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감이 꾸준히 들어오는 회사가 있습니다. 그런데 대표가 AI 코딩 도구를 처음 써 본 뒤, 들어오던 수주를 멈춥니다. 지금 돈이 되는 일을 멈추고 일하는 방식부터 다시 짜는 결정, 작은 회사가 해도 될까요?
기술 컨설팅 회사 아크포인트의 오태완 대표는 증권사 애널리스트 출신입니다. 그의 말로는 창업 후 프로젝트를 200건 넘게 했고, 올해 2월 말 Claude Code를 처음 써 본 뒤 들어오던 수주를 멈추고 AI에 '몰빵'하기로 했습니다. 4월쯤부터는 전 직원이 AI로 일한다고 해요. 그는 성공담만 말하지 않았습니다. 앱은 10개 넘게, 웹사이트는 30개 넘게 만든 것 같다면서, 그렇게 찍어 낸 뒤에야 "아무도 안 보는구나"를 깨달았다고 털어놨어요.
아래는 빌더 조쉬 채널의 오태완 대표 인터뷰를 주제별로 압축·재구성한 문답입니다. 답변의 1인칭은 오태완 대표이며, 읽기 쉽게 다듬은 내용은 축어록과 다릅니다.
들어오던 수주를 멈춘 저녁
Q. 자기소개를 부탁드립니다.
저는 원래 증권사에서 애널리스트로 일했습니다. 통신·광고·미디어 섹터를 담당하다가 2022년에 나와서 창업했어요. 신기술, AI, 디지털, 웹3 같은 것을 기반으로 하는 기술 컨설팅 회사를 해 보자는 생각이었습니다.
그렇게 시작해서 이제 3년이 됐습니다. 국내 증권사와 기업, 해외 기업까지 포함해 프로젝트를 200건 이상 진행했어요. 그런데 하다 보니 답답한 지점이 있었습니다. 컨설팅은 사람이 많이 필요한 산업이잖아요.
그러다 올해 2월 말이었어요. AI를 공부는 했지만 제가 직접 쓰지는 않던 때였는데, 어느 날 저녁 팀원 한 명이 Claude Code(파일을 읽고 수정하는 AI 코딩 도구)를 좀 써 보라고 하더라고요. 깔아 달라고 했더니, 하고 싶은 걸 그냥 써 보라는 거예요.
"이렇게 쓴다고 개발이 돼?" 했는데, 되는 거예요. 그날도 새벽까지 몇 개를 만들고 집에 갔습니다. 그러다 딱 깨달았죠. 이건 '몰빵'을 해야 하는 거다. 그때부터 회사로 들어오던 수주를 멈추고, AI 네이티브 기업(일하는 방식을 AI 위에서 새로 짠 회사)을 만드는 데 힘을 쏟고 있습니다. 지금은 그 방식으로 프로덕트를 만들고 있고 매출도 나오고 있어요.
Q. 지금은 어떤 사업을 하고 계신가요?
기존에 하던 컨설팅이 있다 보니, 회사를 AI 네이티브로 바꿔 주는 AX(AI 전환) 컨설팅을 일부 하고 있습니다.
다른 하나는 저희가 직접 만드는 AI 프로덕트예요. 지방에 있는 회사, AI 기술이 낙후된 회사, 인력이 많지 않은 회사가 대상입니다. 저희가 AI로 결과물까지 만들어 문제를 해결해 드리고, 거기서 나온 것의 몇 퍼센트를 받는 구조예요.
Q. AI를 제대로 쓰기 시작한 건 올해부터라고 보면 될까요?
네. 사실 작년에 무서운 경험을 한 번 했습니다. 초기창업패키지라는 정부 지원 사업으로 제품을 하나 만들었거든요. 제가 애널리스트 출신이라, 제가 리서치하는 워크플로우(일하는 흐름)를 회사의 AI 박사님, 개발자분과 함께 AI가 잘할 수 있는 형태로 옮긴 제품이었어요.
