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에피레터 - 가을, 오감의 계절

가을, 새로운 시작

가을 하면 쓸쓸하게 낙엽이 굴러가는 쌀쌀한 바람이 부는 장면이 펼쳐진다. 사람들이 유독 그 계절만 되면 센치해지는건 무슨 이유일까. 초가을은 짧지만, 여름이간 지 얼마 지나지 않았기 때문에 적당히 높은 온도와 시원한 바람의 만남이 조화롭다. 가을이 내게 주는 의미 중 하나는 일 년 중 반이 더 지나 올해가 얼마 남지 않았다는 거다. 어쩌면 가을은 꽤 수용적인 계절인지도 모르겠다. 모두가 무언가를 시작하려 하는 새해, 2분기를 지나 가을이 되었어도 우리는 해내고자 하는 것을 해볼 수 있다. 이미 2번 아니 더 많은 거창하고 사소한 계획들이 지나갔을지언정.

내 경우에는 시험을 앞두고 있는데 올해 안에 끝내는 게 목표이다. 올해가 끝나기 전에 끝난다는 상상만 해도 정말 후련하다. 날짜를 핑계삼은 목표는 원동력이 되기도 한다.

다이어리를 1년 내내 써본 적 없는 사람이라면 가을에 쓰는걸 추천하고 싶다. 9월에 시작해서 시들해질 즈음 새해가 찾아오니까. 모든 사람이 뭔가 계획하고 다이어리를 쓰기 시작할때쯤 그 흐름에 탑승해보자. 이미 3개월 넘게 적은 다이어리를 이어서 적으면 되니까. 애매한 시작이 오히려 도움이 될때도 있다.

낙엽이 온 바닥에 깔린 계절. 발걸음마다 바스락거리는 소리. 쌀쌀한 공기와 찬바람의 냄새가 조금씩 느껴지는 오감의 계절이다. 올해가 끝나가는데 조금씩 느껴지는 숫자들 날짜 칸에 9와 10을 차례로 적으며 이제 곧 겨울이 온다는 걸 체감한다. 가을은 덥고 습한 여름을 떠나 보내면서도 추위에 몸을 웅크리게 되는 추위의 겨울도 준비해야 한다. 차라리 봄은 따뜻한 날씨에 몸이라도 풀리지 가을은 추위를 대비해야 하니 봄과는 다르다. 그런데 내가 원하든 원하지 않든, 계절은 바뀌고 적응하는 우리의 몸은 추위에도 더위에도 유연해진다. 매년 나는 가을과 겨울이 오는 게 반갑지 않았지만, 올해는 다르게 반겨보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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