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에피레터 2.0 - 아무것도 안하기를 통해 내가 얻은 것

아무것도 안하기를 통해 내가 얻은 것

지금껏 '여가'라는 키워드에 대해 글을 쓰면서 특히 시간이 많이 걸렸어요. 보통은 어떤 키워드를 보면 글감이 확! 떠오르는데 '여가생활', '여가시간'에 대해서는 생각나는 주제가 잘 없더라구요. 내가 여가생활이라는 걸 너무 어렵게 생각하나? 싶기도 하고 뭔가 특별한 활동을 해야 여가를 즐긴다고 생각하는 것 같기도 했어요. 

나는 왜 여가에 대해 글을 쓰는게 어려울까? 

여가시간은 일,가사,노동 등 어떠한 의무적인 시간을 제외하고 자유롭게 사용할 수 있는 시간을 의미한대요. 어떻게 보면 '아무것도 안하기' 자체도 여가생활이 될 수 있는 것이더라구요. 

저는 주말에도 무언가 스스로에게 도움되는 생산적인 일을 해야 마음이 편하고, 평일에는 없는 시간을 쪼개서 결과물을 만들기 위해 노력하며 살아요. 그러다보니 아무것도 안하고 쉬면 괜히 죄책감이 들 때도 있더라구요. 물론 자유롭게 쉬는 그 시간에도 어떠한 '의미'를 부여하면 죄책감이 사라지는데요. 

'나와의 의미있는 시간을 보냈어'

'다음을 위한 충전을 하는 시간이야!'

자유로운 쉼이라는건 어떠한 의미가 없어도 충분한 시간인데, 이런 시간마저 이름짓고 싶어하는 내 모습은 생산성 괴물에 사로잡힌 것 같더라구요. 4월 한달 간 여가에 대해 다양한 방면으로 생각해보게 되면서 한번쯤 아무 생각 없이 아무것도 안하는 시간을 가져보기로 했어요. 백지상태인 내 마음 속에 어떤 생각들이 피어나는지, 솔직하게 기록하고 그것에 대해 글을 써보는거죠. 

이왕이면 날씨 좋을 때, 야외에서 '아무것도 안하기'를 해봤어요. 선유도 공원에서 혼자 돗자리를 펴고 강물을 멍하니 바라봤는데요. 이거 생각보다 힐링되는 행위더라구요? 좋은 풍경을 보면 누군가와 함께 보고 싶고, 나누고 싶고, 시간을 함께 해야 의미 있다고 생각했는데 혼자 물멍하며 보내는 시간이 너무나 소중했어요. 선선한 바람이 불고, 따뜻한 햇살이 비치면서 제 머릿속은 어떤 근심 걱정도 없이 '무無'의 상태로 돌입했어요. 그리고 그 순간 무언가 마음 속 불안했던 것들이 회복되고 온전히 그 순간에 내 마음에 집중할 수 있게 되더라구요. 

항상 무언가를 해야 앞으로의 내 삶에 도움이 되고 의미 있는 생각만 하며 살아야 한다고 강박 속에서 살았었는데, 아무것도 하지 않는 그 시간은 제게 해방감을 주고 꽉 조여진 긴장감을 풀어줘서 숨을 쉴 수 있게 해 주었어요. 그 시간이 너무 소중하고 만족스러워서 이런 시간을 자주 가져야겠다 생각했을 정도였으니까요. 아무것도 안해도 괜찮아, 스스로에게 쉼을 허용하면 나를 옥죄는 것들에서 조금은 해방될 수 있어요. 바쁘고 머릿속이 번잡한 시기에는 이런 시간이 필요하다는 것을 느꼈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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