그런데 모델 성능이 너무 좋아지고 구글 NotebookLM 같은 제품들이 나오면서, 저희가 갖고 있던 경쟁력이 간단한 하네스(AI 모델이 일을 하도록 지침과 도구를 묶어 둔 틀)조차 이기지 못할 만큼 희석되더라고요. '이게 아니구나' 싶었죠. 모든 직원이 AI로 일하게 된 건 올해 4월쯤입니다.
매일 아침 1시간 일찍 나와 같이 공부했습니다
Q. 남에게 팔 수 있는 수준이 되려면 전 직원의 실력이 높아야 하잖아요. 어떻게 적응시키고 공부하셨나요?
지금까지 살아온 방식이 있고 해 오던 업무 프로세스가 있는데, 그걸 AI 위에서 다시 구축하는 건 너무나 어려운 일입니다. 그래서 대부분은 포기하거나, AI를 쓰는 척을 해요.
워크플로우를 AI 위에서 새로 정의하지 않고, 하던 일에 AI를 살짝 얹는 거죠. "리서치 찾아 줘, 이거 검토해 줘" 정도로만 쓰는 겁니다. 그런 사람이 조직에 한 명이라도 있으면 전체 속도가 그분의 속도로 늦춰져요. 병목이 생기니까요.
이걸 바꿔 내려면 대표의 강력한 의지, 일관된 KPI(핵심 성과 지표), 그리고 팀워크와 공동의 스터디가 필요한 것 같아요.
저희는 아침에 1시간 일찍 출근해서 AI 논문이나 좋은 아티클을 같이 읽었습니다. 40분 공부하고 20분 토론하는 루틴이었어요.
Q. 매일 하신 건가요?
매일 했습니다. 방식은 이래요. 유명한 글이 하나 나오면 해설 영상과 글도 많이 나오잖아요. 저는 원문 링크를 복사해서 스터디용 스킬(AI에게 반복해서 시킬 작업 방식을 저장해 둔 것)에 넣습니다.
이 AI는 저를 잘 이해하고 있어요. 제 수준이 어느 정도인지, 우리 회사에 누가 있고 어떤 상황인지, 제가 전에 어떤 글을 읽었는지요. 그래서 거기에 맞춘 스터디 자료를 만들어 노션(Notion) 링크로 줍니다.
안드레이 카파시(Andrej Karpathy)의 LLM 위키(LLM, 즉 대규모 언어 모델이 자료를 읽고 정리하는 위키) 글을 넣으면, 카파시가 누군지 모르는 사람을 위한 배경지식부터 원문에는 없지만 저희가 궁금해할 내용까지 풀어 줍니다.
제가 더 좋아하는 건 그다음입니다. 글을 다 읽고 나면 토론 아젠다를 두세 개 줘요. "우리 회사는 이미 노션과 구글 드라이브에 문서가 수백 개 있는데, 이 방식을 도입하면 기존 문서는 어떻게 할 거냐" 같은 질문입니다. 답은 접어 두고 저희끼리 먼저 토론해요. 실용적이고, 우리에게 맞춘 과외를 받는 셈이죠.
앱 10개를 찍어 내고 알게 된 '슬롭'
스터디 이야기 끝에 오태완 대표는 문제를 하나 꺼냈습니다. AI를 많이 쓰다 보니 슬롭(slop, AI로 쉽게 찍어 낸 쓸모없는 결과물)이 아주 많이 생겼다는 겁니다. 아래는 그의 말이에요.
토스 앱(토스 안에서 돌아가는 미니앱)을 10개 이상 만든 것 같아요. 웹사이트는 30개 이상, 자동화도 이것저것 만들었고요.
맨 처음 만든 게 국회의원들이 자주 가는 식당을 지도로 보여 주는 앱이었어요. 지금은 삭제 조치를 받아 내려갔습니다. 그런데 이게 기사가 나오고, 트래픽이 올라가고, 광고로 돈이 벌리는 거예요. '미쳤다, 하루에 하나씩 찍어 내야겠다' 싶었죠.
그러다 깨달았습니다. 아, 이게 슬롭이었구나. 아무도 안 보는구나. 왜 슬롭이냐면, 제가 디스트리뷰션 채널(만든 것을 알릴 유통 경로)을 갖고 있지 않았기 때문이에요. 만들어도 알릴 방법이 친구, 인스타그램, 만나는 사람에게 "이런 게 있어요, 써 보세요" 하는 것뿐이었고, 그렇게 해서는 잘 안 되더라고요.
