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학교 3학년 때, 고등학교를 가지 않겠다고 어머니께 말씀드렸습니다. 대인관계에 문제가 있던 것도 아니었고, 공부가 적성에 맞지 않지도 않았습니다.
오히려 그 반대였기 때문에 고등학교를 가지 않아도 되겠다고 판단했었습니다. 당시엔 앞으로 더 친구를 안 사귀어도 괜찮을 정도로 친구들이 많다고 생각했고, 공부도 재밌었기에 굳이 학교라는 시스템이 없어도 혼자서 검정고시를 칠 수 있을 것 같았습니다. 차라리 학교에서 3년 동안 수능을 위해 공부할 바에야 혼자 1년 공부해서 검정고시 치고, 1년 더 공부해서 수능치고, 나머지 1년은 혼자 여행이나 다니고 싶었죠.
지금 돌아보면 정말 무모한 생각이었고, 세상 물정 모르고 어딘가에서 본 누군가의 성공기들에 취해서 했던 말이었습니다. 고등학교에서도 정말 좋은 친구들을 만났고, 중학교 때 평생 갈 것만 같던 친구와는 이제 연락을 하지 않기도 하고, 생각보다 저는 철저한 시스템이 필요한 인간이었던 걸 그땐 몰랐던 거죠.
아무튼 당시엔 (지금도 마찬가지지만) 고집이 세서 어머니께 발표까지 해가며 ‘나 고등학교 안 갈래’를 제법 진지하게 전했고, 사실 기억이 어렴풋하긴 하지만 어머니께서 기가 차셔서 엄청 화를 내셨던 모습이 떠오릅니다. 그때 타협했던 걸로는 알겠으니까 우선 고등학교에 가보고 그 뒤에 결정해라 ~ 였죠.
결론적으로는 고등학교 생활은 너무 재밌었고, 자퇴 생각은 입학과 동시에 사라졌고, 3년 내내 잘 다니다가 아주 반듯하게 졸업까지 했습니다. 한동안은 그러고도 다시 돌아간다면 자퇴하고 학교 안 다닐래 ~ 하면서 말은 하고 다녔는데 정작 돌아가면 또 잘 다닐 것 같네요.
다만 그때나 지금이나 납득 안 되는 것들을 강제로 따라야 하는 규율은 너무 싫은데, 그 기질은 아직 죽지도 않았는지 회사 다니면서도 비슷한 상황을 겪을 때마다 매번 쉽지가 않네요.
중학생 때는 고등학교 안 갈래 ~ 투정이라도 부렸고, 고등학생 때는 열이라도 내고, 반항이라도 했다면 이젠 어림도 없으니 속만 썩어갑니다.
반골 기질은 언젠가 제가 꼰대가 되는 나이가 되면 사그라들까요?
차라리 그 날이 기다려지는 요즘입니다.
댓글 2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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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니언
고등학교 입학하고 자퇴 생각 사라진 거 제 비중도 있나요??^____^(기대)
조잘조잘
물론이져 ^__^ 재미졌잖아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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