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에피레터 2.0 - 연결 혹은 단절

매달 새로운 주제의 에세이를 보내드리는 에피레터의 이번 달 주제는 “연결”입니다.

연결 혹은 단절

현대사회를 살아가는 하나의 개인으로서 요즘 세상은 서로 연결되기 보다는 점점 더 심하게 단절되고 있다고 느낀다. 우리는 서로를 이해하지 못하고 내가 이해하지 못하는 사람과 대화하려 노력하기 보다는 서로 비난하고 헐뜯고 심각하게는 무시한다. 내 세상에서 이해되지 않는 세상을 온전히 무시하고 내 말이 맞다고 여기저기서 주장하는 이 사회가 옳은지 나는 잘 모르겠다. 이해하려고 노력하는 사람이 바보가 되는 세상, 논리 없이 내 입맛에 맞지 않는 상대를 무참히 비난하는 세상을 보고 있으면 여기서 벗어나고 싶다는 생각이 든다. 

그래서일까 '연결'이라는 단어를 떠올릴 때, 내 머릿속에는 그보다 '단절'이 먼저 떠올랐다. 그러다보니 예전에 읽은 책 '다정한 것들이 살아남는다'를 읽으면서 기록했던 메모를 다시 한번 찾아봤다. 인간은 접촉에 적합하도록 설계되었고 그것이 우리에게 긍정적 효과를 가져다 준다는 내용을 읽은 적이 있다. 우리는 내가 속한 내집단의 구성원들이 위협받을 때, 평소에는 외집단에게 잘 느끼던 공감능력을 차단시킨다. 내가 그런 태도를 가지면 상대도 자신이 위협받는다고 느끼고 상대 집단을 비인간화하고, 보복성 비인간화의 피드백 순환 고리가 만들어진다. 서로가 서로를 이해하지못하는 단절은 '접촉과 교류의 부재'에서 발생한다는 것이다. 인간은 서로 다른 집단의 사람들과 자주 접촉할 수 있는 환경만 조성되어도 사회적 유대감을 훨씬 더 많이 형성할 수 있다. 결국 내 상대, 외집단이라 생각했던 사람이 자주 접하다보니 사실 나와 비슷한 점이 있고 어느 측면에서는 내집단의 구성원일 수 있다라는 생각이 보복성 비인간화의 피드백 순환고리를 끊어주는 것이다. 

이 책을 읽으면서 상대를 이해하려는 노력과 서로 단절되지 않고 연결되는 것이 인간 사회에 얼마나 중요한지 느낄 수 있었다. 다정한 말 한마디로 상대는 나와 연결된다고 느끼고 더 나아가서는 나와 상대가 같은 내집단의 구성원이라고 느낄 수 있다는 것이니 말이다. 개인적으로 나는 누군가와 가까워지기 위해서는 오랜 시간이 필요하지만 상대와 대화가 통하지 않는다고 생각하는 순간 누구보다도 빠르게 상대와 나를 단절시킨다. 사실 없는 존재로 치부하고 내 마음에 상처를 받지 않으려는 의도가 크다. 상대에게서 내가 기대한 모습이 보이지 않으면 그 사람과 함께하는 모든 순간이 힘들어지기 때문이다. 

책을 읽은지 1년 정도가 지났지만, 여전히 세상은 나의 내집단에 들어온 사람이 아니면 모두 적으로 간주하고 다양한 집단들이 서로 싸우고 있다. 하지만 여전히 책에서 이야기한 '다정함'이 긍정적으로 적용한다는 생각에는 변함이 없다. 결국 인간 사회에서 건전한 갈등은 오히려 사회를 건강하게 해주는 요소라는 생각이 든다. 다르다고 단절되기 보다는 나름 서로를 이해하기 위해 문을 두드리고, 그 과정에서 생기는 갈등은 서로 더 긴밀히 접촉하면서 해결방법을 찾아갈 수 있다는 것. 이러한 갈등은 접촉의 형태로 이루어지는 행동의 변화가 개인의 태도의 변화를 가져와 이 상황을 생산적인 방식으로 해결할 수 있는 방법을 제공한다. 

여전히 세상은 연결보다는 단절에 가깝고 출근길의 나를 돌아보면 포용보다는 전투력이 강하다. 하지만 오늘의 에피레터를 계기로 외집단에 대한 접촉에 대해 더 열어둔다면 내일의 나는 어떻게 달라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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