돌아보면 제 역량과 회사의 역량을 고려하지 않은 채 그냥 찍어 낸 겁니다. 에이전트 팀(일을 대신 실행하는 AI 에이전트를 여럿 묶은 것) 같은 것도 많이 만들었어요. 바탕화면에 뭔가 있으면 있어 보이니까요. 그런데 그런 건 지금 다 자동으로 되는 일이에요.
Q. 가장 싫어하는 슬롭이 회의록이라고 하셨는데, 왜요?
AI 회의록이요. 너무 길고, 무슨 말인지 모르겠는 그럴싸한 말로 꽉 찬 회의록을 누군가 저한테 던져 줍니다. "회의록입니다, 보세요." 그런데 뭘 봐야 할지 모르겠는 거예요. 이 회의에서 무엇을 얻어 가야 하는지, 요약 세 줄처럼 잘 짜여 있지 않으면 그건 일을 전가한 겁니다.
회의록 정리에 10분 걸리던 걸 AI가 1초 만에 해 주니까 10분을 아꼈다고 생각하죠. 그런데 그걸 읽는 데 드는 시간이 10분에서 20분으로 늘었고, 읽어야 할 사람이 10명이라고 해 볼게요. 한 사람당 10분씩, 100분이 낭비된 겁니다. 병목을 제거한 게 아니라 병목을 옮긴 거예요.
그 뒤로 임팩트 있게 AI를 쓰는 방법을 많이 공부했고, 슬롭인지 아닌지를 몇 가지로 따져 보게 됐습니다.
먼저 계속 쓰이고 계속 개선되는가입니다. 스터디 스킬이 그렇고요. 쓸수록 나아지는 것은 슬롭이 아니라 자산입니다.
다음은 실제 비즈니스 임팩트가 났는가예요. 회의록을 만들었다가 아니라 시간을 진짜 아꼈는지, 돈을 벌어다 줬는지, 비용을 줄였는지를 놓고 이야기하자는 겁니다.
핵심 병목을 제거했는가, 옮겼는가도 봅니다. 코드를 180만 줄 썼다고 해도, 그게 다른 사람에게 검토하라고 던진 것이라면 병목이에요.
마지막은 워크플로우를 AI 네이티브하게 다시 설계했는가입니다. 작년에 만든 리서치 제품은 제 방식에 AI를 살짝 묻힌 것이었어요. 그러니 모델이 좋아지자 쓸모가 없어진 거죠. 살짝 덧붙인 게 아니라 정말 AI로 돌아가는 구조인지를 봅니다.
고객을 먼저 찾고, 그다음에 만듭니다
Q. 회사 안에서 실제로 달라진 워크플로우가 있나요?
예전에는 프로덕트를 만들려면 PO(제품 책임자)와 개발자, 디자이너가 모여 기능 정의서나 기획서, 화면 정의서를 만들었어요. 그걸로 프로토타입을 테스트한 다음에 사업을 확장했죠.
요즘은 디자이너나 사업 아이디어를 가진 사람, 사업 개발 담당자가 직접 MVP(최소 기능 제품)를 만들어 돌려 봅니다. 개발자가 아니어도 고객 한두 곳과 검증해 보는 정도는 할 수 있으니까요.
저희가 한 일을 예시로 하나 가져왔는데, 업종만 바꿨습니다. 매장이 20개쯤 되는 필라테스 프랜차이즈가 있다고 해 보죠. 선생님들이 인스타그램은 열심히 관리하는데, 블로그 같은 글 콘텐츠는 잘 챙기지 못하는 상황이에요.
저희는 각 매장을 등록해 초기 세팅을 하고, 매주 콘텐츠를 생성합니다. 그 전에 블로그를 잘 쓰는 분들을 아르바이트로 많이 모셔서 노하우를 배웠고, 그걸 바탕으로 하네스를 다듬었습니다.
이게 기술적으로 어렵냐 하면 그렇게 어렵지 않아요. 핵심은 이걸 어떻게 사업으로 만드느냐예요.
