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에피레터 2.0 - 동네 사람들과 함께 여가생활 시작하는 법

동네 사람들과 함께 여가생활 시작하는 법

저는 한 동네에서 굉장히 오랫동안 머물렀어요. 벌써 20년은 가뿐히 넘긴 것 같네요. 이런 이야기를 꺼내면 한 지역에 머문 시간이 긴 만큼 동네 친구도 많을 거라고 예상하는 사람도 있더라고요. 실은 대부분의 친구가 직장이나 결혼 때문에 다른 지역으로 떠난 지 오래되었기 때문에 동네에서 편하게 친구를 만나기 어렵답니다.

그래서 SNS를 둘러보다가 어느 날 우리 지역의 청년 센터가 새롭게 리모델링했다는 소식을 듣고 호기심이 생겼어요. 제 또래 청년들이 우리 지역에 얼마나 남아 있는지, 이들은 어떻게 살고 있는지, 시에서는 청년들을 위해 어떤 지원 정책을 실행하고 있는지 궁금했거든요.

그날 이후로 청년 센터가 운영하는 블로그, 홈페이지, 인스타그램을 다 팔로우 하고 새로운 소식이 올라올 때마다 눈여겨 보기 시작했는데요. 얼마 지나지 않아 지역 청년들을 대상으로 한 소모임을 모집한다는 게시글이 올라오더라고요. 총 4주 동안 진행되는 모임인데 참가비는 무료, 일정 금액의 재료비만 내면 된대요.

저는 제가 살고 있는 지역이 대체로 만족스럽지만, 즐길 수 있는 활동이나 문화생활이 한정되어 있고 그 퀄리티 또한 일정하지 않다는 점은 항상 아쉬웠어요. 그런데 지역 청년 커뮤니티를 통해 활동할 수 있는 소모임의 구성이 제 생각보다 훨씬 다양해서 깜짝 놀랐습니다.

부동산 스터디, 일러스트 스터디, 개발 스터디처럼 유익한 강의를 제공하는 모임도 있고, 모루인형 만들기, 향수 만들기, 친환경 캔들 만들기, 재봉 배우기, 제빵 배우기, 커피 만들기 등 실용적인 모임도 있더라고요. 타로 카드 배우기나 TRPG 모임 (여러 참가자가 한 테이블에 모여 각자 정해진 캐릭터의 역할을 수행하는 놀이) 등 정말 다채로운 소모임이 있었어요.

수많은 소모임 리스트를 보니 문득 저의 선입견이 부끄러워지더라고요. 아주 어릴 때부터 살았던 지역이라 너무 익숙하기도 하고, 트렌드의 중심이 되는 지역도 아니기 때문에 이곳에는 더 이상 특별한 것도, 놀랄 것도 없다는 생각에 빠져있었거든요.

그런데 제가 몰랐을 뿐이지 이 지역에 변화를 불러일으키기 위해, 다른 지역에서는 해볼 수 없는 새로운 시도를 하기 위해, 더 많은 청년을 서로 연결하기 위해 노력하는 사람들이 참 많았더라고요. 이를 깨달은 이후로는 제가 사는 지역에서 벌어지는 일에 예전보다 훨씬 더 많은 관심을 갖게 되었어요.

어느 가게에서 요즘 핫한 디저트를 맛볼 수 있는지 찾아보는 건 물론이고, 봄을 맞아 어떤 축제가 열리는지, 어떤 정책을 시행 중인지, 생활권이 겹치는 인근 지역과 연계해서 어떤 이벤트가 열리는지 하나하나 살펴볼수록 저의 세계가 점차 넓어지는 느낌도 들더라고요.

물론 지역에서 열리는 소모임도 참가해 봤어요! 친환경 재료로 생활 소품을 만드는 모임, 나만의 향수를 만들어보는 모임, 90년대 후반생들을 위한 모임에 참여해 보았답니다. 같은 지역에서 살아가는 제 또래 친구들과 함께하니 처음 만난 사이였는데도 공감대가 무척 빨리 형성되어 대화가 잘 통했고, 강사님들도 매우 꼼꼼하게 모임을 준비해 주셔서 매우 밀도 높은 시간을 보낼 수 있었어요.

사실 잘 모르는 낯선 사람들과 만나는 건 저에게 늘 어려운 일이었어요. 그렇지만 같은 지역에 거주하는 청년들과 커뮤니티를 형성할 수 있다는 점, 새로운 여가생활을 부담 없이 시도해 볼 수 있는 기회가 주어졌다는 점이 낯선 사람을 만나는 데서 오는 부담감을 많이 늦춰준 게 아닐까 싶어요.

주말에 어떤 여가생활을 하면서 시간을 보내면 좋을지 고민한 적 있나요? 그렇다면 지자체에서 운영하는 청년 센터 혹은 커뮤니티부터 살펴보세요. 혼자서라는 시도하기 어려웠던 다양한 활동에 도전해 볼 수 있는 건 물론이고, 익숙한 동네에서 깜짝 놀랄 만큼 새로운 것을 발견하는 굉장한 시간을 갖게 될 거라고 확신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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