟아내는 감정을 그대로 받아준😅 고마운 친구가 그 기억을 일깨워주길래 겨우 기억해냈습니다. 그런데 참 웃긴 게, 정말 아무 느낌도 안 들더군요. 그때 원망하던 사람은 지금 참 좋아하는 사람이 됐고, 그때 위로해주던 사람은 이제 두 번 다시는 보고 싶지 않은 사람이 됐습니다.
불과 1년 전의 감정이 이렇게나 희석된 걸 보며 요즘 느끼는 희로애락도 과하게 반응할 필요는 없겠다 싶습니다. 누군가를 지나치게 미워할 필요도 없고요. 어차피 그 기억은 시간이 지날수록 흐릿해질텐데 스스로를 괴로움 속에 오래 놓아둘 필요는 없을 테니까요.
이 또한 곧 지나가리.
누군가 수백번 말해줘도 흘려보낸 말입니다. 2021년의 제 모습에서 그 말을 다시 한 번 새기네요.
구독자님은 요즘 어떤 나날을 보내고 계신가요. 만일 즐거우시다면 그 마음이 보다 오래 가길 바라겠습니다. 힘드시다면 그 기억은 조금만 더 지나 돌아보면 어느새 아스라히 희미해져 있을 거란 말씀 조심스레 전해드립니다.
오늘도 무탈한 하루 보내세요!
댓글 4개
의견을 남겨주세요
나무야
<과거의 오늘>을 가장 먼저 시작한 곳이 페이스북이었을까요? 요즘은 구글도, 네이버도 서로 앞다퉈 과거의 오늘 혹은 그날을 보여주고 있어서 처음 보다는 다소 시들합니다. 10여년 정도 페이스북을 열심히 사용하다가 최근 1~2년은 사용하지 않았더니 작년의 오늘은 없었지만, 그 이전의 꽤 오래전의 <오늘들>을 보여줍니다. 글 보다 사진을 주로 올렸고, 오늘 들어가 보니 2018년 오늘 구입한 <노란색 베스파>가 눈에 띄었습니다. 어제 인스타그램에 "가을맞이_오랜만에 삐약이 증명사진"이라며 예쁘게 사진을 찍어 올렸는데 오늘이 생일이라면 생일이었군요!ㅎㅎㅎ 페이스북엔 사진 뿐 아니라 꽤나 복잡한 심정들을 올리기도 했는데, 오히려 최근에 페이스북을 사용하지 않는 이유가 되었습니다. 편안하지 않은 마음을 페이스북이란 공간에 담아두는 일이 꽤나 마음에 들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지금은 페이스북을 대신해 인스타그램에서 사진과 짧은 메모를 적어둡니다. 아...저 댓글의 방향을 잃었습니다. ㅎㅎㅎㅎ 8시 출근했는데, 아직 잠이 덜 깬 것 같아요! 즐거운 하루 되세요!
조잘조잘 (320)
삐약이 생일이었다니! 하루 늦은 축하드립니다 :) 열려 있는 공간에 다소 사적인 이야기를 적는 게 사실 쉽지는 않죠. 편안하지 않은 마음이라면 더더욱이요. 그래도 과거의 한때를 추억할 수 있는 공간이 있다는 건 참 좋습니다. 저도 매번 글을 쓸 때마다 방향을 잃는 걸요 ㅎㅎ 나무야님도 오늘 하루도 즐겁게 보내시길 바라요!! 늘 다정한 댓글 남겨주셔서 감사해요!
의견을 남겨주세요
나무야
비공개 댓글 입니다. (메일러와 댓글을 남긴이만 볼 수 있어요)
조잘조잘 (320)
"생각은 향기와 같아서 그 순간 붙잡아 두지 않으면 날아가 버린다고. 나는 ‘괜찮은’ 생각들을 날려 버린 것에 대해 이제 와 강하게 후회한다. " 저 역시 날려버린 '괜찮은' 생각들이 떠오르네요. 실은, 이미 날아갔기에 어떤 생각이었는지 구체적으로 떠오르지 않지만요 ㅎㅎ 부지런히 남겨야겠습니다. 좋은 글 공유해 주셔서 감사해요.
의견을 남겨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