기존에는 아이디어가 있으면 프로덕트를 만들고, 그걸 기반으로 사업을 확장하면서 고객을 찾았죠. 지금은 순서가 다릅니다. 고객을 먼저 찾고, 거기에 사업 아이디어를 결합한 다음, 프로덕트를 만들어 바로 테스트합니다. 그래서 사업 리스크가 아주 작아요. 방금 든 프랜차이즈는 업종을 바꾼 예시고요. 실제로 이 프로덕트도 1,000개 이상의 고객을 한 번에 온보딩(서비스에 등록해 쓰기 시작하게 하는 일)할 수 있는 고객을 먼저 찾아 놓고 개발했습니다.
누구를 고객으로 삼느냐도 중요합니다. 서울의 IT·테크 쪽 고객은 AI를 아주 잘 쓰세요. 저희가 가는 곳은 지방 기업, 소기업과 중소·중견기업, 자영업자처럼 AI를 잘 쓰지 못하는 곳입니다. AI를 알려 드리는 걸 넘어서, 갖고 있는 문제를 AI로 그냥 해결해 드리는 거예요.
예를 들어 작은 회사가 아마존에서 외국인을 상대로 팔고 싶은데, 번역도 할 줄 모르고 아무것도 모른다고 해 보죠. 그러면 저희가 AI로 그걸 만들어 드리고, 거기서 발생하는 수익에서 가령 30%를 저희가 가져가겠다고 하는 거예요. 기존 사업은 그대로 두고, 저희가 AI로 새 매출처를 뚫어서 추가로 생긴 매출을 나누는 구조입니다.
Q. 계약 구조는 어떻게 되나요? 운영 대행 비용을 수익 배분으로 받는 형태인가요?
맞습니다. 그 업체 입장에서는 이걸 직접 운영할 수가 없어요. 개발자도 없고 AI를 잘 쓰지도 못하니까요. 그래서 그런 구조로 파트너십을 맺고, 보통 기간 단위로 독점 계약을 가져가는 방식으로 사업하고 있습니다.
계산기를 나눠 준다고 손익이 좋아지진 않습니다
Q. 다른 회사의 AX를 도울 때는 어떻게 일하시나요?
방금 말씀드린 건 프로덕트 팀의 사업이고, 컨설팅 팀은 조금 다릅니다. AX 컨설팅은 위에서 내려가는 탑다운과 아래에서 올라가는 바텀업으로 나뉘는데, 저희는 탑다운을 먼저 하고 있어요.
대부분의 대기업은 일이 아래에서 위로 올라갑니다. 직원이 윗사람의 생각을 추측해 보고서를 만들고, 중간 관리자는 대표의 생각을 추측해 그걸 고쳐요. 그렇게 보고하면 대표가 "그건 별로인 것 같아" 하고, 보고서는 쓰레기통으로 들어갑니다.
노력이 자산으로 누적되는 게 아니라, 쌓아 올린 것이 한 번에 휴지통으로 사라지는 구조예요.
그래서 AI는 탑다운으로 써야 한다고 봅니다. 1단계는 대표, 그러니까 의사결정자의 생각을 AI가 이해할 수 있는 형태로 옮기는 일이에요. AI의 뇌와 대표의 뇌를 최대한 동기화하는 거죠.
처음부터 "AI와 대화해 보세요"라고 하지는 않습니다. 저희 컨설턴트가 들어가서 대표를 만나 생각을 끄집어내요. 사람이 하던 일을 사람이 똑같이 하되, 그 결과를 AI가 읽을 수 있는 환경에 옮겨 놓는 겁니다.
그렇게 대표의 생각을 담은 회사의 '브레인'을 먼저 만들고, 중간 관리자와 일반 직원이 차례로 접근하게 합니다. 오늘 한 미팅과 지금 쓰는 문서가 대표의 생각과 맞는지 단계마다 확인하면, 대표가 결과물을 받았을 때 한 방에 쓰레기통에 넣지 않아요.
"직원들이 AI를 쓰면 회사가 좋아질까요?"라는 질문은 이것과 같다고 봐요. 계산기가 없던 시대에 전 직원에게 계산기를 지급하면 회사 손익이 좋아질까요? 좋아지지 않습니다.
회사가 좋아진다는 건 계산을 해서 나오는 게 아니니까요. 어떤 숫자를 봐야 하는지, 그 숫자로 어떤 전략과 의사결정을 내리는지, 권한을 어떻게 두는지 같은 체계에서 나옵니다. 지금 많은 기업이 AI를 쓴다고 하지만, 계산기를 지급한 수준에 머물러 있어요.
그런데 AI는 계산기나 엑셀과 다릅니다. 그런 도구는 사람이 뭘 계산하라고 알려 줘야 하죠. AI는 적당히 주면 의사결정을 내려 줍니다. 새로운 형태의 인프라인 거예요. 그래서 체계를 바꾸는 것이 먼저라고 보고, 저희도 들어가면 그것부터 합니다.
Q. 그 과정만 해도 상당히 어려울 텐데, 어떻게 접근하세요?
그래서 저희와 방향이 맞지 않는 기업은 컨설팅을 하지 않습니다. 저희는 실제 손익에 영향을 주는 부분을 건드려요. 손익이 정말 개선되는 걸 보여 드릴 수 있도록 KPI를 손익으로 잡기도 합니다.
"보고서 작성이 1시간에서 30분으로 줄었습니다." 저희는 그걸 AI를 잘 쓰는 방법으로 보지 않아요. 그래서 회사의 손익이 어떻게 좋아졌느냐를 증명하지 못하면, 생산성이 오른 '척'을 잘할 수 있는 환경이 만들어진 것뿐입니다.
Q. AI를 쓸 시간이 모자라다는 대표·임원분들은 뭘 해야 할까요?
그런 분들은 사실 AI를 잘 모르는 겁니다. AI를 아주 저렴한 가격에 개인 비서나 과외 선생님으로 둘 수 있거든요.
그게 안 되는 건 AI가 나를 읽지 못하기 때문이라고 생각합니다. 내가 지금 어떤 상황이고, 어떤 문서를 보고, 무엇을 하고 있는지 AI가 알 수 있게만 해 주면 훨씬 많은 인사이트를 받을 수 있어요.
AI 네이티브 회사가 되려면 크게 세 가지가 충족돼야 한다고 봅니다. 첫째는 쿼리어블(queryable, 조회 가능)이에요. "작년에 그 고객사와 왜 계약에 실패했지?"라고 물었을 때 답이 나오는가. 좋은 노하우가 직원들의 머릿속이나 컴퓨터가 아니라 회사에 담겨 있느냐는 겁니다.
둘째는 에이전틱(agentic, 실행하는 AI)입니다. "리서치해 줘"에서 끝나지 않고 "보고서를 만들어 노션에 올리고 전 직원에게 공유해 줘"까지 시킬 수 있어야 해요.
셋째는 클로즈드 루프(closed loop, 닫힌 고리)입니다. 업무에서 얻은 경험과 노하우가 다음 업무에 적용되도록 고리가 계속 도는 거예요. 이 세 가지가 갖춰지면 작은 회사도 큰 기업이 하는 일을 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직원이 나가도 노하우는 회사에 남습니다
Q. 조회 가능한 환경을 회사 안에 직접 만드셨다고 들었습니다. 소개해 주실 수 있을까요?
보여 드리기 전에 제가 자주 하는 이야기가 있습니다. 서울역 앞에서 전단지를 나눠 주는 회사가 있었다고 해 보죠. 인터넷이 생기자 대표가 "우리도 인터넷을 쓰는 광고 회사가 되자"고 합니다. 그리고 전단지 한쪽에 QR코드를 붙여요. 직원들의 고민은 그대로입니다. 어느 지역에 유동 인구가 많을까. QR코드가 붙어 있으니 디지털 회사라고 오해하는 거죠.
디지털로 광고하는 회사는 데이터를 실시간으로 확인하고, 서울역 근처 맛집이 아니라 전국, 심지어 해외 회사까지 광고를 합니다. AI도 그만큼 큰 변화라고 봐요. 그래서 기존 회사에 AI를 어떻게 적용할지보다, 워크플로우와 회사를 해체하고 다시 설계하는 데까지 가야 한다는 게 제 급진적인 주장입니다. 지금 보여 드리는 건 일단 임시방편으로 쓸 수 있는 방식이에요.
저희는 옵시디언(Obsidian, 노트 앱)으로 LLM 위키를 만들어 씁니다. 슬랙, 노션, 구글 캘린더를 연결해 뒀고, 지메일은 제목만 읽게 했어요. 대표인 저는 모든 권한을 갖고, 민감한 자료는 다른 사람이 못 보게 잠가 둡니다. 이게 어쩌면 회사의 뇌예요.
뇌에는 자료를 넣어 줘야 하죠. 하나는 회사 내부 자료이고, 다른 하나는 바깥세상의 좋은 자료입니다. 좋은 글과 뉴스레터, 해외 팟캐스트에서 우리 회사가 알아야 할 내용을 '우리 회사에 주는 의미'까지 붙여 매일 넣어요.
노하우도 쌓아야 하죠. 직원들이 모두 AI로 일하니까 각자 하루에 10개, 20개씩 세션(AI와 나눈 한 번의 작업 대화)이 생겨요. 그 안에는 좋은 노하우나 일하는 순서처럼 얻어 갈 만한 지점이 있습니다. 그걸 스킬로 만들어 저장하는 거예요.
처음에는 각자 저장하라고 했어요. 그런데 좋지 않더라고요. 사람이 관문 역할을 해야 한다고 판단했습니다. AI가 대화를 글로 옮기면 강조한 말도 흘려 한 말도 똑같은 한 문장으로 나오잖아요. 사람은 눈빛이나 비언어적인 표현으로 진짜 중요한 게 뭔지 아는데, AI는 아직 거기까지 안 됩니다.
그래서 팀원들이 "이렇게 하니까 좋더라" 하는 것을 매일 저에게 제안합니다. 인터뷰 녹취를 FGI(표적 집단 인터뷰) 리포트 구조로 한 번에 바꿔 준 프롬프트 같은 것들이에요. 저는 매일 보고, 좋아 보이는 것만 승격시킵니다. 승격된 것만 회사 공용으로 들어가요.
Q. 정리하면, 직원들이 쓴 스킬이 모이고 대표님이 검토해 승격하면 회사 공용 스킬이 된다고 보면 될까요?
맞습니다. 여기서 스킬은 개발 용어처럼 들리지만 일하는 방식이라고 보시면 됩니다. 한글 마케팅 문구를 만든다고 해 보죠. 영어 원문을 전부 번역한 다음 한 줄을 뽑을지, 영어로 먼저 한 줄을 뽑은 다음 번역할지. 완전히 다르잖아요. 어느 쪽이 좋더라는 노하우를 회사에 저장하는 겁니다.
Q. 그렇게 쌓이면 관리해야 할 것도 계속 늘어날 텐데, 어떻게 대처하실 계획인가요?
그래서 승격을 많이 시켜 주지 않습니다. 정말 좋은 것만 올려요. 필터도 두 번 거칩니다. 직원이 '이건 자랑할 만하다, 회사 전체에 공유해야겠다' 싶은 것만 저에게 제안하고, 그중에서 제가 다시 고르는 거죠.
저는 이걸 KPI로 봐요. 혼자 일하는 건 혼자만의 역량을 쌓는 거잖아요. 이건 회사에 누적되는 무형자산이라고 봅니다.
Q. 그냥 Claude Code를 열어서 물어보는 것과 답변 품질이 그렇게 많이 다른가요?
완전히 다릅니다. 개인이 그냥 질문하면 회사 전체의 맥락을 모르는 경우가 많아요. MCP(AI를 슬랙·노션 같은 외부 도구에 연결하는 규격)로 자료를 다 읽고 답하라고 하면 조금 나아지긴 하겠죠. 그래도 웹 검색을 거치지 않으면 옛날 정보로 답하기도 합니다.
저희 위키에 "우리가 왜 신사업 B를 접었지?"라고 물으면, 넣어 둔 회의록과 의견, 슬랙에서 왜 거절했는지 같은 내용을 가지고 답을 줍니다.
좋은 답을 받으려면 무엇을 참고해야 하는지 문맥을 잘 줘야 합니다. 이런 플랫폼을 만들어 놓고 질문하면 AI를 잘 쓰는 사람이든 못 쓰는 사람이든, 문맥을 많이 준 사람이든 적게 준 사람이든 상대적으로 품질이 높고 일관된 답이 나와요.
Q. 조회 가능한 환경과 클로즈드 루프는 구체적으로 어떻게 만들고 계신가요?
메인 업무 공간이 AI가 읽을 수 있는 곳이어야 한다는 게 1단계입니다. 저희는 슬랙과 노션이에요. 일어난 일을 채널마다 다 올리면 AI가 그걸 계속 저희 서버로 옮기고, 깔끔하게 정리해서 쌓아 둡니다.
안 좋은 예는 과정 없이 결과만 쌓는 경우예요. 밥을 먹으러 가서 "A는 포기하고 B로 갑시다" 하고 결론을 냅니다. 그리고 슬랙에는 "B로 가기로 했으니 이렇게 하세요"만 올려요. 그러면 중간에 빈 공간이 생기잖아요. 저희는 'AI가 우리를 보고 있다, 그러니 잘 알려 줘야 한다'는 생각으로 일합니다.
회의도 마찬가지예요. 제가 자료를 들고 와서 그걸 보며 이야기하면, AI는 자료를 못 본 채로 녹음만 듣고 이해하게 됩니다. 그래서 "슬랙에 올려 둔 자료를 기준으로 이야기하겠습니다" 하고 한마디 해 주거나, 중요한 대목은 몇 마디 읽어 줘요. 문맥이 기록에 남게 하는 거죠. 저는 이쪽이 더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루프는 어렵습니다. 에어컨으로 설명해 볼게요. "18도로 1시간 틀어 줘" 하면 방이 얼어붙든 말든 18도로 돌아가죠. 루프는 "방 온도가 22도가 될 때까지 알아서 관리해 줘"입니다. 온도를 확인하고, 높으면 틀고, 내려가면 끄는 거예요.
비개발자의 업무로 옮기면 노하우가 학습돼서 다음에 또 쓰이는 것이 루프가 닫힌 거라고 생각해요. 그러려면 무엇이 다음에 쓰일 노하우인지 가려내야 합니다. 1차로 AI가 "이번 세션에서 얻을 노하우는 이것"이라고 개인에게 골라 주고, 개인은 그중 일부를 저에게 제안해요. 저희는 10명짜리 스타트업이니까 제가 최종 관문이 되어 전사에 배포합니다.
그 뒤에는 누가 문서를 쓰면 AI가 검토하면서 "기존 스킬 중에 쓸 만한 게 있는데 왜 이렇게 안 했지?" 하고 그 사람에게 제안해 줄 수 있어요. 컨설팅을 하면 할수록 도메인 지식이 쌓이고 저희는 더 강해집니다. 직원 한 명이 나갔다고 그 지식이 사라지는 게 아니라 회사에 쌓여요. 그게 AI 네이티브 회사와 일반 회사의 차이라고 봅니다.
AI는 인터넷입니다, 그래서 '언섹시'한 사업으로 갑니다
Q. 앞으로의 방향과 사업 계획이 궁금합니다.
저희는 AI가 인터넷이라고 생각해요. 인터넷이 나왔을 때처럼 바뀔 게 너무 많습니다. 그걸 하나하나 바꿔 보려고 해요.
혁신은 큰 조직에서 체계적으로 훈련돼 나오기보다, 작은 사람들의 기발한 발상과 자기 삶을 짓누르는 문제를 풀고 싶은 열망에서 나온다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지방에 있는 회사, 작은 회사, 디지털이나 IT는 모르지만 가치를 만들어 내는 회사들을 봐요.
김치를 만드는 회사, 김을 만드는 회사, 정말 맛있는 음료를 만드는 회사가 있습니다. 그런데 브랜딩을 할 줄 모르고, 아마존에 올릴 줄 모르고, 해외에 팔 줄 몰라요. 저희는 "괜찮다, 이제는 딸깍 시대다, 만들어 드리겠다, 혼자 하지 말고 같이 해 보자"고 하는 겁니다.
그래서 작은 회사 옆에 붙어서 돕는 일, 대기업의 개선을 돕는 컨설팅, 저희가 직접 프로덕트까지 만들어 보는 시도를 함께 하고 있어요. 대기업은 작은 혁신이라도 사회적 임팩트가 크고, 저희도 매출을 잘 낼 수 있으니까요. 얼마 전에는 돈가스 공장을 인수하려고도 했습니다. PB(자체 브랜드) 상품을 만들고 경영을 효율화해서 젊은 감각으로 운영해 보자는 생각이었죠.
그만큼 움직일 수 있는 폭이 넓어졌습니다. 똑똑하고 도전해 볼 생각이 있는 창업자라면 AI 프로덕트나 AI 소프트웨어를 만들기보다, AI로 전통 비즈니스, 소위 '언섹시 비즈니스'를 혁신하는 쪽에 훨씬 좋은 기회가 있지 않을까 생각해요. 저희는 언섹시하고 캐시카우(꾸준히 현금을 벌어 주는 사업)가 나오는 비즈니스를 좋아하는 AI 네이티브 회사가 되고 싶습니다.
Q. 마지막으로 구독자분들께 하실 말씀이 있을까요?
링크드인을 팔로우해 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저도 디스트리뷰션 채널을 갖고 싶어서요. 그리고 처음 3개월 동안 조쉬님 유튜브를 포함해 열심히 공부한 내용을, 어떻게 공부했는지까지 노션에 다 적어 놨어요. 그 링크도 공유하겠습니다.
작은 팀 대표를 위한 체크리스트
오태완 대표의 이야기를 바탕으로 편집자가 정리한 점검 목록이에요.
1. AI로 만든 결과물을 누가 읽고 검토하는지 적어 보세요. 만드는 시간은 줄었는데 읽는 사람의 시간이 늘었다면, 그는 그것을 병목을 옮긴 것이라고 불렀어요.
2. 만들기 전에 알릴 경로와 첫 고객부터 정하세요. 그가 자신이 만든 앱들을 슬롭이라고 부르며 먼저 든 이유는, 알릴 채널이 없었다는 점이었습니다.
3. 도구를 나눠 주기 전에 대표의 생각부터 AI가 읽을 수 있게 적어 두세요. 그는 의사결정자의 생각을 옮기는 일을 1단계로 꼽았고, 성과는 '몇 분 줄었다'가 아니라 손익으로 봤어요. 계산기 비유가 가리키는 지점입니다.
4. 결론만 올리지 말고 과정을 남기세요. 왜 A를 버리고 B를 골랐는지가 기록에 없으면, 나중에 AI도 새로 온 팀원도 그 빈칸을 메울 수 없어요.
5. 이번 주에 잘 통한 방식 하나를 팀 공용으로 올려 보세요. 그의 회사에서는 직원이 제안하고 대표가 고른 것만 공용이 됩니다. 혼자 일한다면 내가 다시 쓸 방식 하나를 적어 두는 것부터 시작할 수 있어요.
그가 남긴 기준 하나는 회사 규모와 상관없이 써 볼 만합니다. AI로 무엇을 만들었는지보다, 그것이 병목을 없앴는지 옮겼는지를 묻는 것이에요. 지금 내가 AI로 찍어 내고 있는 것 가운데 계속 쓰이고 계속 나아지는 것이 몇 개인지 세어 보세요.
조쉬가 직접 운영하는 AI 솔로프리너 클럽에 초대합니다.

이미 300명이 넘는 분들이 ASC와 함께 성장하고 있습니다.
구글 엔지니어, 토스 PM, 산부인과 전문의, 스타트업 대표까지
— 각자의 자리에서 정상에 선 사람들이 지금 AI로 새로운 도전을 시작했습니다.
그리고 ASC 14기는 단 30명만 함께합니다.
아직 늦지 않았습니다.
지금 시작하는 당신이, 1년 뒤 가장 앞서 있을 솔로프리너입니다.



















의견을 남겨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